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부모님 이혼하신 이후로 할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조금만 잘못해도 맞고 욕먹고 눈치보고, 엄마랑 아빠 사이 왔다갔다하면서 가족들중 저를 안 때린 사람이 없습니다. 4학년쯤 어머니 부고 소식을 들었고, 아빠는 하던 사업이 망하신 후 이것저것 도전해보시며 빚만 늘었습니다. 여자도 여럿 만나셨지만 몇개월을 못가서 헤어지셨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니 거의 언니와 저 둘이서만 지내게 되었습니다. 돌봐줄 보호자가 없으니 등교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집안일을 할 줄 모르니 집 상태가 안좋았습니다.
6학년 무렵에는 아빠가 거의 안 들어오다시피 하셨고 언니와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제가 집 청소를 제대로 하지 못하니 언니가 화가 많이 났었습니다. 언니에게 몇십분동안 개패듯 맞고 갖은 욕설을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수틀리면 폭력을 휘둘렀으며 저를 아예 아랫사람 취급했습니다. 더럽다는 듯 제가 빨아놓은 빨랫감은 바닥에 던져놓고 세탁기를 사용하거나 동생에게 들으라는 듯 제 험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조금만 지적할 거리가 생기면 욕설을 섞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저는 무서워 아무런 반항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아빠도 제가 언니에게 맞는다거나, 욕설을 듣는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지만 별 제지를 가하지 않으셨습니다. 되려 언니를 시켜 저를 때리게 하거나 맞고 난 후 눈이 멍으로 팅팅 부은 걸 보며 웃기다고 사진을 찍기도 하셨습니다.
어릴적부터 등교에 문제가 생기다보니,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정상적으로 등교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학교 문제로도 많이 맞았기때문에 반항심에 더더욱 무단결석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저와 달리 언니는 공부를 잘 했기때문에 아버지는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달마다 10만원이라는 생활비를 받았지만 언니는 100만원(학원비 포함) 을 받는 달도 있었습니다. 옷같은 걸 사는 건 사치였고 식비가 부족해 월말에는 라면만으로 떼우는 날도 적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매번 돈이 없다 힘들다 저에게 신세한탄을 하시면서도 언니에게는 진로를 위해 비싼 노트북도 턱턱 사주시고 학원까지 달달이 끊어주셨습니다. 에어컨도 언니 방에만 달아주셨기때문에 한여름에도 저는 무더위속에서 버텨야 했습니다
가끔 들어오는 아버지와 다투고, 언니에게 욕을 먹고. 일주일중 하루라도 편안하게 지나가는 날이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고1 2학기 무렵 언니가 성인이 되어서 자취를 하고, 집에 저만 남겨지니 아버지는 작은 원룸으로 이사를 시켜주셨습니다. 마음은 홀가분했지만 등교 문제가 남아있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을 어떻게든 넘기고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다 저를 싫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언니에게 지속적으로 못생겼다, 뚱뚱하단 소리를 듣고 외모강박으로 10kg을 넘게 빼고 누군가에게 평가당하는 게 무서워 화장 없이는 밖에 나갈 수도 없었습니다. 눈치는 어찌나 많이 보는지 학교에만 있으면 긴장돼서 숨도 못 쉴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 나를 못났다고 평가할까 너무 무서워서 매번 집에 돌아와, 혹은 등교하기 전 펑펑 울었습니다.
아버지께 계속해서 자퇴를 말씀드리며 앞으로의 계획과 함께 꾸준히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매번 조금만 더 버터보라는 말만 반복하셨을 뿐이었습니다.
지금은 자퇴를 한 상태입니다. 아버지와 다른 이유로 한번 크게 다투고난 후 홧김에 네 마음대로 하라며 허락해주신 덕에 자퇴를 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집도 나가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과 연이 아예 끊긴 것입니다.
챙길 수 있을만큼 짐을 빼서 도망치듯 나왔습니다. 알바를 구하고, 저렴한 반지하 월세방에서 버텼습니다. 좋지 않은 장소에서 지내니 하루가 멀다하고 천식이며 고열이며 건강 날조에 시달렸습니다. 알바중 몇번이고 픽픽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알바도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한 사장님은 지속적으로 부담스러운 관심을 표현하셨고, 한 사장님은 월급 문제로 심한 막말과 화풀이를 하셨습니다. 어리고 가난하다고 무시하시기도 했습니다. 이건 비교적 최근에 있었던 일인데(지금은 그만두었습니다) 그때 들은 말들이 하루종일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그놈의 돈이 뭐라고 너무 괴롭습니다. 어릴 적부터 부족하게, 언니와 차별당하며 적은 액수로 강박이 생기고, 돈을 벌 수 있는 나이가 되니 할 수 있는만큼 뼈빠지게 일하고도 집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월세방에 쳐박혀있는 꼴이 너무 우습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에 뭐가 그리 힘드냐 하시겠지만 평생 이렇게만 살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남들 다 잘만 하는 일이 제가 하면 꼭 실패하는 것 같습니다. 알바를 해봐도 멀쩡한 곳은 찾기가 힘들고, 잘 살기위해 조금만 노력하면 세상이 제 발목을 잡는 것 같습니다. 죽으라고 보채는 것 같습니다.
아직 앞날이 창창하죠.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 다른 애들은 손에 물한방울 안묻히며 부모가 지원해주는 돈으로 본인 목표 따라 성장할때, 저는 잘 배워먹지도 못한게 목표도 없이 이렇게 살다가 커서 어떻게 되어먹을지 모르겠습니다.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대로 사는 게 맞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