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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부부가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후기]

ㅇㅇ |2023.01.23 13:53
조회 423,174 |추천 2,181
하루만에 많은 걱정의 댓글을 달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500여개의 댓글에 하나하나 대댓글을 달 수 없을 것 같아 후기비슷한 걸 남깁니다. 모두 자신의 일처럼 화내주시고, 질책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실 이 글을 남길때는 글의 행간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미 어느정도 마음을 굳힌 상태였고, 얄미운 아들내외한테  저 대신 화내달라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남편한테 보여주니,  왜 우리집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리냐며 궁시렁거리더니 댓글보고 꽤 좋아(?) 했습니다. 가장 크게 웃었던 댓글은 아들내외 오면 거실에서 담배 피우면서 있다가 얼굴에 담배연기 한번 뿜어주면 애 봐달라는 소리 쏙 들어갈거라는 댓글입니다. (진짜 이렇게 할까? 둘이서 잠시지만 진지하게 이야기도 해봤습니다. ㅋ)  
어제가 마침 민족의 대명절 설 이었고, 저녁에 딸과 아들부부 모두 저녁먹으러 오라고 했습니다. 오랜만에 상다리부러지게 음식을 내놨어요. 철없는 남매들은 이것저것 막 먹고, 며느리는 조금 힘들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딸에게 남자친구 있냐고 물었더니, 결혼 할지 모르겠지만 남자친구는 있다고 하더라구요.  저녁 먹은 뒤에 커피 마시면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이를 봐준다면 우리 회사 식구들 26명은 어쩌면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들이 씨터비용 조금만 보태달라고 하더군요. (어쩜 이렇게 댓글대로인지) 그래서 댓글이 가르쳐준대로 전세금 빼서 씨터비용으로 쓰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육아 지원 관련 된 자료들 출력해서 주었고, 그중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형광팬으로 표기도 해주었습니다. 지금도, 10년뒤에도 아이 봐줄 일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를 원망해도 괜찮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집에 오지 말라고 이야도 했습니다.  상의도 없이 집에 찾아 한번 찾아 오면 저희 역시 상의 없이 늬들집에 두번 찾아 가겠다고 했어요. 정말 그렇게 할 작정입니다. 그렇게 안하면 시도때도 없이 이렇게 살아야 할 것 같아서요. 

아들은 억울한듯 얼굴이 붉어졌다가 하얘졌다 하고, 딸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자기 얘기 아닌냥 듣는둥 마는 둥 하더라구요. 그래서 딸한테도 너한테도 해당되는 얘기니 똑바로 들으라고 했어요. 결국 며느리는 또 울었습니다. 우는 것까지 말리지는 못해서 그냥 두었습니다. 당연히 "아들은 억울하다"고 하고요. 남편이 뭐가 억울하냐고, "늬들한테 돈을 달라고 한것도 아니고 요즘은 대부분 전세대출 받아서 시작하는데 우리는 그 정도 돈으로 시작하게끔 돈까지 줬는데 뭘 더 바라냐고" 하니 아들이 다른 집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도 봐준다고 하길래" 남편이 그래서 "내가 언제 할아버지 되게 해달라고 말 한마디 했냐" 고 하면서 "늬들 아이는 늬들이 책임지라"고 했습니다. 저 역시 혹시나 아이 낳으면 우리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애저녁에 버리라고 했습니다. 노후는 바라지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노후보장은 자식이 아니라 돈이 해주는것이니까요.  


앞으로 한번만 더 불쑥 찾아오고 맡긴 돈 찾는거 마냥 이러면 우리는 딱히 니들 볼 마음 없다고 도 했어요. 그리고 긴 말 안하고 집에가서 쉬라고 하니 다들 쫄쫄쫄 나가더라구요. 


살면서 아이들한테 단호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적이 없는데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이야기를 하니 꽤 눈치를 보긴 하더군요.  아들이 중간에 말을 끊으려고 하길래 말 끊지 말라고도 하고요.  애들아빠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규모가 크진 않아도 사업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유지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살겠습니까. 아이들 머리 굴리는 소리는 얼굴을 보지 않아도 들립니다. 

