안녕하세요. 시골에서 고등학교 재학 중인 고1입니다. 내신 따러 시골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수시로 가야하고 그만큼 생기부를 신경 쓰고 있어요. 제 진로는 정해져 있었습니다. 공대. 과는 안 정했지만 공대 중에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요즘 계속 다른 직업이 너무 하고 싶습니다. 같은 이과 안에서 바뀌면 몰라. 작가가 하고 싶습니다. 이과의 끝에서 문과의 끝을 달리는 제 희망 진로 때문에 요즘 마음 고생을 너무 심하게 하고 있어요.
일단 지금 진로인 공대에 가고 싶은 이유는 영재원 때문이었습니다. 작년까지 4년 동안 영재원을 다녔는데 일주일 중에 영재원 수업듣는 토요일이 가장 행복했고 가장 즐거웠습니다. 영재원에서 했던 활동과 가장 비슷한 게 뭘까, 찾아보니까 공학 연구원이더라고요. 그래서 공대 쪽으로 진로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영재원이 끝난 고1부터였습니다. 제가 활동하며 즐거웠던 건 오로지 흥미와 적성 때문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동기들이랑 함께해서 그런 것도 있는 거 같아요 동기들이랑 사이도 좋고 즐겁게 지냈거든요. 이때부터 확신했던 제 진로에 대한 의심이 생겼습니다.
문창과가 정말 뜬금 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약 4년 간 글을 써왔어요. 일기에 독서 감상문에 연필 잡고 적는 건 뭐든 다 싫었는데 키보드 두드리면서 소설 쓰는 건 너무 좋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걸 너무 좋아했지만 읽고 쓰는 거 둘다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중2 때까지만 해도 고양예고 문창과로 진학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땅바닥에 처박힌 내신(당시 내신이 빡센 학교라서 그랬어요. 지금은 공부 안 해도 2-3 등급 나오는 중), 극심한 슬럼프로 창작을 업으로 하는 건 정말 무모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문창과가 너무 가고 싶어요. 막 엄청나게 잘 쓰지는 않지만 못쓰지도 않는다고 생각해요. 글 보여주면 작가가 꿈이냐고 묻거나 문창과 준비하는 친구가 평소에 팩폭 오지게 날리는 데 저도 잘 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글 써요. 글 쓰는 걸 굳이 숨기지 않고 현실에서도 말할 수 있을 정도는 쓴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그냥 참았습니다. 솔직히 웹소설이 대세니 뭐니해도 예술은 상위권만 돈을 쓸어 담는 거잖아요. 비전도 없고. 미술처럼 순수미술 아니면 학원 같은 거 차리기도 애매하고.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목이 타고 단전이 끊어지는 거 같아요. 동아리 시간에 컴퓨터실 창문으로 도서관을 보고 있으면 짜증 나서 막 눈물이 나요. 생기부를 작가로 채우고 싶어요. 실기 준비하는 친구가 실기 학원 이야기하는 걸 방금 들었는데 이젠 도저히 못 참겠더라고요. 알아요 개노답인 거. 그렇지만 과학을 딱히 잘하지도 않고 흥미를 가지게 된 이유에 대해 의심하고 있는 중이라 그런지 너무 흔들리네요. 와중에 엄마는 공부 안 할 거면 글이나 써서 방송작가하래요. 솔직히 오래 할 수 있는 것도 글 쓰는 거고 재능도 글 쓰는 것 쪽에 더 많은 것 같다만 창작이 먹고살기도 힘들잖아요...
생기부 중간에 진로가 바뀌면 치명적이라 올해가 끝나기 전에 꼭 진로를 확실시해야 하는데 계속 망설여져요. 지금 시험기간이라 시험 끝나는 대로 공모전 준비하고 실기 학원 다녀 볼 생각인데 그걸 하는 게 맞는지조차 헷갈리네요. 현실적인 조언 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