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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신호수 입니다

고수니 |2022.11.08 22:44
조회 3,274 |추천 0
저는 신호수예요. 남편이 전신주에 올라가서 통신작업하면 저는 밑에서 안전봉을 들고 신호를 봅니다.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법이 강화되면서 신호수가 필요하다고 해서 남편과 일하게 되었어요.

남편은 4살어린 직장동생과 2인1조로 한 업체에서 10년 함께 일했습니다.(다른데 포함하면 15년입니다) 남편 말로는 동생이 좀 이기적이긴한데 일을 잘한다고 하고, 마음이 딱 안맞아도 어차피 2인1조로 하기 때문에 오래 일한 동생이 익숙하고, 편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올 2월에 신호수를 구하면서 벌어집니다.

갑자기 개인적으로 신호수를 구해오라는 회사의 통보에 팀장들은 불만이 쌓였고, 회사에 신호수를 구해달라는 요구와 신호수 수수료 협상이 관철 되지 않자 파업을 하기로 했죠.
그런데 저희 남편 파업은 제가 반대했습니다(가장 후회되는 부분인데 그 파업이 10일만에 끝날줄도 몰랐습니다.그렇게 짧았다면 당연히 동참하라고 했을겁니다.) 이미 신호수를 구한 팀들도 있었기 때문에 내가 신호수 할테니 바로 일하자고 했죠. 왜냐하면 가장 큰 문제는 돈이였습니다. 중등 아이들 학원비와 담보대출원리금 갚느라 빚을 지면서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이였죠. 결국 직장동생포함 팀원 몇은 그만두고, 회사직영이라 회사에서 신호수를 구해 준 두팀과 남편만 남게 되었습니다. 저도 바로 일하게 되었구요.

사실 회사에서는 나간 팀들을 다시 부를 계획이었죠. 그 팀원들이 없으면 수익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들도 알고 있었습니다. 다시 불러줄걸요. 그들은 10일간 여행다니고 만나서 술먹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들 절대 못구한다던 신호수를 열흘만에 데리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출근 첫날부터 저희 남편에 대한 왕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일뿐만 아니라 제 문제도 터졌습니다.

4월 초에 제가 골목에 서서 일하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다가오더니 본인도 이 일을 하고 싶다더군요. 마침 앞서 말한 동생 신호수가 두번째 그만둔터라 회사에서 사람관리 못한단 소릴 들어서 자존심이 상해있었습니다. 제가 이 아줌마를 소개하면 마음이 편해져서 남편에 대한 왕따를 멈출까 하는 마음이 들어 흔쾌히 연결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줌마도 저를 이용하더군요. 신호수가 둘이 필요치 않은 장소에선 땡볕에 저만 서있게 하고, 본인은 작업차에 기대서 쉬더라구요. 제가 언니 언니 하며 따르는데도 작업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인사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날도 땡볕에 혼자 서 있는데 개인적인 일로 둘이 두시간 늦게 나왔고, 아줌마가 작업차앞에 서있길래 제가 다가가서 왜 맨홀앞에 안서냐고 하니 그 동생이 다가와서 거기나 여기나 서있기는 마찬가지인데 뭐가 문제냐고 따지더군요. 거의 석달을 이런식으로 지냈고, 제가 그날 딱 한번 한마디 한겁니다.(나중에 들었는데 팀장들이 자기 신호수들한테 저쪽팀(남편과저요)은 협상 안한팀이라고 상종하지 말라고 했다더군요)

이 일을 계기로 그들은 사무실에다 저를 남에 신호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으로 소문을 냈더군요. 그 동생은 같이 파업에 동참한 사람과 붙어서 2인1조가 되었고, 남편은 왕따가 되었습니다.

견디다 못한 남편이 여름즈음 사장님께 그만둔다고 말씀드리니 둘이 한사람 욕하면서 친목을 다지는데 셋이 일할 수 있겠냐며 형님이 왜 그만두시냐고 다독여 주시고, 회사직영팀과 일하게 해주셨습니다.

남편과 10년 일할때는 한번도 그런적이 없었다는데 요즘 그 동생쪽팀은 사무실에 도면주는 직원들과 부장들과도 자주 술먹고 친목을 다지고 있다고 합니다. 남편이 그러더군요. 사무실 직원들과 통화할때 쌀쌀 맞아졌길래 기분탓인가 했었다고요.

그리고 그 둘이 남편과 일못하겠다고 해서 팀끼리 일하는건 배제된 상황입니다.(이건 저희 남편도 어필한거라 타팀 지원할땐 그쪽엔 못나간다고 한 상태입니다)

제가 남편 부탁으로 그 동생가족들 불러서 세번 정도 밥도 해줬는데 저희는 한번도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바로 옆 아파트인데도요 (신도시고 저희가 먼저 이사오고, 동생네는 남편 소개로 이사왔습니다)
참..저 그 아줌마 연결해주고 커피 한잔 못얻어 먹었습니다. 둘 다한테요.

저는 지금 배신감과 억울함 그 어디선가 감정이 소용돌이 치고 있습니다. 남편은 도닦는 심정으로 그저 아이들 바라보며 일하고 있구요.

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뭐가 잘 못된건지 답답해서 글 써봅니다. 그냥 조용히 일하는게 최선일까요? 저희한테는 아무도 말걸지 않습니다. 부부인게 걸림돌인거 같아요. 근데 저는 돈버니 좋습니다. 아이들 학원도 더 보내고 조금씩 저축도 해서요. 그리고 남편도 이젠다른 신호수 구하기 싫다고 해요. 근데 저때문에 남편이 소외되는것 같아 너무 안쓰럽습니다. 어찌해야 하나요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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