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5년 차 사회복지사다.
이제 다음 달이면 만 5년이 되니 곧 6년 차에 접어든다.
내 자랑은 아니지만 나름 이름있는 4년제 대학교의 사회복지학과를 나와서
현장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일을 하는 중이다.
졸업 동기 28명 중 사회복지 현장에 뛰어든 사람은 나를 포함해 4명,
지금은 나만 남아있다.
나머지는 공무원, 공단, 혹은 아예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모교에서 졸업생 초청 강연을 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할지 고민해보다가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정말 현실적인 부분들을 이야기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학생들,
혹은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하려는 분들이 볼 수 있게
인터넷에 올리면 좋겠다고 생각되어 글로 남기게 되었다.
이런 글을 올려보는 것이 난생 처음이라 어떤 커뮤니티에 올려야할지 몰라
나름대로 유명한 네이트 판에 써본다.
1. 사회복지 시설 종류
사회복지 시설의 종류는 너무나도 방대하기에
운영 주체에 따라 분류를 한 번 해보겠다.
1-1. 직영 사회복지시설
사회복지사업법에 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복지시설을 설치 및 운영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쉽게 말하면 나라에서 직접 시설을 운영하는 곳이며,
각 지자체의 여건에 따라 많은 지역들도 있고 아예 없는 지자체도 있다.
사회서비스원에 속한 시설이라던가 아니면 기초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시설이라던가
하는 곳들이 직영 시설이고 이런 곳들의 특징은 시설의 장
혹은 그 시설이 속한 법인의 대표가 공무원이다.
난 직영 시설은 경험해보지 못했는데,
아는 분의 시설이 사회서비스원으로 들어갔었을 때 여쭤보니
직원들에 대한 처우(추가수당 등)는 더 좋아졌다고 한다.
그런데 행정적인 부분이나 일을 유기적으로 처리하는 부분은 많이 경직화 되었다고는 한다.
1-2. 민간위탁 사회복지시설
사회복지시설 중 관련법에 따라 국가에서 반드시 설치 및 운영을 해야하는 시설들이 있다.
그런데 국가나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기가 어렵거나 여건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비영리법인에 운영 위탁을 맡길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지자체에서
“우리가 이 사회복지시설은 반드시 운영해야하는데,
우리가 직접 운영할 여건이 안 되니 민간인 너네가 대신 운영 좀 해줘라.
운영에 필요한 돈은 지원해줄게.”
라고 하며 많은 수의 민간위탁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있고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도 민간위탁 사회복지시설이다.
이런 민간위탁 사회복지시설의 경우에는 국가나 지자체에서
1년간 정해진 만큼의 보조금을 주기에 어느 정도 안정된 예산은 확보가 된다.
그래서 적어도 직원 개개인의 기본급 정도는 보장해줄 수 있고
기관 사정에 따라 호봉도 책정을 해주게끔 한다.
물론 보조금을 교부해주는 국가에서 정해주는 예산 상황에 따라
제 호봉을 못 책정해주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1-3. 민간 사회복지시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재가복지시설, ~주간보호센터 등등의
쉽게 말해 민간 사회복지시설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나라가 아닌 민간에서 자의로 운영을 하는 사회복지시설인 것이다.
이외에도 아동시설들도 있고 장기요양시설이 아닌 곳들도 있지만,
지금 트랜드는 노인장기요양시설들이 매우 많이 증가하는 추세이기에
이를 토대로 설명해보겠다.
이런 노인 시설들은 예전에는 이러한 민간 사회복지시설들에 국가나 지자체에서
위의 민간위탁 사회복지시설처럼 일정 보조금을 교부해줘서 운영할 수 있게끔 해줬지만
지금은 1년에 얼마를 정해서 주는 보조금 형태가 아니고
이용자의 수에 따라 장기요양보험 그러니까 건강보험공단에서
일종의 수가를 지급해주는 형태로 바뀌었다.
여기서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인데 국가가 왜 보조를 해주나?”
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민간 사회복지시설이긴 하나 위 민간위탁 사회복지시설처럼
법에 명시가 되어있지 않을 뿐이지
따지고 보면 국가에서 해야할 책무를 민간에서 대신 해주고 있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그렇다.
아무튼 이런 민간 사회복지시설들은 사실상 호봉 책정을 해주지 않는 곳들이 많다.
아니 대부분이 해줄 수가 없는 형태이다.
아주 많이 생겨나고 동시에 사라지고 있다.
2. 운영법인
위 1번 항목에서 운영법인, 법인 이런 이야기를 몇 번 했었다.
법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정의는 인터넷에 검색만 해봐도 간단하게 알 수 있을 테니
따로 설명하지는 않겠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시설들은 많은 곳들이 개인시설이 아니고 법인 운영시설이다.
특히나 규모가 조금 크다 싶은 시설들은 대개 운영법인이 따로 있다.
~복지재단, ~사회복지법인 등등
운영법인도 규모가 제각각이며, 매우 규모가 큰 곳도 있고 아주 작은 곳도 있다.
