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과 뜨거움의 사이 3 (PC버전)
ㄱ
|2023.11.13 20:00
조회 205 |추천 1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그중에서도 젊음이 물씬 풍긴다는 곳에 있는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기분 좋은 일이었다. 붉게 물든 낙엽이 힘없이 길바닥에 내려와 앉을 때에도, 나뭇가지가 앙상한 몸을 드러낼 때도, 그런 것따위는 아랑곳 않고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별 볼 일 없는 몸을 파릇파릇한 봄기운으로 휘감게만드는 곳. 그 중심에 나와 여자가 서 있었다. 여자는 뭔가를 떠올리듯 주머니에 손을 깊게 찔러 넣은 채 멍한 표정이었다. "무슨 생각해요?" 나는 내 어깨를 기울여 여자의 어깨를 툭 쳤다. 여자가 깜짝 놀란듯 나를 쳐다봤다가 미소를 띠었다. "무슨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글쎄요, 모르긴 몰라도 가벼운 사연은 아닌 것 같아요." 나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감히 가본 적 없는 시꺼먼 바닷속 같은." 여자가 픽, 하고 웃었다. "표현이 시적이네요. 글 쓰는 사람이에요?" "뭐, 그렇다면 그렇고 아니라면 아니죠." "뭐예요, 그게." 여자가 나를 살짝 밀쳤다. "이왕 이렇게 솔로끼리 만난 거, 술이나 한 잔 하러 갈까요?" "누가 솔로예요? 저 남자친구 있어요." "아, 그러셨구나. 그래서 이 뜨거운 금요일에 혼자 계셨구나." 나는 여자의 말에 비꼬는 척하며 받아쳤다. "없어보이는데 있어요, 남자친구." 이번엔 내가 웃으면서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아직 서로의 이름을 모르네요. 이름이 뭐예요?" "저는……" 그녀는 이름 대신 J라고 했다. 아직 이름을 공개하기엔 쑥스럽다며 J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나 역시 이름 대신 윤이라고 불러달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J와 함께 근처 술집에 들어갔다. 빨간색과 노란색과 초록색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아주 특별한 분위기를 내는 술집이었다. J가 안주 선택권을 내게 넘겼고, 나는 가볍게 먹을 요량으로 오뎅탕 하나와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팔리는 소주와 맥주를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고 술집의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살폈다. 조명이 많이 밝지 않은지, 테이블과 테이블 간격이 좁지는 않은지. 다행인 건 조명은 밝은 듯하면서도 어두웠고, 테이블 간격은 넓직했다. "분위기 좋네요." 나는 말을 마치고 싱긋 웃었다. J가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와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걸 나는 J의 얼굴을 보고서야 알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지 J의 얼굴은 어두웠다. 나는 손바닥으로 J의 이마에 손을 갖다 댔다. J가 흠칫 놀라면서 뒤로 몸을 뺐다. "이상하네. 열이 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뭐가 문제일까요?"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J를 바라보며 물었다. "하면 안 되는데, 해보고 싶었던 걸 해본 적 있어요?" J가 대답 대신 내게 되려 질문을 했다. 하면 안 되는데, 해보고 싶었던 걸 해본 것이라. 나는 잠깐의 고민 끝에 고개를 저었다. J가 고개를 젓는 내 얼굴을 보더니 뭔가 재미있었는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아까부터 뭐가 그렇게 웃겨요? 나도 좀 같이 웃고 싶다." 나는 짐짓 삐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뇨, 별 건 아니고, 그냥 환상 같은 것 있잖아요. 누구나 갖는 호기심 같은 것."J가 말을 마치고 고개를 젖혀 500ml 맥주잔에 담긴 소맥을 한 번에 입에 털어 넣었다. 그러고는 길다란 오뎅을 꺼내면서 말했다. "하면 안 되는데, 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나는 물끄러미 J를 바라봤다. "오늘, 같이 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