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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사고 목격자인데.. 너무 힘들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캣냥금 |2022.11.02 10:50
조회 1,153 |추천 6
나는 울산사람이고 뮤지컬 보러 서울갔다가참사현장을 목격하게됨...
10월30일이 내 생일이어서원래는 홍대쪽이나 친구 집근처에서 간단히 생파하려고 함.근데 내가 보려고 예매해둔 뮤지컬공연장이 이태원 바로 옆이라당일 약속장소를 이태원으로 바꾸게 됨.
뮤지컬은 혼자봤고, 친구는 이태원 와이키키골목(사고현장)의 술집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었음.뮤지컬이 끝나고 나는 기념품에 정신 팔려서 공연장에 한참을 더 있었음그러다 친구 전화가 와서 전화를 받았는데친구가 남친이랑 싸우고 나왔다고 빨리 이태원으로 오라 함
그래서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이태원으로 가는데내가 길치에 방향치라 지하철을 반대방향으로 타서 시간이 또 늦어 짐
겨우겨우 지하철 타고 이태원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진짜 미치도록 많은 거임지하철 역에서 빠져나오는 데만 30분은 걸린 것 같음.그렇게 겨우 친구 만나서 역에서 빠져나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걸을 수가 없었음태어나서 사람 그렇게 많은 건 처음 봤고,걸으면서 사람들한테 눌려서 숨이 너무 막혔음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들만큼.친구 놓칠 까봐 서로 팔짱 꼭 끼고 사람들한테 떠밀려서 이동했음이동하면서 간간히 사람들 대화소리 들리는데 사람한명이 죽었다는 소리를 얼핏 들음.그래서 친구랑 나랑 둘이는 
"와.. 사람도 죽었나봐... 여기 도저히 못 있겠다. 우리 집근처로 가자"
식의 대화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사람에 치여서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음그리고 또 잠깐 있었더니 이번에는 어떤 아저씨가진짜 생전처음보는 정신나간 표정을 한채로 외쳐댔음
"사람이 스무명도 넘게 죽었어요! 돌아가세요!"
웬 미친 사람이 헛소리를 하는구나. 세상에 또라이가 너무 많다 생각했음.그러고 또 조금 있었더니 경찰들이 인파를 뚫고 나타났음.저쪽으로 가면 안된다고 돌아가시라고 엄청 소리를 질러 댔음.이때까지도 그렇게 심각한 상황인 줄 인식하지 못했음.사람들이 춤추고 노래하고 신나 있었으니까,
경찰들이 나타나니까 슬슬 길이 풀리기 시작했고, 내 의지로 걷기 시작함.친구가 들고있던 케이크는 이미 상자가 다 박살 나서 엉망이 됐고,인파를 헤치고 나오니 길바닥에 주인을 알 수 없는 신발이 굴러다니고 있었음.기자로 보이는 사람이 다급하게 통화하는 소리도 들었고,얼굴이 사색이 되어서 거의 울먹이며 길을 걷는 사람들이 한둘 씩 보이기 시작함.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걸 인지해서 얼른 집으로 돌아가자고이쪽 길 말고 다른 길로 가자고 친구를 잡아 끔.근데 이미 우리는 사고현장에 도착해 버린 거임.
도로에 시체가 끝이 안보이게 늘어져있었고...말안해도 상황은 다 알거임...
너무 충격받아서 과호흡이 옴.숨이 안쉬어지고 죽을것같아서 헐떡이다가 바닥에 주저앉았음친구는 놀라서 울고 주변사람들이 구조대원을 불러줘서 구조대원들이 달려옴근데 내가 숨을 잘 못 쉬니까 피해자인줄 착각하고 나한테 CPR을 하기 시작함.진짜 갈비뼈 다 부러지는 줄... 내가 겨우 정신차려서 공황발작이라고 말했더니구조대원들이 나를 경찰서로 옮겨 줌.
경찰서에서 겨우 안정취하고 호흡 정상으로 돌아오는데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떨림...경찰서 안도 아수라장이었음다리 부러진 사람에 술 취한 사람에 넋 나간 경찰, 형사들에...그냥 악몽 그 자체였음.안정이 되긴했지만 몸에 힘이 빠져서 움직이기가 너무 힘들었음.근데 경찰서안에 자리를 내줘야 해서 그나마 정신 있는 내가 나가줘야 했음.
친구 붙잡고 겨우겨우 나와서 또 인파에 밀려서 걷고 또 걸었음.한 시간 넘게 걸었던 것 같음.어딘지 모르겠지만 버스정류장에 도착했고 버스를 타고 어디라도 이동하려 했는데버스가 다 만 원 이어서 탈 수가 없었음.카카오택시는 잡히지도 않아서 지인이 아이엠 알려줘서 그거 깔아서 그거에 프리미엄까지 붙여서 택시 호출하는데도 택시가 절대 안 잡힘.한시간 반을 더 기다려 서야 겨우 택시 잡아서 10키로 거리 5만원인가 주고 탈출 성공함.