우리나라 사회복지법인들은 상당수가 종교와 관련된 법인이다.
천주교의 지역 교구에서 운영하는 법인,
개신교 각 교파, 교단에서 운영하는 법인,
불교의 여러 종파에서 운영하는 법인 등
아주 많은 곳들이 종교 관련 법인이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막상 가서 보니 종교 관련 법인 소속의 시설인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시작이 종교와 떼어놓을 수 없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문제는 종교 관련 법인이다보니
관련 종교 행사에 동원되거나 참석을 해야하는 경우가 생긴다.
내가 종교인이라면 크게 문제가 안 되겠지만,
이런 부분에 반감이 들 수도 있다.
또한 NGO 단체의 경우 어디라고 특정하지는 않겠으나
거의 대부분이 종교와 관련 있다고 보면 된다.
이 NGO 관련해서는 뒤에 다시 적어보도록 하겠다.
아무튼 운영법인의 성격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특정 법인들은 소속 직원들에게 후원금을 내도록 강요하기도 한다.
3. 급여
아마 제일 궁금하고 제일 많이들 물어보는 내용일 거다.
위 1번 2번 항목에서 구절구절 설명한 이유가 급여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이다.
근데 이부분은 딱 “얼마입니다.”라고 이야기해주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운영법인, 운영법인의 규모, 시설의 종류 등등에 따라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급여 부분은 이미 인터넷에 너무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내 기준에서 설명을 해보도록 하겠다.
나는 호봉제 적용을 받고 있으며, 지금 5호봉이다.
2023년 기준 5호봉 사회복지사의 기본급은 2,265,300원이다.
지자체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는 사회복지사수당을 받고 있고
그 외 지자체에서 주는 돈을 합치면 세전 2,500,000원 정도 된다.
공제액을 다 떼고 실수령 하는 금액은 2,200,000원을 조금 넘는다.
여기에 명절마다 기본급의 60%를 지급 받는다.
퇴직금을 제외하고 세전 연봉 32,000,000원 정도 되는 셈이다.
초과수당은 없는가?
없다. 우리가 1년에 받는 기관 전체 보조금에서 2022년 기준 91%가 인건비로 지출되었다.
이는 직간접비를 모두 합한 금액이고,
보조금 나머지 9%와 얼마 안 되는 후원금 및 법인의 돈으로 기관의 1년 운영비를 써야했다.
이마저도 인건비 호봉 기준을 완전히 충족시켜주지 못해서
일부 직원들의 호봉을 깎기도 하였으며,
나는 선임사회복지사로 승급하지 못한지 2년째가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까지 해도 2022년도 보조금의 대부분이 인건비로 나가버렸다.
만약 모든 직원이 제호봉을 책정받는다면
우리 시설의 1년치 보조금은 전부 인건비로 지출 되어야할 판이다.
이런 상황에 초과수당이란 불가능하다.
그러면 우리 시설만 이런 것이냐?
아니다. 오히려 우리 시설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에 속한다.
물론 모기업이 있는 큰 법인이나 국가 직영 시설 등은
법인에서 법인의 돈으로 초과 수당을 일부 지급해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우리 같은 시설들은 상황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열악하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시설들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느냐?
호봉이 높은 직원들이 은근히 나가주었으면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 사람을 채용할 돈으로 신규 1호봉을 채용한다면
예산 상황이 상대적으로 여유로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문성을 갖춘 인력들이 점점 사라지고 제자리걸음만 하는 수준이 된다.
민간 사회복지시설은 상황이 더 열악하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장기요양기관들은 보조금 형태가 아닌 수가 형태로 보조를 받기에
이용자 수에 따라 받는 금액이 달라진다.
그러다보니 호봉제를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특히 개인시설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 보건복지부에서 매년 발표하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은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일 뿐이지 법적 구속력도 없고
더욱이 예산 상황이 열악하여 가이드라인을 따를 수가 없는 구조이다.
가이드라인에 맞춰 지급해주면 ‘다행’인 것이다.
4. 일의 강도
이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여서 말하기가 조심스러운데,
아무래도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그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다.
더욱이 우리가 주로 만나는 사람들은 기초생활수급자, 알콜중독, 호더,
위기 가정 등의 사회적 약자가 많다 보니 소진이 많이 온다.
일을 하다 보면 좋지 못한 상황들에 많이 노출되고 때로는 극단적인 케이스들을
접하다 보니 정신이 피폐해지고 감각이 많이 무뎌진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보았을 때는 엄청 심각하게 받아들이는데
나는 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최근 들어 꽤 있었다.
그만큼 안 좋은 상황에 많이 무감각해지는 것이다.
또한 뉴스나 언론매체에서 많이 접하는 것처럼 악성 민원인들이 꽤 많다.
그렇게 생각하기는 싫지만, 경제적인 여건과 마음의 여유는 어느 정도 정비례하는 것 같다.