많은 댓글로 말씀 해주셨지만 맞습니다. 자식농사는 잘 하지 못했던것 같습니다. 일하는 엄마였기에 아이들한테 맞춰줄려고 더 노력했고, 항상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나의 꿈때문에 아이들이 희생한다고, 우리의 미래때문에 아이들이 희생하는게 아닐까? 이런 죄책감이 항상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오냐오냐 키운게 맞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화가났던건 며느리가 여우여서가 아닙니다. 

아들이 철이 덜 들었던, 병신이든, 영악하던 분명 저런 부분이 있다는걸  알았을텐데 저희 부부가 그냥 눈감고 "우리 아이들은 절대 그럴일 없어"라고 생각 했다는겁니다. 사실, 저희 부부는 이미 은연중에 알았습니다. 아들과 딸 모두 의존적이고 오냐 오냐 커서 기고만장한 부분도 있다는 걸요.  이부분은 미안하지만 누구나 살아가면서 깨어지고 다듬어지기 때문에 지들 인생 사는 동안 깨어지고 다듬어지리라 생각 됩니다. 

앞서 밝혔듯이 제 나이는 55세 입니다. 댓글 들 중에 손주 안보여준다고 할거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저희 부부는 잘 모르겠어요. 이런 글을 쓰면 어떻게 생각하실까 싶은데 사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다는것이 엄청 기쁘거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들부부가 기특한 마음도 있고 저희도 주변에서 본것이 있으니 좋은 산후조리원을 예약해주었고, 임신 축하 선물로 아들 차도 바꿔주고, 며느리 좋은 가방도 선물로 주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저희 부부가 할아버지, 할머니인게 기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 대학 동기들이랑 아직 몇몇 연락하면서 지내는데 할머니는 저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자꾸 친구들이 "00(손주태명) 할머님~~" 이러면서 놀립니다. 여자친구들도 아직 손주가 없고, 남자친구들은 아이들이 대부분 대학생입니다. 저희 남편 친구들 중에는 여자 친구들 정도만 손주가 이제 생기는 정도 입니다. 저희 부부가 생각할때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등은 굽고, 머리가 새하얗고 이도 빠진 그런 모습이어서 그런가봐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손주 안보여준다고 해도 서운할 것 같지 않습니다. (물론 정작 태어나서는 또 모르겠지요) 

저희 부부는 X세대니 뭐니하며 언론에서 한참 떠들어댈때, 친구들은 열심히 홍대니, 강남이니, 압구정이니 놀러 다닐때 아이 낳아서 씨름 하다가 imf에 겨우 살아남고, 몇번의 고비를 넘어 이렇게 저렇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55세&60세라는 나이는 여기 계신 젊은 분들이 보기에는 나이 많은 호호할머니 같아 보여도,  제 나이 55세면 신애라씨, 유준상씨, 윤종신씨 랑 동갑입니다. 얼마전 우연히 기사에는 JLO는 벤 에플랙 이랑 재결합 했다는것도 봤어요. (전 얼마전에야 알았네요) 아직은 젊다고 하면 젊고, 늙었다고 하면 늙은 나이입니다.  어쩜 아직 저희 부부는 젊다고 생각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 사회적으로 활동을 하는 나이고, 감사하게도 흰머리도 거의 없구요.  

하지만 다시 곰곰이 돌이켜 주변을 생각해보면 아직 저는 완경(폐경)은 아니지만 당장 다음달에 완경이라고 해도 이상할 나이가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구두 신을 일이 많지는 않아서 몰랐는데 저번달에 오른쪽 무릎이 이상해서 정형외과를 가보니 무릎의 연골이 늙어서 불편한거라고 하더군요. 20대, 30대때는 하룻 밤 세우고  다음날 편하게 자고 일어나면 큰 불편함이 없었는데, 이제는 밤을 하루 세우면 일주일을 내내 고생합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저와 동갑내기 친구를 1명, 저보다 5살 많은 선배 1명을 떠나 보냈습니다.  이제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나이입니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말이 있는데, 90세 할머니의 조언 중 하나가" 늙어서 가장 억울한건 '나는 언제 한번 놀아보나' 그것만 보고 살았는데 놀아 보려고 하니 다 늙어서 놀지 못한다" 라는 것입니다. 

