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의 경험은 왜 평생을 따라다니는 걸까요..
ㅇㅇ
|2022.10.24 23:09
조회 918 |추천 1
30대 중반 여자입니다.사춘기가 씨게 와서 10대 시기에 말도 없이 좀비처럼 학교 집 학교 집 왔다 갔다 하다보니 친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 씩 없어지던 시기가 있었어요. 고1 때 스스로 갇혀 살며 말을 안하다보니 기분이 나쁘게 보인다, 화난 줄 알았다 이러면서 오해가 쌓이더니 결국 더 이상 나랑 친구하기 싫냐 묻고 아무리 제가 설명해도 이해 못하고 변해버린 것 같다고.. 그렇게 고1 이전의 나와 고1 이후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그때는 아 내가 웃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은 다 나한테서 떠나나 싶어서 너무 짜증이 났어요. 말수 적은 친구들도 있는데 그 애들은 그러려니 넘기면서 왜 나는 말을 좀 덜 하면 안되는 걸까 주위 사람에게 그저 나는 그냥 광대였나 싶었어요.
가족들도 저보고 예전처럼 항상 웃고 다니라고 조언하고, 선생님도 밝았던 모습 다시 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러다 사람들의 걱정과 참견이 싫어지고 대인 기피 기질이 발동하면서 학교를 3일 간 안 가게 되었습니다. 그 때 이상한 소문이 돌았어요. '이유'가 없이 갑자기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이 수상하다는 것이었죠. 눈에 띄기 싫고 사람 없는 곳에서 딱 3일만 있어보고 싶었던 것 뿐이었는데요.
그때부터 저는 담임 선생님의 특별 관리 대상이 되어서, (약간 자살할 줄 알았나봐요.) 정신과 치료를 받으라고 했는데 정신과에서는 별 진단을 받지 못했어요. 그냥 사춘기였으니까요. 친구들한테는 3일 학교 안 나오는 동안 롤링페이퍼 등을 받았어요. 너무 고맙기도 했지만 정말 괜찮다고 한 백번 말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생겼어요. 유난을 떤다는 식으로. 그러다가 고2 가기 전에 기말 고사 시험을 봤고 세상 모든 게 무덤덤 해져버려서 당시엔 공부만 했어요. 근데 사건이 터졌죠. 제 영어 성적이 유달리 기말고사에서 좋았는데 한 아이가 내 시험 점수를 보더니 울어버린 거에요. 얘는 학교도 대충 다니고 쉬고 그랬는데 자기보다 성적이 좋네. 남들 다 신경 쓰게 만들어놓곤 본인은 공부했네 등등. 저는 관심을 달라고도 안했고 괜찮다고 늘 말했어요. 그런데 선생님들이 신경을 쓰니까 덩달아 애들도 신경 쓰게 된 거고 그건 제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전 성적보다 소용돌이 치는 감정과 갈피를 못 잡는 내 자신에 푹 빠져 있어서 남의 기분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본인이 못 본 게 내 잘못인가 싶어서, "점수 이딴 게 뭐 대수라고 그렇게 말을 하냐 이게 울 일이냐." 라고 버럭 화냈는데 그 후로 나쁜 애로 반 아이들한테 찍혔어요. 신경 써줬는데 오히려 적반하장 했다나.. 제가 시험 점수 잘 나오는 게 그렇게 싫었나 싶었는데 그냥 별달리 싸우지도 않고 원래 친구도 없었고 (무관심-> 혐오) 되어도 전 아무렇지 않았어요. 근데 아무렇지 않다고 그냥 믿었던 거지. 생각보다 상처를 받았나봐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아요 그 때가.
근데 문제는 사춘기에 겪은 그 경험이 제 성격에 큰 부분이 되어버린 거에요. 전 뭐든 완벽하게 하는 걸 두려워해요. "사람들은 잘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미워한다. 나보다 잘하면 어떻게든 깎아 내리려고 한다. 그 나쁜 생각이 심어진 사람들한텐 어차피 못 이긴다. 그 감정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결국 나도 기분 나쁘고 남도 기분 나쁠 바에는 누구에게도 눈에 띄지 않게 50% 만 잘하자." 굉장히 왜곡된 생각이라고 머리론 알고 있어요.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잘 된다는 거, 일을 할 때도 완벽하게 처리하면 상사가 더 좋아하고, 최선을 다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그 100%를 채우는 걸 두려워하고 못하는 사람이 되어서 마음 가짐부터 글러먹기 때문에 이제는 어떤 일도 완벽하게 '잘' 하질 못해요.
이 얘기를 가족들에게 한 적 있어요. '스스로를 기만하고 남에게 조연만 되는 삶을 살려고 한다. 하지만 그게 너무 편안하다. 적을 만들지 않고 질투심을 자극하지 않는 삶이 너무 편하다.'
왠만하면 좋은 감정은 감춰요. 좋은 걸 갖게 되어도 감춰요. 심지어 해외여행 다녀오거나 돈을 벌었거나 그럴 때 절대 자랑 안해요. 이건 트라우마 같이 남은 건데 마치 '그 날 영어 성적표를 누구에게도 안 보여주었다면 왕따를 당하지 않았을 텐데.' 라는 후회를 했었던 게 그대로 다른 일로 까지 전염되어 버린 것 같아요.
누군가가 "최선을 다해도 사람들이 다 널 좋아할 수 있어" 라고 말해주면 좋겠어요. 힘든 상황에서 1등을 했는데 사람들이 다 적으로 돌아선다면 다시 1등하고 싶어 질까요? 누군가가 잘했을 때는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분위기가 대한민국에선 특히 필요한 것 같아요. 전 제가 너무 안타까웠는데 고쳐지지 않아서 스스로라도 아 세상 사람들 다 없어지고 나만 있어, 나만 있고 아무도 내가 하는 일에 신경 쓰지 않아, 잘해도 못해도 아무 감정 없어. 라고 되뇌이며 세상을 살아요. 그럼 한 60% 끌어올려지는 것 같아요. 근데 정말 지쳐요. 잘 안되는 걸 하려고 죽어라 노력하고 있어요. 너무 무서운 것 같아요. 어릴 때의 경험이란 게. 특히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미움을 받는 경험은 절대 아이들이 해서는 안되는 것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저도 나이가 들고 아이들을 낳아 키우게 되겠지만 트라우마 없이 키울 자신이 없네요.... 이런 얘길 하면 제가 특이하단 소릴 듣는데 저랑 비슷한 사람이 이 세상에 단 한명이라도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