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눈팅만 하다가 제 자신이 너무 처량해서 글을 써봅니다.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이번주 저랑 남편 둘 다 휴가입니다.
간만에 같이 휴가여서 어젯밤 자기 전에 딸내미 보내 놓고 (어린이집을 다닙니다) 카페에 갈까? 영화를 보러 갈까?라고 카톡을 보내놔도 답이 없었습니다. (저는 일찍 자고 남편은 서재에서 놀다가 늦게 자느라 카톡으로 남겼습니다.)
이미 이때 제 기분이 상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아침 일입니다.
딸이랑 남편이 아침에 먼저 일어났고 제가 삼십분 정도 뒤에 일어났습니다.
일어나서 몇십분이 지났는데 아침 인사도 없고 생일 축하 인사도 없길래 “오늘 나 생일인데 아무도 인사가 없네?”하고 투정을 부렸더니 남편이 짜증을 냅니다.
딸에게(남편은 딸 바지를 입혀주고 있었음) “오늘 엄마 생일이야 축하해 주자”라고 하자, 딸이 “혼자 바지 입을 수 있는데!!” 라며 땡깡을 피웁니다. (요즘 한참 혼자병에 걸린 딸입니다.)
그러자 남편이 두 눈 꼭 감고 깊은 한숨를 내며 안방에 들어가 눕습니다. 제가 받은 기분은, 마치 저때문에 딸내미가 땡깡을 피웠다는 뉘앙스의 짜증이었습니다.
(결혼 6년차입니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이 시간동안 한 가지 얻은 능력은 (모든 부부가 그렇듯)표정만 보면 대충 짐작이 옵니다.)
저는 딸내미 아침밥을 먹이고 이런저런 준비를 했고 남편은 아까 그 자세 그대로 침대에 누워있었습니다. 아마도, 너때문에 기분이 나쁘다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거 아니었을까 합니다.
딸 등원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딸이 월요병(정확히는 화요병이죠, 어제 노동절이라 하루 더 쉬었습니다)이 와서 안 가겠다고 엉엉 웁니다. 아빠한테 찰싹 달라붙어서 떨어지질 않습니다.
삼십분 정도 실랑이 하다가 극적 협상 하에, 딸이 엄마랑 아빠랑 같이 등원하는데 아빠가 안고 어린이집까지 가야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편은 딸을 안고, 저는 딸내미 가방과 이불가방을 들고 셋이서 등원을 합니다.
딸내미를 들여보내 놓고 서로 각자 말 없이 집으로 돌아옵니다.
저나 남편이나 아침에 서로 기분이 나빴고, 둘 다 딸내미랑 실랑이 하느라 진을 다 뺀 상태였습니다.
집에 와서 저는 딸내미 방에 들어가고 남편도 본인 할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한시간 정도가 지났을까요.
남편이 제가 있는 방문을 덜컥 열더니,
“뭐하는데? 나한테 뭐가 그렇게 불만인데?” 라고 싸우자는 말투로 쏘아붙였고 저는 답하지 않습니다. 몰라서 물어?라고 하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그러자 “니가 먼저 나한테 말 안 한 거야, 어?” 하고 문을 쾅 닫고 나가는 남편. 이때가 10:30 정도였습니다.
원래는 생일날인데 둘 다 휴가이고, 딸내미 어린이집 간 시간에 둘이 맛있는 거나 먹자며 제가 좋아하는 식당에 점심 예약을 해두었습니다.
이 기분으로는 도저히 갈 수 없을 것 같아 식당에 양해를 구하고 예약을 취소했습니다.
저는 방에서 계속 보고자 했던 퀸메이커를 봤습니다.
보면서도 생일 축하한다고 말 해주는 게 그리 힘든가? 싶은 서운함 마음에 눈물도 흘렸습니다.
남편은 서재에서 혼자 놀았겠죠?
