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뭔가 하소연 하듯이 반말로 쓸게요.. 불편하시면 죄송해요.
아침에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억지로 일어난다.제발 제발 5시 이길.. 하지만 역시나 6시 30분 일어날 시간이다.출근시간이 일러서 일찍 출근하는 안쓰러운 내남편.역시나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고 깨운다.남편이 씻는 동안 남편 먹일 주스 갈아두고 영양제 챙겨주고,남편 옷 챙겨주고, 남편 배웅해주고 난 씻으러 들어간다.씻고 나와서 밥솥에 밥을 시작하고 국을 살짝 데우고..열심히 화장하고 머리하고 출근준비.옷이나 화장들을 생략하면 아주머니가 생계형으로 일하러 온걸로 초라해 보일까 하는 자격지심에 열심히 준비한다.
7시 20분.. 단잠에 빠져있는 초등학교 1학년 딸래미를 깨우고,욕실에 들여보내고 난 아이 밥상을 차리기 시작.머리를 자르고 싶어하지 않아서 허리까지 오는 긴머리를열심히 빗기고 묶어주고 등교준비.하루종일 학교에서 학원에서 있어야 하는 안쓰러운 내 딸아이.밥먹이고, 옷 입히고, 출근길에 아이 학교앞에 내려주고...학교 앞에 아이 데려다 주러 나온 엄마들이 너무 부럽다.미친듯이 예뻐보인다 그들의 여유로움이....트레이닝 바지에 후리스 걸쳐입고, 모자 하나 툭 쓰고 나온 그들의 맨얼굴이블라우스에 슬랙스에 트위드 자켓에 높은 굽을 신은 나보다 더 예쁘다.나는 얼굴에 바쁘고 분주함이 써있고,그들은 시간적 여유로움이 주는 편안함에 얼굴이 편안해 보인다....딸아이에게 미안할뿐.....
회사에 도착.굿모닝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메일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일이 몰려온다.까마득히 어린 후배들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일거리는 더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여유롭게 커피 한 잔 할 시간도 없이 업무의 연속.
점심시간..회사 구내식당에 밥이 맛이 없다고 다들 투덜거린다.나는 그저 맛있다. 남이 해주는 따신 밥과 국...우리딸은 밥을 먹었으려나. 우리 남편은 식사를 하셨을까?우리딸 오늘 부대찌개가 급식에 나오던데,국 없이 밥 먹기 싫어하는데 하필 부대찌개라 밥 조금만 먹겠구나머릿속은 온갖 걱정뿐인데, 남이 해준 밥은 맛있구나.마시듯이 점심을 해치우고, 은행에 처리해야할 업무가 있어서 외출.은행 갔다 오는길,초등학생 하교 시간인가보다.학교앞에 삼삼오오 모여서 웅크리고 있지만,끊임없이 만면에 웃음 가득한 그녀들의 너무 예뻐보인다.난 오늘 몇번이나 웃었을려나...열심히 일 처리하고 복귀하니 점심시간은 끝-
다시 오후 일과 시작-정신 차리려고 커피 한 잔 내려서 일 시작하고,연말이라 회의도 많고 일도 많고 힘들구나.
6시 칼퇴근 후 귀가.그 시간 맞춰서 학원 끝내는 아이 픽업해서 귀가.외투만 벗고 다시 밥 차리기 시작.점심에 매워서 밥을 많이 먹지 못했다는 우리 딸 배고프다 아우성.짠하고 안쓰러운 우리딸.. 일하는 엄마라 미안해.열심히 지지고 볶아 가며 아이 씻는거 좀 봐주고 밥상 차리니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는 우리딸.. 그래, 내가 이맛에 음식하지...얼른 설거지하고, 빨래 돌리고, 아이랑 조금 대화 하다보니 벌써 8시 30분 남편 귀가.하루종일 애썼을 우리 남편 얼른 밥 먹여야지.남편 밥 차리는 동안 남편은 딸아이 공부를 봐주고,두런두런 대화하는 저 소리 너무 듣기 좋다.착하디 착한 내남편, 밥 먹고 열심히 설거지 하더니,빨래 개는 내 손을 떼어내고 본인이 수건 만이라도 하게 해달라며열심히 개더니 욕실로 직행, 욕실 청소하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딸 내일 학교 갈 가방 챙겨주고,알림장 확인하고 싸인하고, 같이 책 한권 읽어주고 이제 자야할 시간.....
자기관리하는 현대여성이라는 뻘소리로 저녁은 패스하지만진짜 캔맥주 한 잔 먹고싶다.
이렇게 하루가 흘러가는구나................그렇구나...........................오늘도 참 열심히 살았다.
내 몫의 일이 하고 싶었고,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공부해서 연구직 공무원이 되었지만 그럼 뭐하겠노.내 자식 야무지게 챙겨주지 못하고,늘 바쁜 엄마라 미안한 마음 뿐인걸......
자야하는데, 자야만 하는데,인스타에 알람에 한번 들어가본다.와..............세상 예쁜 엄마들 왜이리 많노.언젠가 회사 어린직원들이 하는 팔이피플이 이런분들인가보다.뭐 툭하면 공구.매일 놀러다니고, 사진찍고, 물건 먹고, 마시고, 이용하는거 찍어 공구..심지어 어떤분은 변기 위에 앉아 ㄸㅗㅇ 싸는 모습까지도 사진찍어 올리며효소 선전을 하시더라.다들 열심히 사는구나, 싶은데...
다들 집들을 왜 그리 잘 사시는지.. 삐까뻔쩍 으리으리한 집에서
손대면 톡 터질 듯 팽팽한 얼굴로,옷과 모자, 가방은 기본이오, 양말에 거실슬리퍼까지 명품......돌도 되지 않은 아이가 펜디 옷을 걸치고...심심해서 백화점 갔다가 심심해서 샀다는 명품 사진들..필요 1도 없지만, 매장언니가 친절해서 샀다는 명품들..어쩐일로 웨이팅이 없어서 그냥 들어간건데마침 괜찮은게 있어서 그냥 샀다는 2천만원짜리 시계...남편이 아이 기저귀 뗀걸 축하한다며 사줬단 억대의 외제차.머리 드라이가 맘에 안들어서 즉흥적으로 사서 썼지만자기 스타일이 아니기에 곧 처박힐거란 90만원짜리 모자.아이가 받아쓰기 백점을 받아 기분좋아서 즉흥적으로 여행왔다는 파리 리츠칼튼 투숙기.등등
별나라에 사는 사람들 구경하는 느낌이다.
오늘 하루도 허투루 쓰는 시간없이 열심히 살았는데,내가 이상한건가 싶은 생각까지 든다.나는 멍청하게 살고 있나? 라는 생각까지...이래서 사람은 외모가 타고나야 하는가 싶기도 하고...태생이 부자인지라 부가 세습이 되어 저리 편안히 사나보다 싶기도 하고..그런 의미로 아이에게 미안해지네..그냥 인스타를 끊어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일 열심히 살고 있는데, 이게 맞는건가?분명 나는 매일 열심히 살고 있고, 진짜 허투로 쓰는 시간 정말 없는데,오늘도 자격증 시험을 보려고 연가를 내고 강의 들으러 왔는데,뭔가 자꾸 도태되는 느낌..?나만 제자리에 머무는 느낌...?
나만 이렇게 제자리에 사는걸까? ㅠㅠ나도 학교 끝나고 친구들 집에 데려오고 싶어~엄마가 나도 학교에 데리러 와줬으면 좋겠어~라는 딸아이의 얘길 들으며 나와서 인지 그냥 맘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