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패배자를 위하여
담배 한 개비 건네라
소주 한 잔 같이 해라
위로는 하지 마라
이미 충분히 주눅 들어 있다
큰 소리 내지 마라
패배자 심장은
꽃잎 끝에 맺힌 이슬처럼 연약하다
입꼬리 곱게 올리고
사랑하는 연인처럼 말해라
함께 여행을 떠나면 지적 질하지 마라
군대 이야기는 하지 마라
원주민 학살자 놈들 만큼 싫어한다
술을 마시고 대화할 때는 듣고만 있어라
패배자가
노래할 때 물개 박수를 쳐라
눈물 짜거든
테이블에 답배 한 개비 두고
소주 한잔 채워주고
계산하고 몰래 떠나라
잡히면
먼동이 튼다.
2
詩를 쓰고 싶다
그 누군가가 내 詩를 읽고
누님처럼
몽글몽글하게 미소를 짓는
단 한 줄의 詩를 쓰고 싶다
그 누군가가
우연히 내가 쓴 詩를 발견하고
잠시
아주 잠시
심장이 짜릿한
그런
詩를 쓰고 싶다
3
인간 상실
대한 조선 남자는
나이가 되면
신성한 의무라는 이름으로 끌려간다
군이라는 수용소로.
그곳에 가면
인간의 비굴한 본성이
선택의 여지없이 노예가 된다
그곳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모두 가면을 쓴다
아버지
남편
법 전문가
교수
작가
의사
종교지도자
철학자
상담사
봉사자
기부 천사
등
등.
가면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알코올 중독자
돌아이
노숙자
자살
상실의 난간에 혼자 서서
숨을 쉬고 살아야 함에 무력감을 느낀다
태초의 세상을 기다린다
초인을 기다린다
인간을 기다린다
너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