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고 기른걸 꼭 감사 받아야 하나요..?
ㅇㅇ
|2023.05.08 13:25
조회 63,167 |추천 108
저는 만 6세 딸 하나 키우고 있는 아줌마입니다.
아이를 임신하고 낳아서 기른 근 7년의 시간동안...
뭔가 눈 속에 먼지처럼 불편하고 껄끄러운 느낌이 나던게 있어요.
어버이날이 돌아오면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에서 아이가
어버이의 은혜를 배우고 작은 선물을 만들어 오는데
그걸 받는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아요.
제가 갖고 싶어 가졌고, 낳고 싶어 낳았고
그러니 당연히 열과 성을 다 해 제 의무를 다 했을 뿐인데
오히려 잘 먹이고 입히고 기르는 걸 안하는게 천인공노할 짓이지
아이가 저한테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물론 저도 지금 38살인데... 자라면서 어버이의 은혜 엄청 주입 받았죠.
엄마가 밥을 해주는 것도, 아빠가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하시는 것도 다 감사...
정작 전 4학년때부터 남동생들 밥, 등교 책임지고 고등학생때부터 용돈도 없었지만..
그래도 '낳아주셨으니 감사'해야 한다고 배웠어요.
느꼈다기보다 배웠다가 맞아요...
막 배를 굶진 않았지만 윤택까진 바라지도 않았고.. 좀 가난했어요.
명절 전후로 스팸 들어오니 그게 고기 반찬이었고, 졸업식에 탕수육 시켜주시는 정도?
돼지 김치찌개, 소고기 무국 이런거 먹었지만... 굽는 고기는 대학가서 처음 본 정도..
공부도 저 혼자 했고, 수학여행경비는 진짜 별에별 소리 다 들어가며 냈어요.
너는 차~~~~암 좋겠다. 아빠 사업 힘들고 니 동생들 학원비 내기도 어려운데
놀러가는거에 말 몇마디로 돈이 이렇게 나오고? 응?? 뭐 이런소리들..
근데 이정도 상처는 흔하다고 생각해요. 맞은것도 아니고 욕을 한것도 아니니까.
근데 제가 그냥 외운 숙어처럼 부모님 감사합니다. 할때는 아무 감정이 없었는데
제가 엄마가 되고 나니까 기분이 너무 이상해요...
저도 아이한테 어른이든 친구든 무언가를 우리 딸에게 주거나 해주면
감사하다고 꼭 공손하게 인사해야 한다고 하루에도 몇번씩 가르치고
아이가 먼저 감사하다 잘 하니까 이젠 잘 기억하고 있다고 칭찬도 하는데..
제가 아이한테 생존에 꼭 필요하진 않은 장난감이나 간식을 준 것도 아니고
아기가 부모님이 자기를 먹이고 입히고 기르고 교육하는 것..
심지어 낳은 것 까지 왜 감사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진짜 모르겠어요..
그래서 아이가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해사하게 말하면..
엄마가 더 고마워~ 우리 아가가 엄마 딸 해줘서~ 라고 대답하긴 하는데
그럼 아가는 엄마도 우리 엄마 해줘서 고마워요~ 하는데... 다시 속이 답답해요.
전 아이가 당연히 누려야 할 본인의 권리나 특권은 아주 구김없이 받아들였으면 해요.
저는 이상하게 내가 받아 마땅한 대접인데도 불편하고 의심할때가 많았어서
우리 아이는 좀 더 편하게 누리고 받고 그만큼 소중한 이에게 베풀고 살았으면 하는데
낳아주신 것에, 길러주신 것에, 안전하게 지켜주신 것에 감사하는 건
너무 과한 감사가 아닌가... 당연하고 기분좋게 누릴만한 일이면 좋겠다 싶어요.
그래서 사실 속으로는 아냐. 이런건 감사하지 않아도 돼. 라고 하고 싶지만
저 혼자 아이를 다르게 키우면 사회의 시선에서 눈총 받을까 걱정도 되구요..
제가 머리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게 아니라..
이 떫고 씁쓸한 기분은 뭐지... 먼저 감정이 느껴진 부분이라 무시가 잘 안되네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아이가 부모님께 어디까지 감사해야 할까요?
- 베플ㅇ|2023.05.0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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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니가 사랑받고 자라지 못해 공감 못하는거죠. 나이 먹을수록 최선을 다해 키우고 사랑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부모로서 당연한거라도 안그런 부모도 많으니까요.
- 베플남자휴가|2023.05.0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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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호의를 받을 줄 알아야 다른 사람에게 호의를 배푸는 사람이 될텐데.. 아이가 감사하다면.. 그 호의를 다르게 생각할게 아니라 그저 더 사랑해주면 될텐데.. 입으로는 내가 더 고맙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니.. 안타깝네..
- 베플중년여자|2023.05.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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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글에 공감합니다. 저도 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 베플샴|2023.05.0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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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부모의 희생을 당연시하고 감사할 줄 모르는 아이로 키우고 싶단 거예요? 본인은 본인이 겪은 유년기,성장기 트라우마로 아이를 괴롭히지 않겠단 의지가 강하겠지만, 그런 생각이 역으로 아이를 평범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다른 애들은 그냥 부모님의 사랑을 생각하는 그런 날인가보다~하면서 받아들이고 넘어갈텐데 혼자서 사사건건 시비 걸면서 그게 왜 감사해? 그건 당연한거야 라고 말하는 피곤한 인간으로 키우시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