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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밥

슬픈바램 |2006.11.16 14:00
조회 15 |추천 0

밤새 불 밝혀 맞이한
새벽 저 둥근 달이
서리 맞은 무
한 뼘 베어놓은 것 같아
무밥 먹고 싶다
초겨울같이 내놓은 손 시리고
입도 굳고 귀도 붉어
저 달을 채 썰어 솥바닥에 넣고
내 가슴에 쌀을 안친다
푸른 하늘의 파 숭숭 썰어넣는다
흰구름의 마늘 곱게 다져넣는다
아침 붉게 떠 오르는
고추가루 햇살 살짝 뿌려넣는다
향긋한 마음의 참기름을 섞어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조선
간장에 비빈다
저 무채가 핏기 다 빠져나가고
흐물흐물해진 당신의 팔다리 같아
한 술 뜨니 울컥 눈물이 씹힌다
그렇다 무밥은 눈물과 같이 먹어야
옳은 법이다
뒤주의 바닥 끍는 소리 나고
찬장 속이 텅 비어서
오늘 환하게 기억 되새김질하는
저 새벽달이
그 때 먹은 무 한 조각 같아서
서러워 눈물 날 것 같더니
금세 어두워진 먹장 하늘에서
무밥 같은 소낙비 쏟아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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