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중반이다
개고생하며 모은 전 재산과 회사 공금을
코인 투자로 싸그리 공중분해시켰다
횡령 사실이 들통나 직장에서도 잘려 나왔다
그나마 사장님 배려로 고소는 면할 수 있었다
횡령금은 착실히 벌어 갚아 나가기로 각서를 썼다
얼른 갚아야 한다
사장님 동생이 지역에서 이름난 깡패다
사는 곳 월세가 밀렸다
보증금은 다 까인지 이미 오래고
건물주 호통 소리에 버티는 것도 이젠 한계다
수중에 약간 있던 돈으로
길 건너 고시원에 살림을 옮겼다
갖고 있던 세간살이 한평 고시원 방에
다 들일 수는 없으니 팔수 있는 건 팔아 치우고
쓸데없는 짐짝들은 무료 나눔 했다
일단 아무 일이나 해보자 싶어
교차로 신문 구인란을 살폈다
지금껏 해오던 일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은 생산직뿐이다
일터에 첫 출근했다
전 직원 20여명뿐인 규모에 작은 공장이다
대부분이 외국인 근로자다
나이 좀 있어 보이는
흰머리 반장이 따라오라 손짓한다
프레스라는 장비 앞에 나를 안내했다
자재를 넣고 버튼을 누르면 쾅쾅 찍는 장비이다
반장이 몇 사이클 시범을 보이다가
나에게도 해보라 하여 똑같이 해 보였다
만족했는지 입술에 옅은 미소를 띠고
다치지 않게 조심히
하고 있으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종이 울렸다
15분에 짤막한 휴식시간이 주워졌다
탈의실에 들어가 지친 몸을 뉘었다
처음 해보는 노동에 벌써부터 팔 어깨가 결린다
아까 일 알려주던 반장
손가락 몇 개가 없던 게 자꾸 떠오른다
쯧 아무래도 이건 내 일이 아닌 거 같다
입던 작업복을 한쪽에 고이 접어 놓고 회사 밖으로
살금 나왔다
다른 일자리 알아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