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나 이제 21살이 됐다.무슨 뜻인지 알아?내가 성인이 되었고, 그게 벌써 1년이 지났단 거야.또 내가 아빠 없이 13년을 살았다는거고.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입학하고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졸업하고 대학교에 들어오고 이제 1학년까지 마친 이 시점에 아빠가 한 순간도 없었다는거야.내 인생에는 아빠가 있었던 순간보다 없었던 순간이 훨씬 더 길어.그게 이해를 할 것 같으면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빠나는 늘 사고나던 그날이 생각나.아빠의 시간은 그곳에서 멈췄는데 왜 내 시간은 계속 가는걸까.왜 나만 살아나온걸까.나는 너무 무서워.아빠 없이 지나온 시간이 나는 너무 괴로웠어.너무 무서웠고 슬펐고 아팠어.사라지고 싶은 순간이 너무 많았는데 엄마랑 오빠에게 또 그런 일을 겪게 할 수는 없어서.그 이유 하나만으로 버텼어.
가끔 의미없이 아빠 탓을 해.내게 다가온 너무 많은 불행들을 다 아빠 탓으로 돌리곤 해.이것도 아빠 탓 저것도 아빠 탓.내가 친구들한테 바보같을 정도로 퍼주고 사람 잘 믿는 것도 아빠 탓.그래서 친구들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도 아빠 탓.그게 다 나한테 사랑을 덜 주고 간 아빠 탓이고 세상을 덜 보여준 아빠 탓이고나한테 버팀목이 되어주지 않은 아빠 탓이야.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가끔 이 모든 게 너무 버거웠어.그러니까 억울하면 직접 와서 아니라고 해명해ㅎㅎ.
12월에는 아빠 생일이 있었잖아.기숙사에서 조용히 나와서 소주도 한 잔 했지.아빠 잔까지 놔두고.그리고는 사람 좀 적은 곳에 가서 담배도 붙여줬잖아.맞아 나 담배 펴.그래서 생일이니까 아빠거도 붙여주고 같이 있었지.나 아니면 누가 아빠한테 담배 올려주겠어.
나는 이렇게까지 컸는데아직도 8살에 머물러있는 것 같아.근데아빠가 있으면 8살에 머물러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나는 바보인거야?
술도 안 마셨는데 오늘 왜이러냐.
아빠보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