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무렵 미국으로 유학생으로 건너가서 자리를 잡고 이민한지 7년이 되었다. 어느나라 사람이라도 외국에서 살다보면, 본국에서 자라면서 당연히 상식이라고, 정상이라고 생각된 것들이 아닐수도 있다는걸 배우게 된다. 외국이 우리에게 배워야 할 점, 우리가 외국에서 배워야 할 점이 보인다. 그런데, 난 유독 한국에서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게 보인다. 그 이유는 뼛속깊게 자리잡은 안전불감증과 빨리빨리 문화때문이다.
폭우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날 빗속 공사 현장에서 용접하던 인부가 감전되어 사망했던 사건, 파리바게트 소스 배합기에 본래 붙어있는 안전 덮개를 인위적으로 떼어져나가고, 2인 1조로 근무해야 하는 직원이 혼자서 밤늦게 일하다 기계에 앞치마가 끼어 빠져죽은 사건, 가능한 한 최대한 적은비용으로 손님을 최대한 많고 빠르게 받기위해 날림공사를 하고, 여러번 목격된 붕괴의 징후를 끝까지 무시하며 영업해 결국 몇백명의 사람들이 대낮 서울 한복판 백화점이 무너져 죽은 사건,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치어 죽은 수많은 인부들, 그리고 며칠 전 몇 십명의 사람들이 모이는 연례 행사인데도 crowd control 따윈 전무해 결국 150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죽고 다친 사건.. 직업 훈련을 받을 때 안전교육은 받긴 하는걸까? 너무나도 기본적인 안전 상식이 안되어 사람들이 죽는 일들이 이렇게 흔한게 정상이긴 한걸까?
귀국할때마다 너무나 정신이 없고 어안이 벙벙해진다. 보행자를 완전히 무시하고 거의 칠듯 말듯 급하게 운전하는 자동차들, 정차 하지도 않았는데 롤러코스터 만큼이나 출렁거리는 버스에서 최대한 빨리 내리려고 하는 탑승객들, 버스가 완전히 정차하고 사람들이 내릴수있도록 시간 따위 주지않는 버스기사들, 개인 공간 -personal space 라는 개념은 한국에 없다- 따위는 무시하고 자연스럽게 남을 밀치고 지나가는, 지옥철에서는 최대한 몸을 욱여넣는 사람들, 문을 열때면 ‘고맙습니다’ ‘실례합니다’ 말 따윈 없이 자기 몸만 쏙 빠져나가고 뒷사람을 위해 절대 잡아주지 않는 사람들, 신고를 받고도 폭행당하는 마당에 주소를 제대로 말 못했다며 끊어버리는 경찰들.. 무례함과 성급함이 상식인 사회이다.
한국사람들은 절대로, 빨리빨리 문화를 고치지 않기때문에 이런 사고는 계속해서 일어날수밖에 없다. 안전? 규칙? 원칙? 법? 최소한의 노동자의 권리? 인간의 존엄성? 자기 볼일이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딴것들은 전혀 상관이 없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이윤을 얻기위해 건물 골격에서 철근을 하나둘 떼어가고, 몇백명이 압사당해 죽을때까지 자기 길을 막는 사람들을 밀면서 전진하고, 짜장면은 당연히 번개처럼 배달되어야 하기 때문에, 혹은 배달실적을 최대한 많이 내기 위해 오토바이를 과속하다 트럭 밑에 깔리거나 차에 치인다.. 그렇게 1분 1초, 몇천 몇만원 아껴서, 부자 돼서 좋은가? 몇 초 늦다고 하늘이 뒤집힐까?
지금까지 사고 당해 죽은 사람들, 그 사람들은 운이 나빠서 잘못 걸렸을 뿐이다. 행정기구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온 나라가 안전따윈 관심이 없다. 기본적인 메뉴얼 따윈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바뀌지 않으면, 사고를 당하는 사람들 당신이나 당신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