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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동생이 갑자기 떠났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웠고 예상치 못했던 일이기도 하지만 워낙 건강했고남편처럼 가족 모두에게 든든한 성격이라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갔어요.사람 죽는거 순서없고, 어떤 순간에든 갑자기 부지불식간에 닥치는게 죽음이라지만그 애가 왜.. 이렇게 갔어야 했나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 다들 기가막혀 합니다.그럼에도 고인이 된 그 애를 위해 장례는 치뤄야하고저도 소식듣자마자 남편과 함께 바로 합류했어요.가족친지 분들은 물론, 많은 분들이 와주셨음에도 남편과 저는 그 애의 친구들에게 모두 연락을 넣지 못해 마음이 쓰렸습니다.
몇몇 대학교 친구들은 남편도 아는 사이라 연락이 닿아서 당장 오지 못하니화환도 보내고 둘째 날, 퇴근 후 멀리서 곧장 찾아왔더라구요.너무 고마웠어요.
영정 사진도 좀 더 괜찮은게 찾아보면 있었을텐데.. 싶지만 그래도 나름 이쁘게 나온 사진이라 생각했어요.무심코 그 사진을 볼때마다 한번씩 현실감이 없고 이게 그 애 장례식이 아닌 다른 분 장례식인거 같고.. 그래서 당장에라도 그 애가 아무일 없다는 듯이 머쓱하게 크흠! 소리내면서 신발 벗고 들어와 남편과 대화나누다가.. 멍때리면서 주변 돌아보다가.. 평소 습관처럼 폰 게임할거 같고... 분명 최근에도 봤는데 같이 수다도 떨고 셋이서 밥도 먹고 그랬는데 바로 전날만해도 남편과 통화도 했는데우리도 그렇지만 그 애도 황당할거 같고... 그랬어요.하지만 죽음이란게 원래 그런거니까.. 속으론 제대로 준비가 안되어 있어도 다들 잘 보내주려고 부단히 애쓰고남편은 최대한 울음을 삼키고 자리를 지키면서 조문객들에게 예를 다하고 사람들도 갑작스런 소식에 혼란해하면서도 어떻게 찾아와서 가족들 위로하고 그랬네요.
남편도 시부모님도 심정이 어떨지, 저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상상이 안되서 늘 조마조마했어요.당차고 밝았던 어머니는 금방이라도 실신하실듯 목놓아 우시고, 근엄하지만 상냥하신 아버님도 눈물을 보이시고, 오빠는 얼굴이 벌게질지언정 계속 울음을 삼키니.. 모두가 너무 안쓰럽고 제가 당장 할 수 있는게 없어서 답답했어요. 더구나 임신 중이라 가족들도 친척분들도 다들 무리못하게 계속 누워있으라고 앉아 있어도 오래 앉으면 배가 눌려서 힘들다고 또 눕히시고,반찬은 아예 나르지도 못하게 철벽치고 다들 막으시고,제가 크게 할게 없더라구요. 그래서 더 미안했어요. 그 애한테
그런 와중에 수 많은 화환들이 주변에 배치되고수 많은 조문객들이 찾아왔는데저를 통해 오빠와 안면이 튼 지인들은.. 아무도 오지도 않고하다못해 화환은 보내리라 생각했는데..
친정 부모님은 첫날 그래도 다녀가셨어요하지만 미리 소식을 전한 제 형제도.. 오빠를 아는 친구들도..심지어 오빠 회사 쪽 일을 의뢰받아 세,네번 작업한 적도 있는제가 일하는 회사 대표조차 오지 않았고 화환조차 보내지 않았어요.다들 바빴겠거니.. 경황이 없었겠거니.. 그렇게 생각하면서도그 애 가는 길에 아무 보탬도 되주지 못한게 씁쓸하고...남편한테도 정말 미안해서.. 도리어 그런 와중에 남편은 저를 위로하더라구요.
그러다 발인할 때가 다가와서 임산부인데 발인은 아닌거 같다고 다들집으로 보내셔서 남편 배웅받으며 집으로 왔는데 가족들 힘들까봐 참았던게뒤늦게 터졌어요. 그냥 미친년처럼 엉엉 울었던거 같아요.처음엔 충격이었고, 그 후엔 허무했고, 그 뒤엔 미안하고 그러다..갑자기 턱하고 절망감이 닥쳐서 멈추지를 못하고 울었네요.
그 애가 갑자기 갔지만 적어도 가는 길에 뭐라도.. 꽃길에 조금이나마보탤 수 있을 줄 알았는데..애초에 제가 가정주부였어도 이렇게까지 비참했을까..난 분명 직장인이고 사회에서 활동하면서 나를 이해해주는 친구들도 있고형제도 있고.. 그렇다 생각했는데 나란 존재가 이렇구나 사회에 몸 담고 있다 생각했는데 난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그래도 그 애 가는 길에 누가 되진 말아야 하는데 난 정말 아무것도 못해줬어요.내가 어떤 취급을 받던 늘 내 스스로 당당하면 그만이다 생각했던게일순간 무너졌어요.
뱃속에 애를 생각하면 이러면 안되는걸 알면서도 눈물이 참아왔던건지어쨌던건지.. 자꾸 불쑥불쑥 나네요차마 맘 추스리기 힘들 남편한테도 말을 못하고 너무 힘들어서 친구들 단톡에 글을 올렸는데..위로는 하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감정까진 없는 거 같아서..원래 이런건지..내가 그 애들 말마따나 생각을 그만하고 쉬는데 집중해야 하는데 멈추지 못하는건지..
대표는 둘째 날 온다고 했지만 늦은 시각까지 아무 소식이 없어서 연락을 했었는데 몸살인거 같더라구요.부조는 출근하게 되면 그날 직접 저한테 전달하겠다고 하셨어요
좀 딴 얘기지만 평소 우울증은 되게 어릴때부터 겪어왔는데.. 최근에 공황장애라고 진단을 받았어요. 그것도 알고보니 증상을 앓은지오래되어 보인다고.. 저는 제 스스로 우울증만 있다고 생각해왔는데아니더라구요. 여러 증상들이 있긴 했지만 숨이 안쉬어져서 쓰러지기직전까지 가는 증상은 비교적 최근에 반복적으로 겪고 있어서전 이 증상만 두고 공황장애인거 같다 싶어 병원에 간거였어요. 뱃속에 아이가 위험한 상황이니 여태 머뭇거리던 걸음도 곧장 직진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이제서야 제가 정서적으로 한계에 계속 오래 노출되어 있었다는걸 알게 됐어요.하긴 나조차도 내 스스로에게 이리 무심하니 남들이라고 다를까라는 생각도 드네요.오늘 새벽 그 아이 발인이 끝났어요.서로 호칭 따로하지 않고 서로 누나, ㅇㅇ아 하고 부르면서 지내왔는데평소에도 아무것도 해준게 없다는걸 깨닫고나니 나부터도 참 잘못해왔구나 싶고많이 되돌아보게 되네요.사람이 사는 동안 후회가 아예 없을 순 없겠지만 그 애가 미련없이 어려움없이좋은 곳에 잘 도착해서 평안했으면 좋겠어요. 여태 가족 모두에게 더 없이 큰 바위처럼 든든하고 착했던 그 애의 안식을 빌어주세요. 두서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애기도 많이 힘든지 계속 배를 차네요. 어디 하소연이라도 하지 않으면 자꾸 눈물이 터질 것 같아 여기에 적고 이제 그만 울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