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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같은 꼰대 아빠

wild |2023.09.28 10:40
조회 751 |추천 1
저희 집은 어릴 때 참 다사다난했습니다
아버지는 한 때 강남 대치동에서 제일 유명하고 실력있는 수학강사라는 타이틀에도번 돈을 전부 오락이나 사놓고 쓰지도 않는 물건에 탕진해버리셨고
정말 살림이 찢어지게 가난한 상황이라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곰팡이 가득하며 바퀴벌레와 개미, 각종 벌레가 나오는 집에서제 어린 시절을 10년 이상 보내왔습니다
남들 먹는 라면 햄버거는 사치였고 비엔나 3개를 가지고 1개 더 먹겠다고동생과 매일 싸우고 놀러온 친구 눈 앞에서 빨개벗기고 아버지한테 맞는 모습은
저를 학창시절 왕따라는 지옥으로 인도했죠부모가 관심없는 애라는 소문덕에 저는 학교에서 네발로 기어다녀야 했고집에 돌아가면 최상위수학, 메가스터디 등등 중고등학교 선행학습 교재를어린 초등5학년 나이에 풀어야 하는게 참으로 암담했습니다
특히 수학에서 1문제가 틀리면 귀에서 이명이 들릴 정도의 뺨이 날아오고2문제 이상 틀리면 싹싹 빌면서 제발 살려달라고 잘못했다고빗자루가 부러질때까지 맞아서 하루 단위로 빗자루 색이 달라지는 것은 일상이었습니다
그 끔찍한 지옥을 제 동생, 사촌 가족들까지 전부 알고 있는데아빠는 "내가 널 언제 때렸냐, 꿈꾼거냐" 며 오히려 화를 내셨습니다


제가 중학생일 무렵 왕따 문제가 심해져 자퇴를 하게 되었고아버지는 신용불량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 공인중개사부터 미용사까지 각종 자격증을 따고매일 밤 12시가 넘어 들어오셨고
제가 점점 성장하고 힘이 생기니까 때리는 대신에자기가 하는 이야기를 무조건 다 들어야 성공한다며 가스라이팅을 무진장 해댔습니다
그리고 저한테 하는 이야기는 과거 아빠가 얼마나 잘나갔었는지, 친구들 사이에서 대장이었는지, 돈, 게임(리니지, 디아블로 등) 이야기밖에 하지 않습니다.
성격도 굉장한 나르시스트이기 때문에 망가진 몸, 무너져가는 집에도 전혀 신경쓰질 않고사람들을 만나면 정치 이야기하기 바쁜 분이에요
대충 이명박근혜 정부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요즘 세대들은~ 나때는~ 으로 온갖 미디어 혐오와 과거 자기 리즈시절에 찌들어계세요
현실을 바꾸기 위해 군 입대 전 주/야 교대 근무해서 모은 적금, 군적금에 알바비까지모든 돈을 몽땅 털어서 집에 투자했습니다
술이라도 마신 날에는 새벽 4시 5시까지 앉혀놓고 자기 할말만 계속 늘여놓고피곤해서 들어간다고 하면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아직 대화중인데 어디 가냐"그렇다고 말하는데 끼어들기라도 하면"건방지게 니가 토를 다냐", "일베충 새끼" 이런 식으로 상당히 공격적인 반응이에요

저는 이런 현실을 탈피하고 싶어서
하루에 2시간 ~ 4시간 자가면서 남들 힘들다는 공사장, 물류센터, 상하차, 공장, 배달까지 투잡 쓰리잡 안가리며 닥치는 대로 전전했고
2번의 자살 시도와 1번의 현장 사고 끝에 3번을 구사일생한 뒤로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하느님이 다시 살라는 기회를 주시나보다 하는 마인드로
하루에 4.5만보라는 만보기에도 더 이상 절망하기보다"운동했는데 세상에 돈까지 벌었네" 라는 마인드로 정말 현실에 충실히 임했습니다

다행히 제 성실한 모습을 기억해준 분들이 하나 둘 저에게 찾아왔고제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정말 엄청난 대박이 터졌습니다
낡고 벌레나오는 집에서 시에서 제일 비싼 신축 아파트로 이사를 왔고 가구도 새로 바꿨으며 경제적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있습니다
배달팁 천원에 벌벌떨던게 엊그제 추억으로 느껴질 정도로요
통장에도 잔고가 현찰로 지금도 2억이 넘게 있어 삶에 여유를 찾았습니다

문제는 지금 이 상황부터 입니다
집에 2억이 넘는 빚을 제가 다 갚는 순간부터 어머니 아버지는 가게 장사를 접고이혼을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아버지는 하루가 멀다 하고 돈 이야기밖에 꺼내질 않습니다
"너 돈도 많은데 이번달 전기세가 많이 나왔다 집에 잔고가 없고 동생은 지금 일을 안하니 네가 좀 내줘라노트북 수명이 다 됐다 이번에 새로 나온거 250 정도면 되는데그러니 네가 좀 보태라, 사줘라, 자식새끼 잘 키워놨는데 장남이 보태면~"

오죽 진절머리가 나서 저도
"내가 그렇게 힘들어할 때는 매몰차게 외면하고 집 이사오고 내가 알아서 다 했지 뭘 했다고 잘 키웠다는 소리가 뻔뻔하게 나오냐고"
"지난 시간동안 돈 버는 방법 내가 그렇게 알려주고 남들 기회다 할 때 아빠가 그렇게 좋아하는 정부 말 들어서 집 팔고 전세로 들어가서 살림살이 나아졌냐고"
"지난 시간동안 한게 뭐 있냐고"

주먹을 불끈쥐고 이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다가 이성을 차리고 관뒀습니다


진짜 맘 같아선 20대 청춘 다 갈아서 집에 투자한 결과가 이혼과 철없는 아빠라는 생각에맘 같아선 당장 산에 고려장 해버리고 싶을 정도로 아버지가 증오스럽고저도 이제 제 인생 찾아서 연애하고 제 행복을 찾고싶은 마음이 드는데

저 뒷바라지 해준다고 평생 노력해오다 몸에 병까지 얻어 야윈 엄마가 너무 가슴 아픕니다
뭐만 하면 그거 안된다 너 쪽박찬다 다 도박이다 세상에 비관적이면서돈 달라고 항상 제 발목을 잡는 아버지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 부모를 스스로 욕보이는 지금 이 글이 제 얼굴에 침뱉기라는 것 압니다

하지만 지난 세월 돈벌기 바쁜 삶에 어디다 하소연할 인맥도 없는 지라결례를 무릅쓰고 네이트판 커뮤니티에 처음으로 글을 올려봅니다
다소 두서없는 글입니다만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추천수1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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