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 수능을 본 19살 현역생입니다. 네이트판은 가끔씩 논란의 글이 떴을 때만 찾아오는 정도였는데.. 온전히 저의 마음을 터놓을 곳이 여기뿐이라 그냥 글 적어봅니다. 방탈이라고 그러나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그냥 눌려져 있는 곳에 올리는 점 이해 부탁드립이다.
고1 처음 본 3월 모의고사에서 국어를 제외한 나머지 과목이 6~7등급이었어요. 그 후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열심히 공부만 했어요. 정말 쥐 죽은 듯이 공부만 했어요. 남들 맛있는 거 먹으러 놀러다니고 하고싶은 거 입고싶은 거 원없이 누리면서 살 때 저는 독서실에 처박혀서 공부만 했어요. 학교에 있는 시간, 자는 시간 4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공부에 투자했어요. 설날, 생일, 빨간날, 대체공휴일, 개교기념일, 추석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부만 했어요. 그래서 저 고3 3 4 6 7월 모고 올2등급 나왔어요. 9월과 10월 모고는 영어만 2등급 나오고 나머지는 다 1 나왔고요. 고3 되고서 한 번도 제 성적표에 만족한 적 없어요. 여기서 만족하면 난 그저 그런 인간인거다. 여기서 멈추면 나중에 아무것도 못한다. 이런 생각으로 자만하지 않고 매일을 악착같이 공부하며 버텼어요. 그렇게 버텼는데.. 메가스터디와 대성마이맥의 수능 등급컷을 기준으로 국어1 수학1 사문1 생윤1이 떴는데.. 영어가 5가 나왔어요. 사실 영어 문제 풀면서 저의 답이 이상하다는 걸 느꼈었어요. 그리고 불안한 마음에 채점했는데 역시는 역시네요 영어가 5라니.. 고1 때 이후로 처음 받아보는 등급이었어요. 처음엔 당황했어요. 내가 5라고? 거짓말 가채점 표를 잘못 작성했을 거야 내가 잘못 채점한 걸 거야... 그렇게 4번을 채점해도 점수는 59점.. 5등급이었어요. 그런데 왜인지 화가 나지도, 억울하지도, 슬프지도 않았어요. 그냥 무덤덤했어요. 그냥 제가 5등급이라는 걸 인정했는지도 몰라요. 내 수준이 이 정도니까 나한테 어울리는 등급은 5등급이니까 하고 저도 모르게 인정해 버렸나 봐요. 수능 본 당일 저녁 10시부터 금요일 오후 2시까지 잠만 잤어요. 오늘 먹은 음식도 없어요. 그냥 입맛이 없더라고요.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핸드폰만 했어요. 그러다 친구한테 카톡으로 문자를 했는데 문자 내용은 대충 내 상태가 이렇고 영어가 5가 떠서 재수를 해야 한다. 너는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지만 수고했다. 사람들이 수능 끝나면 푹 쉬라고 하는데 다 개소리다. 하나도 편하지 않고 위로는 전혀 안 된다. 그러니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단지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냥 그것뿐이다.라고 문자를 보내니 몇 분 후에 전화가 오더라고요. 그 친구의 첫마디는 "수고했어, 고생 많았지" 였어요. 근데 왠지 모르겠는데 그 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진짜 왜 눈물이 났는지.. ㅎ 영어 5등급 맞고도 안 울던 나였는데..ㅋㅋ 그냥 저도 모르게 많이 지쳐있었나 봐요. 그 친구에게 저도 모르게 심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있었나 보더라고요. 그래서 전화 끊고도 한참을 울었네요 ㅎㅎ
글을 쓰다보니 생각보디 너무 길어졌는데 무튼 저 재수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해왔던게 있으니까 다른 대학교에 넣어보는 건 어떻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실테고 어떻게 영어가 2에서 5로 떡락하냐고 저는 타박하는 분들도 계실거고 서연고 미만 잡이라고 댓글을 다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세상에는 여러 사람들이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채 살아가니까요. 다만 여러분들에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건 저 정말 열심히 살아왔고,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다는 거예요. 23년에는 새로운 출발선에서 모든 걸 비우고 다시 시작해야 해요. 물론 많이 힘들고 외롭고 저의 삶을 비관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포기하지는 않을게요. 약속할게요. 뭐든지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부턴 쉬워지는 법이잖아요. 19살 현역 힌 번 겪어봤으니 20살 재수생으로 다시 시작하는 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 조금은 수월하게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이번 수능 보신 여러분들 진심으로 고생하셨고 수고 많으셨어요! 최저를 맞춰 대학에 합격하신 분들도, 수능 결과가 좋아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실 분들도, 성적이 좋지 않아 재수하실 분들도 모두 모두 고생하셨어요. 진심입니다. 수능을 보신 여러분들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앞으로의 인생에 꽃길만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다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