어느덧 오후 3시가 되었고,
남편은 딸내미 픽업을 갔고 저는 피부과 예약이 있어서 집을 나섰습니다.
(점심예약 취소한 걸 남편한테 안 알려줬는데 당.연.히. 저한테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피부과에 대기 시간이 길어 한 시간 정도가 지났습니다.
병원에서 집으로 걸어오며, 혹시나 남편이 돌아오는 길에 케이크라도 사왔을까? 하고 괜한 기대를 했습니다.
(집 앞 뒤 옆 케이크 살만한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역시 기대 같은 건 하지 말아야 하나 봅니다.
집에 들어오니, 5분도 안돼서 남편은 말도 없이 휙 하고 나가버립니다.
저녁 시간에 맞춰서 오려나, 했는데 하도 안 와서 딸래미가 아빠한테 전화 해서 물어본답니다.
“아빠 언제와?”
“아~ 아빠 좀 늦으니까 엄마랑 밥 잘 먹고 있어~”
아..
그래서 저는 배민을 엄청 뒤집니다.
뭘 먹어야 할지 못 고르겠더라구요.
아까 피부과 가기 전에 딸내미 외출 가방에 넣어둔 먹다 남은 스타벅스 초코 쿠키 반조각 먹은 게 다였습니다.
서글퍼서인지 더더욱 메뉴를 더 못 정하겠더라구요.
고르고 골라 저와 딸내미가 같이 먹을 수 있는 김밥과 돈까스를 주문했습니다.
한참 먹고 있는데 남편이 귀가했습니다.
당연히 딸내미한테만 말을 합니다.
저는 또 혹시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이제는 생일 축하한다는 말 한 마디 하겠지? 웬걸요, 그런 건 없습니다.
다들 그러시갰지만 요즘은 카톡에 생일이라고 뜨니, 많은 사람들에게 안부인사와 같은 생일 축하를 받게됩니다.
가족(친정식구, 시댁식구)분만 아니라, 친구들, 직장동료, 옛 직장동료 등등 모두에게 생일 축하를 받게 되고 오늘도 그러했습니다.
안부인사 같은 인사면 어떻습니까, 제 생일이 오늘인지 몰랐으면 어떻습니까. 알림을 보고 잠깐 시간을 내서 인사해주는 게 생각해보면 참 감사한 일입니다.
생일 축하해 이 한 마디가 그리 어려웠던가요?
저는 아직도 남편에게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카톡으로나 구두로나 그런 건 없습니다.
같이 속해 있는 단톡방에서도 사람들이 인사를 하는데, 남편만 말이 없습니다.
친정부모님은 지금 해외에 계셔서 오늘 뭐 했는지 뭐 맛있는 거 먹었는지 간만에 둘이 휴가인데 뭐 재밌는 거 하고 보냈는지 고괜히 생일이라니 궁금해하시는데 제가 할 말이 없어서 화제전환만 여러번 했습니다.
지금도 밤 9시가 지났는데 서로 말도 안 하고 있습니다.
딸내미 앞에서는 멀쩡한 척 하지만 서로에게 정말 필요한 말만 하고 대화는 아예 없습니다.
생일이 뭐 대수인가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밥 한 끼 먹고 그러는 거 아닌가요.
제가 남편에게 명품들 사달랬나요 휴가를 보내달라 그랬나요 비싼 레스토랑에서 거한 한 끼를 사달라고 했나요?
그냥 따뜻한 인사 한 마디가 듣고 싶었을 뿐인데 그걸로 저에게 이렇게 짜증과 화를 내고는 제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행동을 합니다.
제가 아침에 한 그 한 마디가 그렇게 이기적이었을까요?
적다보니 엄청 길어졌네요.
하소연 하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딸내미에게는 생일 축하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빠가 저녁에 외출했을 때 딸내미한테 “오늘 엄마 생일이야!” 랬더니 “엄마 생일 축하해!!”라고 해주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