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아이를 좋아했다 사랑도 했다
개학하여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니 그 아이를 볼 시간이 적어졌다
그래서 아침마다 전화를 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침부터 그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니 하루가 행복했다
내가 학교가 일찍 끝나거나 안 가는 날이면 그 아이의 학교로 찾아갔고 집까지 데려다줬다
친구들은 그랬다 ‘그렇게 너만 데려다주면 안 힘들어?’
나는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데리러 가는 그 길이 너무 행복하고 설렜다
그 아이는 나에게 데이트를 못 한다는 것에 대해 정말 미안해했다
솔직히 데이트는 당연히 하고 싶었다 다들 남자친구랑 벚꽃 보러 갈 때 나도 가고 싶었고 흔하디흔한 영화 보고 밥 먹는 것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정말 행복했다
그 아이도 행복했을 것이다
그 아이는 남고 나는 여고를 다녔다
학교 적응 기간도 지나고 다들 친구가 생겼을 때 나는 혼자였다
작년에 전학을 와서 아직 어색했고 다른 친구들은 서로 친했다
그 아이는 친구가 많았다 그렇다 인싸였다
내가 친구가 없다는 걸 아는 그 아이는 내 연락을 정말 잘 봐주고 신경도 많이 써줬다 덕분에 학교에서 외롭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신경 쓰이게 하는 거 같아서 친구들이랑 축구도 하고 많이 놀으라고 했다
그래도 그 아이는 나와 놀아주었다
어느덧 1학기가 지나고 방학이 찾아왔다
저번 방학처럼 학원에 공부를 하러 갔다
하지만 이번 방학에는 그 아이가 공부를 하러 오지 않았다
우리 학원에는 자습실이 있어서 스카를 따로 안 다녀도 됐다
그래서 학원에서 공부를 하곤 했는데 그 아이의 부모님께서 이제 집에서 공부하라고 하신 것이다
그래도 학원을 끊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업 때 볼 수 있었다
어느 날 수업이 끝나고 같이 집을 가려고 가방을 챙겼다
그리고 학원 밖을 나가는 순간 그 아이가 할 말이 있다고 하였다
나는 깜짝 놀랐고 할 말이 뭐냐고 했다
“우리 내일 데이트할래?”
난 눈이 두 배로 커졌다 100일 때도 데이트 못 했던 우리가 내일 데이트를 할 수 있다니
정말 믿기지 않았다
부모님께서 내일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축구를 하라고 하셨지만 그 아이는 그 말을 듣자마자 나와 데이트를 할 생각을 했던 것이다
나는 하루 종일 방방 뛰었다
어떤 옷을 입을지 뭘 먹을지 뭐 하고 놀지 정말 생각만 해도 행복했다
남들에게는 특별한 데이트가 아니겠지만 우리에게는 정말 특별한 데이트였다
예쁘게 입고 그 아이와 영화도 보고 밥도 먹었다
그리고 인생네컷도 찍고 둘 다 게임을 좋아해서 피시방도 가고 평소처럼 집도 데려다줬다
그날은 시간이 정말 빠르게 갔다
하지만 그 어떤 날보다 모든 순간순간이 행복했고 웃음밖에 없었던 하루였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반팔을 입던 우리가 후드티를 입는 날씨가 되었다
쌀쌀해진 날씨로 눈이 일찍 떠졌다
평소처럼 핸드폰을 보았다
그 아이에게 장문이 와있었다
이별 통보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실감이 안 났기 때문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집 데려다주고 사진 찍어서 스토리도 올렸던 우리가 헤어지다니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하지만 장문을 읽고 마지막 ‘잘 지내’를 보는 순간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나는 침착하게 그 아이와 대화를 해봤다
그 아이는 남들처럼 데이트도 못 해주고 집에서는 연락도 자주 못 보는 게 너무 미안해서 헤어지자고 한 것이다
나는 평소에 그 아이에게 데이트 못 하고 연락 잘 못 보는 거 다 이해한다고 다 괜찮다고 했었다
그리고 이런 걸로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이걸로 우리가 헤어진다는 건 난 믿을 수가 없었고 이해도 안 됐다
긴 대화 끝에 우리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하였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학교에서는 창문 밖만 보았고 집에서는 그동안의 대화 내용만 보았다
하지만 나는 그 아이가 떠나지 않는다고 믿었고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5일이 지난날 내가 먼저 연락을 했다
다행히 그 아이도 오늘 연락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 아이는 자신의 생각이 너무 짧았다고 하였고 우리는 그동안의 아야기를 하며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우리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