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귀거래사 (新歸去來辭) 53
숲과 바다가 보이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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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햇살 가벼이 곱게도 내린 참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하늘은 아이의 순진한 눈망울처럼 거짓 없는 푸른 빛 가득 안고
있습니다.
목련이 드디어 순백의 순정으로 하나 둘 터지고 있습니다.
며칠내로 내가 봄이로소이다 하며 활짝 피겠지요.
정말이지 계절이 바뀌어 가는 것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따뜻한 봄이 창 가득 들어오는 정경을 나는 포만감을 느끼며 봄을
내다봅니다.
어제는 숲을 찾았습니다.
숲 속의 냉기도 점점 말라 가고 있었습니다.
봄의 전령 생강나무 노란 꽃 이파리에 나도 몰래 끌려 꽃 아래 앉아 보았습니다.
생강꽃과 산수유꽃은 쌍둥이처럼 닮았습니다.
피는 시기와 나무의 생김새도 비슷합니다.
아직도 나는 두 노란 꽃을 구별 하지 못합니다.
새 봄을 위해 아껴온 것들, 지난겨울 움츠리고만 있었던 시간들을
수줍게 핀 생강꽃아래 곱게 묻어 버립니다.
양지바른 들녘에서 나물캐는 할머니의 소쿠리에 향긋하고 풋풋한
봄이 한가득 담겨 있습니다.
곱게 핀 노란 민들레꽃도 보라색 제비꽃도 이 봄들어 처음 보았습니다.
그 반가움과 감격은 작은 감동과 가슴 뜰리는 흥분이었습니다.
얼음이 녹고 그 틈 사이로 파란 새싹이 움돋으며, 시냇가에 버들개
지도 움이 터고 있습니다.
3월은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고 그 속에 얼어붙었던 땅을 헤치며
파랗게 내미는 새싹은 신비롭기만 하고 모든 생명이 싱그러움 가득
한 참 좋은 생동의 달입니다.
숲에서 내려다보이는 한적한 포구의 아침도 갈매기 노랫소리로 봄
이 열리고 있습니다.
파도 하나 일지 않는 명경알 같은 남빛 바다가 가슴 가득 희망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마음속으로 그리는 것은 가슴속 깊이 꼭꼭 묻어둔 내
삶의 원초적 이유를 가늠하는 속 깊은 푸른 바다입니다.
숲에서 나와 한적한 바닷가 마을로가는 좁은 비포장 길 빠져 나가
면 점점이 떠 있는 작은 배들을 눈이 아프도록 바라다 볼수 있는
동화처럼 아늑한 마을이 어서 숲에서 나와 포구로 달려오라며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달리 생각하면 숲과 바다의 아름다운 질투입니다.
나이가 들면 양지바른 바닷가 마을 그곳에 보금자리 틀고 싶었습니
다.
지금도 나의 소망은 남빛 바다가 흥겨운 포구의 작은 마을이랍니
다.
꿈을 많이도 꾸고 지우기도 하였던 청춘의 시절, 바닷가 작은 포구
마을이 바다를 사랑하도록 나에게 마법을 걸었습니다.
바다가 나를 바다를 사랑하도록 유쾌한 마법을 걸었었지요.
바닷가에서 태어나 바닷가에서 자라난 나의 마음은 바다가 어머니
랍니다.
마음 넓어지는 감성으로 남들이 볼 수 없는 무형을 볼 수 있도록
바다는 나를 그렇게 키워 왔었지요.
일상을 바다를 바라다보며 지낼 수 있는 나를 남들은 참 부럽다고
합니다.
좋은 바다 소식 있으면 티스푼 하나에 담을 수 있는 그리움이라도
보내달라고 살며시 부탁들 합니다.
티스푼 하나의 그리움이 아니라 담을 수 없을 만큼 큰 그리움이 바다
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바다를 좋아할 수는 있어도 바다는 사람을 좋아하
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바다를 보고 바다를 깊이 생각해 봅니다.
일상의 우울함과 부끄러움을 털어 버리고 바다의 넉넉한 품에 마음
담아 봅니다.
상처받은 마음과 무너진 신뢰, 불안과 불확실성, 아쉬움과 안타까
움, 장마보다 긴 우울을 바다는 그 넉넉함으로 씻어 줍니다.
뒤로 보이는 숲과 앞에 펼쳐진 바다는 내게 있어서 진지한 생명의
터이며 한결같은 믿음과 떠날 수 없는 생각의 고향입니다.
김 명 수
들꽃(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