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정서적 학대가 제 아이에게까지 이어질까 두려워요
ㅇㅇ
|2023.03.18 17:14
조회 2,265 |추천 6
지금 30대 중반. 올해 아이 가지려고 준비중이에요
일어나지도 않은 먼 일이지만 너무 걱정되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어릴때 부모님 사이가 안좋아서 부부싸움 늘 보면서 컸고 몇년동안 두분이서는 말도 안하고 아빠를 왕따처럼 따돌리면서 산 적도 있구요
엄마는 늘 저랑 남동생 앉혀놓고 아빠욕, 시댁 식구들 욕, 본인 어릴때 돈 없어서 고생했던 이야기를 풀어놓았어요. 기억도 안 나는 어릴적부터 하도 세뇌를 당해서 아빠랑 할머니는 나쁜 사람, 엄마는 착하고 내가 보호해줘야 될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구요. 그 사이사이 너는 아빠를 닮아서 이기적이네부터 시작해서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도 참 많이 들었어요.
그렇게 20년 넘게 충실히 엄마편으로 살다가 25살 되던 해에.. 엄마가 이렇게 나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이용하는게 잘못된 일이고, 가정의 평화를 못지킨 건 부부 쌍방의 잘못이지 아빠만 잘못했고 엄마는 다 잘하기만 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커서 보니 아빠가 그렇게 나쁜 사람도 아니었고, 저는 엄마의 상처를 보듬어주느라 겉으로만 철이 일찍 들어 속은 텅 빈채로 사회에 내던져졌구요. 며칠 전 안방판사라는 프로그램을 보는데 거기서도 배우자의 험담을 자식에게 하는 것 또한 심각한 정서적 학대라고 명확하게 나오더라구요..
그렇게 엄마가 나에게 잘못한게 많다는걸 깨달은 날부터 엄마랑 엄청 싸우기 시작해서 나한테 그런 안 좋은 소리 그만하라고 하고 자주 보지도 않고 거리두기 하고, 또 부정적인 얘기 하려고 하면 온 힘을 다해 끊어내면서 살았고.. 지금은 많이 나아져서 정서적으로 안정된 남편 만나 좋은 생각만 하면서 살려고 노력중이에요.
그런데 아이 가지려고 생각한 순간부터 걱정인게.. 엄마가 미래의 제 아이에게도 할 말 못할 말 못가리고 안 좋은 얘기를 많이 할 것 같거든요. 몇달 전 아빠 없이 남편이랑 엄마 셋이서 한 번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날 남편이 엄마 얘기를 잘 들어드리니 마지막에 결국 본인 시집살이한 얘기를 꺼내더라구요. 저는 골백번도 더 들은 그 지긋지긋한 얘기를요. 이제는 제가 안 들어주니 사위를 붙잡고 한풀이를 하는데 정말 넌더리가 났어요.. 본인 몇십년전 상처받은 얘기를 제 남편이 도대체 왜 들어드려야 하나요.. 그만하라고 하고 바로 정리하고 나오긴 했는데 그 이후로 아이에 대한 걱정이 더 커졌어요.
엄마는 결국 죽을때까지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고.. 그런 얘기를 자식들한테 하는게 얼마나 큰 잘못인지도 모르는 것 같거든요. 앞으로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구요. 제 미래의 아이는 평생 단 한 번이라도 그런 안 좋은 얘기 들으면서 감정 쓰레기통 노릇 하면서 살게 하고 싶지 않은데…연을 끊는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어떻게 해야 아이를 정서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이런 걱정이나 하고 있는것도 참 어이가 없고 씁쓸하네요..ㅎㅎ
남편에게도 조심스럽게 털어놓고 얘기해봤고, 남편은 우리가 사랑을 잘 주면 가끔 보는 할머니의 말 정도는 아이가 심각하지 않게 넘겨버릴 수 있을거라고 하는데.. 제가 외할머니랑 가깝게 지냈어서 그런지 할머니의 영향도 클 것 같아서 너무 걱정입니다.. 현명한 조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