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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이라는 그럴싸한 핑계로 당당함을 연기하는 세상

ㅇㅇ |2023.12.14 13:19
조회 743 |추천 7

혼인율과 출산율이 하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결혼 안하고, 아이 안 낳는 이유가 집값 때문일까요 물론 영향은 있겠지만 집값이 폭락한다고 해도 혼인율이 올라갈 것 같진 않아요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아주 그럴싸한 명분을 사회가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나라 사람들처럼 남 눈치 보고 과시, 허세, 체면 차리기 좋아하는 민족에게, 그래서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온 민족에게 이것만큼은 노력 안 해도 된다, 포기해도 된다는 아주 좋은 ‘비혼’ 이라는 명분을 준 게 지금의 상황을 만든 이유라고 생각해요

전 10년 전에 결혼했는데요
그 때만 해도 ‘비혼’이라는 용어는 없었습니다
결혼을 안한다는 표현도 거의 쓰이지 않았고,
나이가 찼는데도 싱글인 사람들은 ‘결혼 못한 사람’이였죠

오랜 세월 이어져 온 결혼을 못하면 어디 하자있는 거 아닌가, 모자란 사람 같은 색안경까지 씌어지면서 먹고 살기 힘든 와중에도 열심히 취업하고, 자리 잡으면 열심히 사람 만나러 다니면서 배우자를 찾아 가정을 꾸리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의 당연한 루트로 생각하며 살던 때였습니다.

어울리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결혼할 때마다 위기감을 느끼고, 사회에서 ‘하자 있는 노총각, 노처녀’ 로 낙인 찍히지 않기 위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눈도 낮추고, 외적인 조건만이 아닌 다른 가치를 찾아보려 노력도 하면서 그렇게 ‘결혼’을 위해 노력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결혼을 하면 자녀를 낳는 것도 당연했고 아이를 못 가지는 또는 못 낳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이 싫어 바쁘게 사는 와중에도 다들 노력해서 대부분 결혼 1-2년 내에 아이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결혼은 정말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었고 결혼을 못하고 있다는 뒷말 조차도 나올 수도 없게 ‘비혼’ 이라는 용어가 나와서 ‘나를 위한 당당한 선택’으로 포장해주더군요

이 용어 덕분에 젊은 세대에게는 ‘시간적 유예’가 주어진 것 같았습니다. 결혼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할지라도 ‘비혼’이라고 둘러대거나 비혼 덕분에 ‘결혼을 강요할 수 없게 된 사회 분위기’에 편승하여 시간을 벌게 된 것입니다 예전처럼 직장 구했다고 바로 배우자 찾기에 돌입할 필요도 없어졌고, 나이가 찼다고 눈을 낮출 필요도 없어졌으며, 외적 조건을 포기하면서 내면의 가치를 찾으려는 수양도 할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그저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나 혼자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해지게 된 것입니다.

결혼을 미루는 사람들이 늘어나니 이 연대를 지킬 힘이 더 필요해지게 됩니다.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노력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종년, 퐁퐁남 등으로 묘사되기 시작하고 남녀로 성별을 갈러 이 시간적 유예를 더 이어나갈 명분을 보태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가 더 들어갈수록 결혼은 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니 이 ‘비혼파’들이 본인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기 위한 프레임들은 계속해서 새롭게 추가될 것입니다.

자녀에 대한 노력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혼이 늦어지고 혼인 연령이 올라가니 임신이 쉽지 않습니다. 근데 이 또한 비혼처럼 ‘선택’의 문제가 되면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신혼을 즐기겠다, 우리는 딩크다 이런 명분이면 색안경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아이를 가지려는 노력 굳이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이 연대에게도 힘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이 선택이 똑똑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대치된 쪽을 반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다복하다, 아이가 많으니 밥 안 먹어도 배부르겠다‘ 이런 이야기는 이제 안 될 말입니다 ’미련하게 많이 낳았다, 가난할수록 아이를 많이 낳는다, 부자들의 노예들일 뿐이다‘ 로 아이 많은 집은 생각 없는 부모 밑에 노예 확정 자식들로 비하되고 있습니다.

출산율이 오르려면 결혼은 부러운 일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을 낳고 살아가는 가정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남들에게 부러움과 과시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뭐든지 하는 민족에게 지금 결혼과 출산은 조롱과 희화화의 대상으로 전락해가고 있으니 결혼과 출산을 위해 더 이상 노력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결혼하던 십년 전에도 ’비혼‘이라는 말이
있었다면 저도 그렇게 일로 바쁘던 사회 초년생 시절에 결혼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추천수7
반대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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