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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한 젊은이들. 그들에게 분노하다(펌)

박재형 |2004.03.13 13:06
조회 148 |추천 0

[주장]쿨한 젊은이들, 그들에게 분노하다
정치에 관심없던 젊은이들을 분노케 한 당신들, 각오하라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배성록(beatlebum) 기자



요즘의 젊은 세대를 설명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쿨'하다는 표현일 것이다. 구차하지 않게, 유쾌하게, 대상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하고 싶은 것 하며 유목민적으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설명하기에 이보다 적절한 표현도 드물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간다는 오해도 있고 세상 좋아진 덕택에 호강한다는 폄하도 있지만, 사실 한국 사람들은 그동안 너무 '핫'해서 탈이었다. 쿨해서 나쁠 것, 하나도 없다.

젊은 세대에게는 부채 의식이 있다. 특히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난 이들은 그 '뜨거웠던' 시절에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는 '빚진 듯한 느낌'을 지니고 있다. 하수상한 시대가 지나고 세상 좋아진 뒤에 간편하게 무임승차했다는 사실을 젊은이들도 알고 있다.

젊은 애들은 괴롭다. 세상은 물신 숭배로 미쳐 돌아가고, 어려서부터 배운 자본주의는 인간을 끊임없이 닥달한다. 젊은이들에게는 진지할 수 있는, 심각해질 수 있는, 각박한 세속으로부터 자신을를 지켜낼 수 있는 정신적인 여유도,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결국 세상과 사람들로부터, 모든 대상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애들이 쿨하게 구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런데 젊은 애들도 가끔씩 '핫'해질 때가 있다. 하나는 정말로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열광할 때다. 2002 월드컵 때, 순수하고 자발적인 열광과 광기의 민족주의 사이에서 우려가 있었지만 아무튼 애들은 다 '신나게 잘 놀았'다. 그렇게 열광하기도 오랜만이었다. 아마 뉴키즈 온더 블록이 다시 내한한데도 그렇게는 못 날뛸 것이다.

또 있다. 애들이 보기에 세상은 너무나도 구리다. 쿨하지 못하다. 그런 너무나도 구린 세상의 법칙에 대한 젊은 애들의 기본적 태도는 '냉소와 무관심'이다. 그런데 그 구리구리한 사건이 자신들의 현재와 미래를 위협할 때. 그 때 젊은 애들은 열받는다. '핫'하게 돌변한다.

효순이 미선이가 살해당했을 때, 후단협이 노무현을 끌어내리려고 책동할 때, 그리고 대선 전날 밤 정몽준이 신의를 저버렸을 때, 젊은 애들은 열이 받았다. 어르신들은 일찍 잠드셔서 그 뉴스를 못 본 채 투표장에 가셨는지 모르겠지만, 애들은 밤새 열받았다. 온갖 사이트를 오가며 울분을 토하고, 대책을 새우고, 투표를 독려했다. 그리고, 구린 세속을 응징했다. 이렇게 애들도 가끔은 '뜨거워'진다.

그 젊은 애들, 한동안 바빴다. 다시 스스로를 보호해야 했다. 2002년의 뜨거운 시간도 지나고, 기껏 뽑아놓은 대통령이 이것저것 잘못을 저지르고, 청년 실업과 신용불량 문제가 코 앞에 닥치고, 각박한 세태에 어쩔 수 없이 몸을 담가야 하고. 좀처럼 '핫'할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2004년 3월 12일, 젊은 애들이 단체로 열받았다. 쿨 모드에서 핫으로 돌변했다. 다름아닌, 사상 초유의 엽기적 대통령 탄핵 사태 때문이다.

젊은 애들이 아무 것도 모를 것 같지만, 알 것 다 안다. 왜? 인터넷을 조금만 돌아다녀 보면, 조선-동아 식의 프로파간다와는 전혀 다른 '정직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블로그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여기저기 정보를 퍼나르고, 메신저를 통해 의견을 교환한다. 게시글 밑에 좌르륵 달린 댓글은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올라온다. 알바는 자동으로 축출되고, 욕설이나 근거없는 비방을 하는 애들도 자동으로 도태된다.

이런 과정에서 이견의 폭은 좁혀지고, 잘못된 사실에 기초한 견해는 시정된다. 그래서 애들은 안다. 대통령은 탄핵될 만한 잘못을 한 게 없다는 것을, 탄핵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30분만에 뚝딱 처리하는 게 불법이라는 것을, YS- 김대중 선생도 선거법 위반 했다는 것을, 과거의 대통령들은 전 공무원과 국가 기관 다 동원해서 선거에 올인했다는 것을, 만일 대통령이 탄핵감이면 차떼기당과 잔민당은 사형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젊은 애들은 저 수구의 망나니들이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지도 다 꿰뚫어 보고 있다. 총리를 구워 삶아 내각을 장악하고, 국가 혼란을 핑계삼아 총선을 연기하고, 내각제 개헌이나 책임 총리제를 지들 멋대로 시행하려는 그 검은 속내.

생전 대자보 한번 만들어 본 적 없는 젊은 애들도 다 안다. 내 친구들도 다 안다. 맨날 클럽에서 춤추는 것만 즐기던 나의 친구 J양, 대선 때 김길수 찍은 친구 H군,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나 그게 그거 아니냐던 정치적 무뇌충 K군, 열성 민노당 지지자인 K 형님, 유학 다녀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ㅊ양, 하다 못해 고등학교 2학년인 나의 동생도 안다. 다들, 지금 열받았다. 한껏 '핫'해져 있다. 효순이 미선이 죽었을 때만큼, 후단협 분당짓 때만큼, 이라크 전쟁 때만큼.






국회의 버러지들이여, 당신들은 대통령은 내쫓았는지 몰라도, 그래서 앞으로 펼쳐질 성공 드라마에 내심 키득대고 있는지 몰라도, 그 과정에서 건드려서는 안 될 대상을 건드렸다. 사자 꼬리를 밟았다. 젊은 애들을 열받게 만든 것이다. 노무현을 찍은 자기 오른손을 저주하던 애들도, 투표 안할 거라던 애들도, 주말에 술먹고 춤추기로 약속한 애들도 모두 분노 폭발 직전이다.





너무나도 구려서, 그 악취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른 저 인간 쓰레기들을 처리하기 위해 '핫'하게 돌변했다. 저들은 12월 대선의 악몽을 다시 꾸게 될 것이다. 3월 12일 밤,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촛불을 들고 서 있던 수많은 '애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쿨한 애들, 핫하게 변하면 무섭다. 그걸 보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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