우리가 만나는 분들은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려 해도 받아들이지 못한다거나, 본인의 주장만 하는 경우가 많다.
병리적인 가정일수록 이상한 고집이 있어서 변화를 싫어하고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래 우리에게 욕설을 하기도 하며 때로는 차마 듣지 못할 말들도 한다.
이러한 것들을 참고 일을 하더라도 일정 주기마다 시설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시설 평가는 질적인 부분보다 양적인 부분에 치중되기 마련이다.
쉽게 말하면 숫자로만 평가를 한다는 말이다.
상담을 얼마나 했는지, 후원금은 얼마나 확보를 했는지 이러한 것들로 주로 평가를 한다.
우리가 상담을 전화로 1분을 했는지 직접 찾아가서 30분을 이야기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전화를 했건 먼 거리를 찾아가서 했건 상담은 숫자 1에 불과하다.
열심히 클라이언트와 라포형성을 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봐야
그 시간에 대상자들에게 전화를 싹 돌리는 게 평가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소리다.
그런 와중에 일반 사람들의 사회복지사에 대한 인식은 이렇다.
“좋은 일 하시네요.”
사람들은 사회복지사들을 ‘봉사자’로 생각한다.
사회복지사들이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요구를 그냥 흘려듣는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당연히’ 적은 급여를 받아야 하는 직업인 것이다.
초과수당도 주지 않으니 6시가 되면 그냥 퇴근하면 되지 않냐?
그렇지 않다. 사회복지사들이 밖으로 보이는 모습,
그러니까 현장에서 뛰는 모습이 숫자 10중에 5라면
뒤에서 행정작업을 하는 것이 나머지 5다.
현장에서 하는 모든 행위를 서류로 남겨야 한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게 언급했던 시설 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행정작업을 처리해야 한다.
5. 일자리
위 내용들을 다 감안하고 일을 하려고 해도 일자리가 잘 없다.
아니 사실 사회복지사를 구하는 시설들은 널리고 널렸다.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잘 없다.
소위 많이들 가고 싶어하는 종합복지관, 노인복지관 같은 곳은
거의 가뭄에 콩 나듯 공고가 올라온다.
그리고 올라오더라도 계약직이나 육아휴직대체인력 등으로 많이 올라온다.
개인시설이나 생활시설 같은 곳에서는 지금도 구인이 안 된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가려고들 하는 민간위탁 사회복지시설의 경우에는
그 수가 많지 않을뿐더러 인력TO도 많지 않다.
그러니 공고가 하나 올라오면 지원자가 엄청나게 몰리기도 한다.
당장 내가 있는 시설만 하더라도 얼마 전에 정규직 공고를 올렸을 때,
1명을 뽑음에도 불구하고 21명이나 되는 사람이 지원했다.
그리고 그중에 정말 훌륭한 경력을 가진 인원들이 꽤 많았지만,
서류조차 통과시키지 못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신규 1호봉 직원을 뽑을 예산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직을 할 때, 경력직 채용 공고가 올라오지 않는 이상
그 시설의 상황에 따라 본인의 호봉을 깎고 들어가거나
호봉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다.
다시 말하자만 들어가고자 하면 들어갈 곳은 있을 수 있으나,
내가 원하는 대우를 받자고 한다면 그 폭은 매우 줄어들 것이다.
6. NGO 관련
이부분도 상당히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NGO단체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유명한 곳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굿네이버스, 월드비전 정도가 있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대부분의 NGO 단체는 종교와 관련이 있다.
보통 겉으로 홍보할 때는 종교와 관계가 없다고 하나,
애초에 시작 자체가 종교에서 출발한 곳들이 많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그 관계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당장 구글에 검색만 해봐도 여러 NGO단체들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은연중에 직원들에게 종교를 권유하기도 하고
업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뭐 이것 역시 별 반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일하는 것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겠으나,
나는 괴리감을 많이 느껴 1년 반 만에 그만두고 현재 직장으로 왔다.
그리고 NGO 특성상 후원자들의 후원금을 인건비로 많이 돌릴 수가 없는 구조이기에
인력이 제한적인 반면 한 인원에게 부과되는 과업은 매우 많다.
쉽게 말해 인력으로 갈아 넣는다는 말이다.
기본 급여는 사회복지현장으로 오기 전보다는 조금 더 많은 수준이었다.
그리고 NGO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 같은 곳을 빼고는
사회복지 경력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적다 보니 푸념 글이 되어버렸는데 직업 선택에 있어
좋지 못한 부분들도 분명히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직업에 좋은 면과 안 좋은 면이 있듯 사회복지사도 마찬가지일테지만,
너무 이상적으로만 생각하고 뛰어든다면 소진이 금방 올 수도 있으니
현실적인 부분을 반드시 고려하고 발을 내딛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힘빠지게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우리 시설의 11년차 선임사회복지사 네 분은 실수령이 300이 안 된다.
10년 이상 일을 했는데, 실수령이 300이 안 된다는 말이다.
사회복지분야에 오기 전 꼭 잘 한번 고민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