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네이트판 많이 보시는지 잘 모르겠네요.
답답한 마음에 속풀이 할 곳은 없고 평소에 잘 들어와 보지는 않지만 염치없이 몇 자 남겨봅니다. 너그러히 봐주세요.
저녁 먹고 있는데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재개발 조합으로부터 통보받은 이사 기한이 임박해 부모님댁이 이사를 가야 합니다. 서류상 이혼은 20년 전에 했고 사실혼이셨는데 1년 정도는 별거중이세요. 아버지 혼자 거주하시는데 어머니 짐도 대부분 남아있고 무엇보다 전세 임차인 명의가 어머니입니다. 어머니 가게로 찾아가서 이야기 나눈 후에 저에게 전화하신 모양입니다.
어머니 왈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돈은 아버지 돈입니다. 집주인이 차일피일 미뤄왔다고 하시네요.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다른 집에서 이 집으로 이사오면서 보증금의 상당부분을 어머니가 몰래 탕진했습니다. 장사자금으로요. 아버지는 젼혀 모르시고 저는 우연히 한 서류를 보고 알게 됩니다.
어머니는 평생 장사를 하셨어요. 근데 경영능력이 전혀 없어서 평생 빚만 져왔습니다. 직장을 오래 못다니시더군요. 한 때는 장사로 돈을 많이 벌었던 전력이 있는데 그 때의 순간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잊지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일찍이 신용불량자가 되었습니다.
저도 어머니가 직장이고 집이고 찾아와서 몇 번 제 이름으로 대출해주고 제 인감과 신분증을 몰래 넘겨 사채보증도 서고 대부업체에 돈도 빌리셨습니다. 그게 2,000만원 정도 됩니다. 당시에는 저도 학생이라 어머니가 갚다가 힘에 부쳐서 개인회생을 진행하게 되었고 어머니가 대부분 제가 어느 정도해서 다 갚았습니다. 당연히 집에 돈이 없어서 휴학하고 직장을 다녔고 어머니도 신용불량자라 제 명의로 장사를 하고 있어서 대출이 나오더군요. 상환이 안되기 시작한건 복학하고 난 후였습니다.
아버지가 신용불량이 되고나서는 어머니에게 폭언을 서슴없이 퍼부었습니다. 여동생에게도요. 자신의 인생이 어머니로 인해 망가졌다고 생각하며 삽니다. 지금까지도요.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본인도 적극 나서서 재제하고 통제했어야 했는데 그냥 대충 맡겨놓고 다른 일 하시느라 바쁘셨거든요.
무슨 일이요? 여성분들 죄송합니다만, 계집질입니다. 평생 여러 명의 여성과 외도를 하셨고요. 그 여성들과 잘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도 돈이 없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얼마전까지도 다른 여성과 데이트 하는 모습이 어머니 지인을 통해서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이때는 같이 사셨을 때 이야기에요. 그리고 폭언과 폭설은 기본이고 주폭이 심각했습니다. 거의 매일 술을 마셨고 그런 날이면 처자식 두들겨 패는게 일이었죠.
고등학생 때는 아버지와 주먹다짐도 했습니다. 매맞고 있는 어머니를 지켜야 했거든요. 되려 아버지는 자식이 부모 얼굴에 생채기를 냈다며 호로자식으로 여기더군요.
지금은 저도 30대 중반입니다. 부친도 노인이 되어서 예전만큼 기력이 있지 않아요. 그대신 처자식 무시하고 막말하는건 여전합니다.
다시 오늘의 대화로 돌아와서, 차일피일 집주인이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는 아버지는 어머니의 행동이 우유부단하다며 저에게 하소연을 하더군요. 하나 더 추가 하자면, 아버지는 늘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남탓을 하고 다른 사람이 해결해 주길 바라는 타입입니다.
자식들과 문제가 있어도 어머니를 닥달하고 어머니와 문제가 있어도 자식들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여기죠. 가장의 권위는 또 위대해서 가장이니 다들 본인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평생 가족을 위해서 희생했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최근에 몇 년동안 지병이 심해져서 사회생활이 힘들게 되었습니다. 공부핑계로 좀 쉬고 있는데 모아둔 돈 떨어지고 경제적인 지원을 받고 있어요. 그래서 저도 웬만하면 그냥 저냥 문제될 만한 일은 미연에 방지하고 적당히 비위 맞추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오늘 일이 터진거죠. 어머니 욕을 막 하는데 저도 기분이 안좋은 상태라 '그럼 아버지가 직접 집주인 전화번호를 받아서 돈달라고 요구하시라. 내가 뭘 어떻게 해줄 수 있는게 아니지 않냐' 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그러니 너도 니 엄마 닮아서 뭔 일을 맡겨도 늑장부린다며 저를 나무라더라고요. 저도 화가나서 '뭔 늑장이냐?' 물었더니 니 동생한테 물어보랍니다.
이해가 안가시죠? 이런식입니다. 꼭 본인이 해결못하고 저에게 투덜대다가 안받아주니까 돌변해서 저를 공격하는 거죠. 어릴 때부터 그랬습니다. 술먹고 어머니 괴롭히다가 어머니가 집을 뛰쳐나가면 동생과 저를 괴롭히는 거죠.
구체적인 사건을 좀 말씀드렸으면 읽는 재미도 있으셨을텐데 저에겐 너무나 긴 서사라 고통스럽고 글이 길어질 것 같네요.
통화로 그렇게 투닥 거리다가 제가 끊으라고 하고 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에 전화가 왔는데 100% 또 악담을 퍼부울려고 하는 거라 안받았습니다. 그러자 역시나 인연 끊자고 온갖 제 약점들을 공격하는 카톡을 날려댑니다.
이젠 솔직히 지칩니다. 제가 마음이 약한 편이라 인간관계를 잘 못 끊어요. 천륜인데 오죽하겠습니까. 그래도 이제는 제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는 계집질 하느라 어머니는 장사하느라 입시, 진로, 진학, 취업 등 아무것도 신경쓴게 없고 경제적인 지원도 거의 못받으며 20대까지 보냈습니다. 그래서 일찍 독립한거고요. 근데 언제까지 두 분 불화에 감정 쓰레기통으로 살아야 하나요.
아버지는 너무 자존감이 낮아서 작은 일에도 멘탈 흔들려 이런식으로 가족을 괴롭히고 만날 자기는 현명하고 예리하고 날카롭고 지혜있고 너희들을 다 파악하고 있다면서 자기를 증명하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타인을 무시해서 자존감을 채우려는 행동도 습관이고요. 통제욕도 강해서 사사건건 개입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가족들은 무슨 일 있어도 아버지에게 말을 안합니다. 그것도 스트레스에요. 진짜 세상물정 모르시거든요. 본인은 그걸 모르고요.
예전에 제가 첫 직장 들어가서 첫 월급으로 치킨을 쐈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다쳐서 일을 못할 때였는데 '아버지 나와서 좀 드세요' 했더니 돈도 몇 푼 벌지도 못하면서 유세를 떤다며 역정을 내시더군요. 그런 사람입니다.
투박하고 지저분한 글이네요. 죄송합니다. 그러나 지금 제 감정이 그렇습니다. 참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아픈게 제 죄는 아닌데 지금 상황에서는 잘못처럼 느껴지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석이 얼마 안남았네요. 저는 가족이 없지만 판에 계신 분들은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랄게요. 가족은 늘 따뜻하고 편하고 그립고 그런거라고 들었거든요.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