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톡을 자주보는 25세 직장인입니다.
지금 구조조정으로 인한 자진 퇴사와 해고가 많은 상황으로 압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기에, 보고 조금이라도 힘내시라는 심정으로 적어봅니다.
저는 약 1년 전 모 중소기업에 입소문으로 거의 스카웃 되다시피 이직을 하였습니다. 이 회사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나름 그 업계에서는 경쟁력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제가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업종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저 그렇게 다니고 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신입으로 입사하여, 대략 5개월간 일했습니다.
이 쪽 일이 힘들다는 건 알았지만 총 인원 30명 이하의 군대분위기인 회사,
절대복종, 성차별 등 현실은 깜깜했습니다. 일이 아니라 그런 것이 더 힘들더군요.
회사 사정도 입사때부터 안좋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자세한 내역을 몰랐기에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내 일부터 잘하자 라며 큰 신경을 안 썼습니다. 이 때 눈치 못챘던게 큰 실수라면 실수죠.
저의 진짜 업무는 전문적인 분야였지만 정말 회사 각 부서의 일을 다 했습니다. 뭐 중소기업에서 막내 사원의 역할이 다 그렇겠거니 생각하고, 그래도 내가 그토록 해보고 싶었던 일인데 열심히 하자 백만번 생각했습니다.
입사 1개월 즈음에는 사장님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갑자기 얼굴을 붉히시며 사무실이 더럽다고 제가 폭탄을 맞았습니다.
그 이후 저는 매일 다른 직원들보다 30분 일찍 출근하여 청소 아주머니가 쓸고 간 사무실을 한 번 더 닦고 제 업무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페미니스트도 뭣도 아니지만 솔직히 그런 건 너무나 싫었습니다. 일로 인정받고 싶어 준비해 둔 게 태산인데 아침에 와서 업무 계획도 못하고 걸레 빨아야 한다는게 너무 싫었습니다. 그러나 암말 못했죠.
약 5개월 정도 지내며, 솔직히 이 정도면 업무적으로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 측에서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제가 가진 특기를 잘 발휘하여 눈에 띄는 성과를 올렸고 한 사람이 처리하기에는 너무 많은, 그리고 분야도 너무 다른 일들을 다 했습니다.
물론 모든 직장인들은 자신의 업무량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단지 그런 문제가 아니고 나의 부서명이 어색할 정도의 잡 일을 다했습니다.
막내라서 그 업무들이 결국 저에게 다 밀려와 떨어진 건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몇 번 못참고 터뜨리기도 했지만 분위기 자체가 제게 동조하지 않아 그냥 회사의 오아시스 같은 마음 맞는 동료와 매일 끝도 없는 고민만 하며 겨우 버티었습니다.
그런데 한 2개월 전부터 회사의 사정이 눈에 보이게 안좋아지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구조조정을 한답니다. 입사 막내인 저도 당연히 사장실로 불려갔습니다.
벼락같이 닥친 일이었습니다. 부모님 지원 없이 순전히 제 능력으로만 생활하는 저로서는 당장 또 어떻게 해야하나 앞이 깜깜했지만, 이 회사에서 내가 이 정도 밖에 안되었었냐 하면서 분개하는 마음이 들어 그래 두고보자 하고 백수가 되었습니다.
백수생활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퇴직이라 위로금이라고 1개월치 월급이 한 번 더 나왔지만 법적으로 근무 6개월이 되지 않아 실업급여도 못받았습니다.
미친듯이 아끼고 정말 급하면 알바도 잠깐씩 하면서 취업전선을 헤맸습니다.
약 3달 정도? 그런데 아마 요즘 상황 같았음 3달로는 어림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말은 좀 뭐하지만 거지꼴로 몇개월간 살면서 자꾸 약해지더군요. 더군다나 생각보다 '짤렸다'는 충격이 너무 컸습니다. 그래서 도전정신도 용기도 너무 약해져만 갔습니다.
모두다 원망스러웠습니다. 그 때는 그래도 나라 경제가 이 정도 어렵지는 않았기에 나라 원망은 안했지만 회사를 원망하다가도 또 내가 부족하거니 하며 자신감을 점점 잃었습니다.
아직 20대 중반의 짧은 인생에서 그렇게 머리 아프게 지냈던 적은 없을 것 같아요.
유사 업종에는 이제 가까이 갈 수가 없게 되었고, 마땅히 내게 맞는 일은 보이지 않고.
이 회사로 이직 안했다면 그냥 잘 지냈을 텐데, 내가 왜 이직을 해서 이런 사서 고생을 할까 이제는 무슨 기준으로 미래를 계획해야 하나 엄청 자책했습니다.
그러나 힘겹게 마음을 잡으며 버텼고
저를 잘 아는 구세주 같은 지인의 추천으로 지금 직장에 어렵게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당시는 일자리가 그나마 좀 있어서 다들 고르고 재서 취직할 수 있었는데,
너무 힘들때는 아무 일이나 닥치는 대로 하자 싶기도 했지만, 결국은 제 자신에 자신감을 가지고 두번은 실수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골랐습니다.
그래서 이전 회사와는 너무 다른 만족스러운 직장, 정말 비교하자면 말도 못합니다.
그렇게 몇개월이 지난 지금, 이전 직장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현재 너무나 어려워진 경제 상황으로 또 한 차례의 대폭 구조조정이 있었다고 합니다.
걱정이 되네요. 지금 퇴사하게 된 옛 직장동료는 하필 이 심각한 취업난에 내팽개쳐졌습니다. 한편 내가 거기서 조금 더 버티다가 지금 나왔다면 어땠을까, 불과 몇개월 만에 더더욱 심각해진 상황. 그 때 단 몇개월만에 짤린 것이 오히려 고맙더군요.
그렇게 생각하세요. 전화위복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세요.
아무리 지금이 심각한 취업난이라고 해도 될만한 사람은 됩니다.
저도 몇개월 붕 떠서 지내면서 몇번이나 좌절하고 포기도 여러 번 했었습니다.
혹시 지금 갑작스럽게 퇴사를 맞으신 분들, 절대로 자신감을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내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회사가 어려워서 그렇게 된거니까요.
저는 지금도 종종 이전 직장에서 겪었던 성차별과 무시가 생각나서 울컥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계속 지냈다면 스스로도 그 정도밖에 안되는 인간이라고 자신을 무시했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때 회사에서 짤린 것에 감사합니다.
또 저랑 같이 퇴사했던 옛 동료 하나도 그 기회에 월급쟁이를 포기하고
자기 하고 싶은 일 찾아 시작했습니다 .
옛 동료가 잘렸다는 갑작스런 소식에 울컥해서 앞뒤없이 적어봤지만
이 기회를 발판으로 삼아 더 잘 될거라고 믿습니다.
지금이 아무리 취업난이라고 해도 될만한 사람은 다 귀신같이 알아보고 데려가니까요.
원하지 않는 상황도 어떻게 보면 인생을 더 멋지게, 180도 다르게 전환할 수 잇는 기회입니다.
취업준비생 분들, 힘내시고 위기를 꼭 기회로 만드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