그날 진짜 잠을 한숨도 못 잤음.잠이 좀 들면 꿈속에 그 모습이 자꾸 나왔음.다음날 사촌동생이 운전해줘서 겨우 울산으로 돌아왔고,가족들 보자마자 긴장 풀려서 펑펑 울었음.
겨우 밥 조금 먹었는데 소화가 하나도 안 돼서 계속 소화제 먹고..가만히 있다가 계속 눈물 나고, 하루 종일 그때의 악몽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서숨이 턱턱 막힘.그렇게 지금 몇일을 보내고 있는데출근해서도 도저히 손에 일이 안 잡혀서 미칠 것 같음.잠도 제대로 못 자서 정신이 몽롱하고 계속 꿈속에 있는 것 같고어제는 도저히 안 되겠어서 심리상담 지원해주는 데에 연락해서 방문함.상담을 받긴 했는데 그쪽에서도 이런 큰 사건에 대한 상담은 처음이라면서메뉴얼이라고 알려주는데 그닥 도움되는 것 같진 않았음.오늘은 병원 가볼 생각인데...
웃는 것도 먹는 것도 다 이게 맞나 싶음.그 모습을 다 보고 내가 이러고 있는게 맞는 건가 싶음.
내가 뮤지컬 끝나고 기념품에 정신 안 팔리고 화장 고치느라 시간 안 보내고바로 친구 보러 달려갔더라면, 저 사고현장에 친구 혹은 내가 있을 수도 있었겠단 생각이자꾸 들어서 더 무섭고...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는 게 너무 혐오스럽고...그냥 너무 괴로움...
그 와중에 회사사람들과 주변사람들이 나 현장에 있었던걸 알고"그런데를 왜 갔냐." "다시는 서울 가지마라." "일단 너가 무사해서 다행이다."나 걱정해서 해주는 말인 건 아는데... 이태원에, 서울에 간 게 죄가 된 것 같고...다행이라는 말은 나한테 너무 잔인하게 들려...나 어떡해야 해?
이제와서 드는 생각은.. 미친표정으로 스무명 넘게죽었다고 돌아가라고 목놓아 외치던 그 아저씨... 그 아저씨가 제일 정상이었음.사고현장 바로 근처에서 먹을 거 먹고 춤추고 노래하고 할로윈 분장하던 사람들...정말 몰라서 그랬던 건지 아님 알고도 그런 건지...암튼 다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음...
아직도 너무 무섭고 아직도 너무 괴로워...
친구 남친은 우리 찾으려고 나오다가 그 골목에 사람 깔려 있는 거 다 봤대...사람들이 살려 달라고 손 내미는 걸 우리 찾아야 해서 못 도와주고 온 게너무 죄책감이 든대...
친구도 사고 즈음에 그 골목에서 나온 건 맞는데 다행히 반대쪽으로 나오고해서 사고현장은 피할 수 있었는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하는 건 직감으로 알았대.나랑 같이 사고현장 목격하고 친구도 많이 충격 받았을 텐데 친구는 내가 공황 온 거 본 게 더 충격이어서 나한테 힘들다는 말을 안해아직도 계속 나 괜찮은지만 물어봐...
나는 왜 하필 그 상황에 공황이 와서사람들을 돕기는 커녕 오히려 방해가 되었던 것 같구...내가 공황이 오지 않았더라면 나 구하려던 구조대원분이 다른 분 한 분을 더구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죄책감도 들고...구조대원분들의 다급해 하시던 모습이랑 그런 것들이 다 너무 생생히 생각이 나서정말 너무 힘들어...내 잘못이 아니라고 머리로는 생각하는데 마음이 안 받아들여져....
+정신과 병원 다녀왔는데, 울산, 그니까 지역이 많이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영상 등으로 사건을 접한 사람들이 병원을 꽤 많이 찾았대...나는 간단한 상담하고 신경안정제랑 수면제 처방 받았어.수면제 먹고 겨우 잠을 자기는 했는데 그래도 계속 꿈꾸는 기분? 이 들어
실제 피해자 분들, 유가족 분들, 지인이 사고에 피해자인 분들, 그리고 목격자분들...나보다 더 힘들고 괴로운 시간 보내고 있을 것 생각하니힘들어 하는 것도 미안하고 죄스러워...다들 힘내시라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진 않더라도 무뎌질 거라고 믿고있고...같이 힘내자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영상과 기사들로 충격 받은 사람들도 다들 많이 힘들 거고 괴로울 걸로 알아...언젠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경각심 갖는 건 좋지만너무 많이 생각하고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해요...
너무 많은 소식들과 소문들에 혼란스럽고 더 많이 힘든 시간이겠지만다들 지치거나 좌절하지 말고 너무 많이 괴로워하지도 말고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상에 집중하며잘 지내길 바래요...
나도 나의 일상이 다시 돌아 올 수 있도록 노력할거고 힘내 볼 거야.너무 힘들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다들 서로서로 응원하자!
이번 참사의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추천수6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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