저희 부부는 더이상 20대초반&20대후반의 그 젊은 시절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낳은것을 후회 하지 않습니다. 그 젊은 시절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절절하게 서로를 그리워하던 그 어린시절로 돌아가지도 못하지만 남은 이 시간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원글에 보면 저희는 임신을 먼저 하면서 결혼을 빨리 하게 되어  신혼생활이란게  없었습니다. 물론 제 옆에 있는 이 남자는 그때의 20대 혈기 왕성한 오빠가 아니고, 저 역시 발랑까져서 자고 가자고 했던 그 20대 대학생이 아닙니다. 

그시절로 돌아갈수는 없지만 아직 조금 이라도 힘이 남아 있을때 온전하게 둘이서만 살아보고 싶습니다. 저희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요? 주변 어른들을 보니 온전하게 걸어 다니는 시간은 75세 넘으면 힘들더라구요. 그럼 저는 20년, 남편은 15년 남은거에요.

아이들 키운 시간보다 훨씬 적게 남은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살려고 합니다. 담배 냄세 몸에 베일까봐 신경안쓰고 편하게 피우고, 집에서는 브라 안하고 티셔츠에 짦은 바지 입고 있고, 피자에 맥주도 밤에 먹고, 남편은 스타크래프트도 편하게 하고, 볼록 나온 배 신경 안쓰고 티셔츠 없이 트렁크 팬티만 입고 돌아다녀도 되는 집. 밤 늦은 시간 안방이 아닌 내 집 어디서나 남편과 속닥거릴 수 있는 집. 그런 집에서 살고자 합니다.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추천수2,181
반대수23
베플ㅇㅇ|2023.01.23 14:06
띄어쓰기 줄안바꾸는 글 진짜 너무 싫어하는데 쓰니님 글은 글을 너무 잘 쓰셔서 술술 소설처럼 읽혀요. 이렇게 현명하고 열심히 잘 살아오신 분들도 품안의 자식이라고 맘대로 원대로 안커주는게 자식이구나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지금까지 굳세게 살아오신 삶이 박수를 보내고 두 분 평안하고 행복한 일상이 은하수처럼 펼쳐지시기를 아드님 따님 대신해 기도드립니다. 행복하세요
베플|2023.01.23 15:51
판에도 보면은 며느리가 손주 안보여줄거라는 협박성 글을 종종보는데, 글읽으면서도 속으로 웃었네요..대한민국 시어머니들은 손주못보면은 피눈물 흘리는줄 아는 며느리들이 많던데.. 솔직히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이라고 외치고 싶었네요..우리 동네 시어머니들 하시는 말씀 들으니 손주보다는 내자식이 더 아깝고 귀하답니다..
베플ㅇㅇ|2023.01.23 14:40
너무 멋있으세요. 본받고 싶은 50대의 멋진 삶이세요. 응원합니다!!
베플ㅡㅡ|2023.01.23 14:28
저번 글 읽을 때에는 좋은 게 좋은 거다 무골호인이신 줄 알았는데(우는 며느리 사건) 차분하게 조목조목 흔들림 없이 짚어주신 거 보고 넘 멋있어보여요! 그리고 더 부러운 것은 남편분과 큰 가치관이 일치하는 점! 정말 두분은 등 맞대고 함께 싸워온 전우이고 베프이고 너무 보기 좋습니다. 자식들이 뾰루퉁 해도 이성적으로 잘 설명하셨으니 할만큼 하셨어요. 받는 걸 감사할 줄 모르는 이를 깨닫게 하는 길은 안 주는 것 밖에 없다고 합니다. 전세금 걱정없이 맞벌이 부부가 애 하나 키우는 데 지금 생활수준은 낮추기 싫으니 ㅉㅉ 암튼 잘하셨고 두분 너무 보기 좋아요!
베플ㅇㅇ|2023.01.23 17:06
저 자꾸 우는 며느리 너무 꼴보기 싫다. 시댁 형편 괜찮아 보이니 시터 쓰고 양육비 보조받으면서 사모님 놀이 하고 싶었나본데. 눈물바람이 남자한테나 먹히지. 내 앞에서 저랬으면 길게 말할 것도 없이 꺼지라고 하고 다신 보지 말자고 했을듯.
찬반남자하이|2023.01.24 07:18 전체보기
딱봐도 주작인데..ㅋㅋ 세상 어느 부모가 공개적으로 아들욕먹이고 아들욕이 여기저기 날아다니는데 기분좋다고 웃냐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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