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해 군대가는 20대 초반 남학생입니다
글이 좀 깁니다...
사실 판은 네이트온 켜면 맨날 올라오는 오늘의 톡으로 보기만 해봤지 쓰는건 첨이라..
이 얘기는 저희 아버지에 관한 얘기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그냥 대한민국에서 50을 눈앞에 두고 있는
평범한 40대 중년 경상도출신 남자 이십니다.
스무살 무렵 상경핫서 사투리를 많이 쓰시는건 아니지만
경상도 남자 하면 다 아시죠, 특유의 무뚝뚝함 뭐 굳이 혈액형 말씀드리면 A형이시라는거..
어쨌거나 애정 표현도 서투시고 평소에 말수도 그렇게 많지 않으신 분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맞벌이를 해오셨는데, 어머니가 맞벌이를 하시다보니
집안일에 조금 소홀해지시면 맛있는 반찬도 해주시고 가끔 아버지만의 특식도 해주시며 간접적으로 자식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시는 편입니다. 밖에서 뭐가 맛있어 보였다고
사와서 가져다 주시고...
아버지는 결혼하기 전에도 고생하며 자라셨습니다.
친가쪽이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버지의 어린시절만 해도 굉장히 가난해서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일찍 돌아가셔서..) 게다가 아버지가 차남이시다보니 학교도 제대로 졸업을 못하셨습니다. 제가 알기론 초등학교 졸업하시고 중학교도 제대로 못가신 것 같더라고요.
특히 젊으셨을 때 농장에서 일하시다가 우유탱크가 폭발해서 상반신에 흉터가 심하셔서 군대도 면제받으셨어요, 그만큼 힘들게 사셨던 분입니다.
하지만 직장에서 저희 어머니 만나 결혼하시고 절 태어나게 하셨고,
제가 SKY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대여섯개 손가락 안에는 꼽히는 학교에 입학도 했고, 아버지 고생하신거에 잘 따라왔다고 생각합니다.
아 서두가 너무 길었네요,
이런 완벽해보이는 아버지께 한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바로.. 도박입니다.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또 과거 앨범을 몇번 들추어봐도) 아버지는 젊었을 적 친구들과 어울려 음주가무를 매우 즐기셨다고 합니다. 지금도 술은 굉장히 좋아하시고, 친구들과 굉장히 자주 어울리십니다. 일주일에 집에 일찍 들어오는날을 하루 이틀 꼽을까 합니다.
그런데, 그냥 음주가무를 즐기는게 아니라 고스톱을 함께 즐기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태어나기 전, 즉 신혼 때 밤이 새도록 고스톱을 즐기시다가 심지어는 며칠 안들어오는 일도 있으셨고 제가 태어나고 나서도 그런일이 빈번했다고 합니다. 그 때마다 어머니는 저를 등에 업고 아버지가 언제오나 집앞에서 기다리셨다고 하네요.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중학교 갈때까지만 하더라도 눈치도 별로 없고 그러다보니 아버지가 직장에서 그냥 회의이런걸로 늦으시나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아버지가 딴짓을 하고 계시다는걸 눈치챘습니다. 사실, 아버지가 제가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까진 의류를 만드는 재봉일쪽을 하셨기 때문에 수입이 일정치가 않았습니다. 여름이 되서 가죽옷을 입지 않는 철이 되면 쉬시는 날이 많았고, 나중엔 막노동까지 나가셨습니다.
그런데 막노동을 하려면 주로 인력사무소(?)이런곳을 찾아가잖아요. 그런데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게 또 너무 눈에 빤히 보이는 겁니다. 막상 갔다가 일이 없으면 그대로 돌아오시는게 아니고 술마시며 고스톱을 치고 계셨던 겁니다. 실제로 어머니가 몇번 찾아가서 한판 뒤집어 놓은 적도 있었죠.
차라리 고스톱으로 끝났으면 족했을 것을.. 아시죠 바다이야기? 저 고등학교때쯤 되니
전국을 강타한 그놈의 X같은 사행성 오락실.. 아버지가 거기 빠지신겁니다.
아시다시피 그 곳은 고스톱 치는것과 기본적으로 단위가 다르잖아요. 그러다보니 아버지 지출이 점점 커졌고, 그게 몇번 들켜서 정말 가족 모두 소리지르며 어머니는 이혼도장을 찍네 마네 정말 큰일이 몇번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잘못했다고 내가 한번만 더 하면 손목을 자르겠다고 말씀하셨으면서도, 또 다시 오락실에 가셨습니다. 그러다 나중에 핸드폰을 보니 핸드폰으로 맞고게임을 받아서 하고 계시더라구요..그런데 그게 그냥 게임도 아니고 무슨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연결되서 돈이 나가는 겜이 있나봐요 나중에 청구서가 날아오는데 인터넷 요금으로만 몇만원씩 나가는 겁니다..
결국 아버지가 핸드폰을 바꾸시면서 제가 저만 아는 비번으로 무선인터넷을 막아버려서 핸드폰으로 그런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지만, 아버지의 오락실 행은 끊이질 않았습니다. 요즘엔 단속때문에 거의 사라진 분위기인데 아버진 요즘에도 뭘 하시는지 여전히 밤늦도록 돌아오시질 않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몇달이 가다가..
