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자에 첫째이고 동생이 둘 있습니다
전 첫째, 맏이, 장녀라는 단어가 정말 싫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33년을 끝으로 엄마 연락을 전부 차단했습니다
어렸을 때는 모든 집이 다 이런 줄 알았습니다
막내랑 놀아주다 막내가 다치면 엄마는 제 머리채를 잡고 방바닥을 질질 끌면서 화를 냈고 전 잡아당기는 대로 질질 끌려다녔습니다
사실 전 그 당시에 그렇게 당하는 거에 익숙해서 머리채를 잡힌 채 기어다니는 상태로, 문밖에서 기다리는 친구를 바라보며 “난 괜찮아”라고 하면서 웃어줬는데
그 장면을 지켜본 친구는 그 후로 저희 집에 놀러 오지 않았습니다
동생들이 공부를 못하는 건 제 잘못이었습니다
저 혼자 성적이 좋다고 이기적이라고 했습니다
철로 된 행거 봉으로 있는 힘껏 제 손을 내리쳤습니다 제가 억울해서 아픈 소리 꾹 참으면 소리 낼 때까지 있는 힘껏 휘둘렀습니다
부부 싸움을 할 때마다 무서워서 방 안에서 숨죽이고 있었는데 제가 말리지 않았으니 부부 싸움 자체가 제 잘못이었고 제 탓이라고 했습니다
이 집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은 저였습니다
전부 제 탓을 했습니다
엄마가 울 때 따라울지 않으면 왜 같이 안 우냐고 혼났습니다
혼나기 싫어서 억지로 눈물을 쥐어짜내면서 엄마 울지마라고 하면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서 왜 우냐고 달래줬습니다
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밥 먹을 때는 밥풀 하나 바닥에 흘리면 소리치면서 혼나서 늘 눈치 보면서 밥을 먹었습니다
밥 먹다가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겠지만 갑자기 엄마가 화나면 쌍욕을 하면서 젓가락을 아무 데나 던지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엄마는 괴물 같은 존재였습니다
동생들 숙제 같은 자잘한 건 당연히 대부분 제 몫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매일이 힘들어서 학교에서 울고 손 부풀어 오를 때까지 철문을 주먹으로 치면서 스트레스를 풀면서 지냈습니다
부풀어 오른 손을 보고 걱정하고 위로해 주는 친구들 덕분에 버텼습니다
엄마나 아빠나 저에게는 똑같았습니다
아빠는 주로 방관자였지만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든 건 매한가지였습니다
그들이 저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넌 이기적이다 네 탓이다
전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용돈도 받은 적이 없고 설날에 받는 세뱃돈으로 학교생활을 했으며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생활비 용돈 같은 건 당연히 받은 적도 없고 등록금 지원만 받았습니다
이마저도 나중에 어떻게 책잡힐지 모르니 최대한 장학금을 받고자 공부했고 두세 번 받아서 최대한 지원은 안 받으려고 했습니다
점심값도 아껴야 하니 칼로리발란스 하나를 나눠서 먹으며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친구들은 제가 심각한 짠순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는데 저한텐 아끼면서 사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전 공부든 취업이든 일상생활이든 어떻게든 문젯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 알아서 노력했을 뿐인데
언제나 엄마와 아빠에게 듣는 말은
넌 정말 이기적이다 라는 말이었습니다
너 혼자 잘하면 뭐하냐
너 혼자 잘나가면 어떡하냐
전 이 사람들에게 그저 이기적인 년이었습니다
그런 취급을 당하면서 어릴 때부터 극심한 생리통으로 바닥에 엎드려서 아프다고 엉엉 울면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저를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왜 너만 그렇게 아프냐고 정말 유난이다 라고 항상 말했습니다
친척 집에 가려는데 제가 아파서 바닥에 엎드린 채로 못 움직이겠다고 겨우 말하니까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면서 그대로 돌아서던 아빠의 모습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울다 지쳐 잠들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어렸을 때부터 저의 목표는 독립이었습니다
지금은 10년째 독립 중이고 지금까지 기념일마다 찾아가서 챙겼습니다
물론 오래 있기는 싫었기 때문에 무조건 당일치기로 돌아왔습니다
20대 후반 즈음부터 첫째 강요하지 말고 부담 주지 말라고 어릴 때 기억으로 힘들다고 서너 번 말했지만 결국 돌아오는 답은 30살이 넘어서 그거 하나 이해 못 하냐고 합니다
부모님 둘 다 첫째라면 진짜 비슷하게 자랐다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아니 그래도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들었겠죠
근데 두 분 다 막내입니다
이번에 기념일을 챙기는데 친척들까지 모여야 한다고 당연히 첫째가 준비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다 네가 안 하면 내가 욕먹는다는 말을 들으며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이번에 오랜만에 첫째며 맏이며 그 소리를 듣는데 분노가 너무 심해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나서 또 며칠을 울면서 보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정말 각오하고,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엄마는 기억이 안 난다지만 그런 말 할 때마다 어릴 때 기억이 떠오른다고 엄마는 날 학대한 거라고 소리쳤습니다
오히려 엄마가 울면서 왜 또 옛날 얘기를 꺼내냐고 원래 다 첫째 그렇게 키운다고 남들도 다 그렇게 머리채 잡고 쇠몽둥이로 때리고 첫째의 의무를 강요하면서 키운다고 합니다
제가 애를 낳지 않아서 모른다고 합니다
자식은 부모를 이해해야 하고 첫째가 그런 부담감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자식의 도리라고 합니다
그런 소리 할 거면 등록금 받은 것도 다 뱉어내라 합니다
전 엄마한테서 경험한 폭력성이 저한테 나올까 봐 아이는 절대 낳지 않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전 더 이상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을 것이며 엄마의 연락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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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 이후로 1년 반 정도가 지난 상태입니다
제가 실제로 차단한 것을 알고 엄마는 노발대발하면서 사과하고 싶다고 동생을 통해 말했지만
사실 제가 유난이라며 제 험담을 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녹음본을 들었거든요
기어코 보낸 사과문에는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다’라는 합리화와 정당화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빠는 이후 엄마 차단 풀어라 라는 말만 반복했고 제가 이러는 이유는 듣고 싶어 하지도 않아 했습니다
사실 전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엄마를 차단한 후로 이제야 뭔가 숨통이 트이더군요
이제서야 괜찮은 척 밝은 척 활발한 척하던 가면을 벗고 조용하게 소소한 행복을 즐기며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저 맑은 하늘 한 번 쳐다보는데 문득 행복해서 아 이게 자유구나 나 진짜 자유구나
왜 이 쉬운 걸 이제서야 했을까 하고 후회했습니다
그래서 전 엄마를 차단하고 계속 엄마 차단 풀어라만 외치는 아빠 또한 차단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댓글을 보고 펑펑 울면서도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전 앞으로 누구보다도 이기적인 그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절 위해 살려고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