오늘 기가막힌 일을 알아버렸습니다. 동생이 아버지 핸드폰에서 대출금을 갚으라는 문자를 봤다는 겁니다. 아마 동생이 문자를 쓰다가 청소년 요금제라 끊겨서 아버지 문자를 좀 쓰려 했나 봅니다. 그런데 문자를 보던 중에 산와주식회사에서 얼마를 갚으라고 계좌번호를 불러주며 문자가 와있다는 겁니다. 첨에 저는 그냥 스팸이겠거니 했는데, 그게 그 번호가 등록이 되어있던 번호인겁니다. 그래서 그냥 핸드폰번호로 뜨지 않고 "산와머니" 이런식으로 폰에 저장이 되어있더라 이말이죠.. 이 외에도 100만원짜리 대출건으로 문자가 또 와있었다고 합니다. 지금 아버지가 회사에계셔서 확인은 못하지만요..
정말 황당하고 기가 막혔습니다. 아버지가 사채에까지 손을 대가며 돈을 어디다 쓰고 계신지... 짐작은 되지만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버지 신용카드를 어머니가 잘라버린지 몇해 됐는데, 그 때 한참후에 아버지가 리볼빙으로 수백만원 대출을 한걸 고지서를 보며 알게되었습니다.. 그걸 최근에서야 다 갚았습니다. 아버지는 난 모르겠다 나몰라라 하시고 결국 어머니가 다 갚았습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집안 친척끼리 모임을 짜서 매달 회비를 걷고 있는데 아버지가 총무셨습니다. 그런데 그 돈을 홀라당 다 도박에 투자하셨던겁니다. 그래서 외가에 다녀왔다가 개망신을 당한적이 있습니다. 정말 제가 얼굴을 못들겠더라고요.
작년에 한번 아버지랑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어렸을 적은 제가 소리만 지르고 아버지의 이런 행동에 대해 다짜고짜 몰아붙였지만, 지금은 나름 머리 컸다고 이제 남자 대 남자로 어른으로서 얘기해보고 싶었습니다. 오락실 가셨냐고.. 그랬더니 또 가셨답니다. 기가 막혔지만, 그러지마시라고 그냥 조용히 얘기했습니다. 아버지 마음 이해못하고 자꾸 몰아붙이면 아버지가 더 그러실것 같아서요..
하지만 가끔씩 식탁에서 발견되는 XX게임랜드라고 적힌 라이터나 기타 다른 오락실 이름이 적힌 라이터를 볼때면 정말 머리가 멍해집니다. 이젠 슬프지도 않고 눈물도 안나고 아무 느낌이 없습니다. 그냥 아버지는 도박꾼일뿐이고 그냥 상관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버지때문에 쪽팔리기 싫다고 수백번 넘게 생각해왔습니다. 전 지금도 제일 절친한 친구에게도 아버지 얘기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동정 받거나, 무시받기 싫어서요..
아버지는 그와 관련된 얘기를 하면 무조건 침묵으로 일관하십니다. 정말 답답해서 왜 아무말도 못하시냐고 물으면 쪽팔려서라고 하십니다. 정말 쪽팔릴 사람은 아버지 본인이 아니라 친가 외가 가릴 것이 없이 도박꾼 아버지를 가진 아들과 딸 그리고 그 대출금 갚는 우리 어머니인데 정말 아버지가 그런 말을 하면서도 그러신다는게 정말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흔히 아버지들이 도박에 빠지는게 아들 딸들이 점점커가고 부부사이도 멀어지면서 집에와도 재미가없고 할일이 없어 그렇게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단 한번도 적극적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거나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자식 교육문제에도 단 한번도 먼저 관심을 가지지 않으셨습니다. 정말 간혹가다가 시험이 끝났는데 시험기간 언제냐 물어보시고 우리집에 공과금으로 한달에 얼마를 내는지, 제 등록금 이자가 대충 얼만지, 그걸 갚을 수 있는지, 앞으로 일을 얼마나 더할 수 있을지 전혀 계획이 없으십니다. 그냥 엄마가 다 하겠지... 이러고 마십니다.
저희 어머니가 그렇다고 첨부터 드세셨던건 절대 아닙니다. 제가 어렸을 땐 화 한번 안내시고 (오히려 혼내는건 아버지 담당이었습니다.) 집에서 요리하기 좋아하고 그런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맞벌이 시작하시고 그러면서 성격이 완전 바뀌셨습니다. 어머니는 저희가 원하는 공부, 음식은 아낌없이 해주고 싶다며 정말 쉼없이 돈을 버셨습니다. 어머니가 차로 5시간거리에 있는 친가에 명절에 못가신지 5년은족히 됐습니다. 명절에도 일을 하시니까요. 덕분에 어머니 소득이 지금 집안 소득의 대부분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 동안 그냥 이런저런일 하시다가 결국 제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 쯤 삼촌이 운영하는 한 엔지니어링 업체에서 일하십니다. 그것도 삼촌의 엄청난 설득으로요.. 그 전까지 아버지는 별다른 소득이 없으셨습니다.
정말 저희 아버지 어떡하면 좋을까요.
어렸을 땐 차라리 이혼이라도 하시라고 몇번씩 말해봤습니다.
하지만 자식된 도리로 부모님께 이혼하라고 하는건 아니겠죠.. 나이가 한두살 먹어가며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씩 헤아리게 됐습니다. 제가 밖에 나가 술도 먹어보고 친구도 사귀어보고 하면서요.. 하지만 이럴 때면 도저히 아버지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지쳐서 집에오면 잠에 들기 바쁘신 엄마를 볼 때마다 정말 가슴이 찢어지게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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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군대갑니다..
동생도 이제 대학생이 되고
그동안은 제가 바쁜 어머니 대신해서 공과금 처리도 하고 이래저래 나름 집안일을 많이 신경써왔는데.. 군대가기가 두렵습니다. 군대는 두렵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저희때문에 힘든 일 그래도 참고 하신다고 심심하면 말씀하시는데, 아버지가 또 큰 일 내면 도대체 저희집은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