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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 아저씨 좋아해본썰

쓰니 |2024.01.15 01:36
조회 6,200 |추천 2
첫사랑? 썰 풀어봄



난 갓 고딩 됐을 때 학교가 좀 멀어서 오피스텔에서 자취함



솔직히 말하면 우리 집안 좀 살긴 했었음

오피스텔에서 자취한 이유도 ㅈ같은 교육률 때문이기도 했고 
ㅇㅇ

하지만 부모님이 어렸을 때부터 하도 공부 공부하니까

내가 2등급 아래로 받아오면 방 뺀다고 협박하고

심했을 땐 온갖 욕은 다 들으면서 나 같은 딸은 필요 없다고 호적에서 팔 거라고 한 적도 많음



그럴 때마다 진짜 살기 싫었다

자ㅎ도 자주 하고 약 먹고 콱 죽어버릴까 고민한 적도 많음



그런 나한테 유일한 낙은 집 앞 닭강정 시켜 먹는 거였음

그 집 배달 아저씨가 약간 연예인으로 치면 장혁? 암튼 되게 잘생겼었는데

처음 시키고 나니까 그 얼굴 보는 맛에



그 뒤로부턴 일주일에 한 4번 시키고 그랬었음 ㅋㅋㅋㅋ



그러다가 어느 날은 학원 끝나고 집 가는데

그 아저씨가 편의점에서 저녁 때우시는 거 보고

그때부터 항상 그 시간에 따듯한 커피 사서 아저씨 하나 드리고

 나 하나 마시면서

인생 조언 같은 것도 많이 듣고 나중엔 저녁도 맨날 같이 먹으면서

하여튼 내 얘기는 묵묵하게 잘 들어주셨음



난 이런 어른 같은 어른은 처음이라

내가 드디어 무거운 마음을 놓고 의지할 수 있는 아저씨가 너무 좋았음

첨엔 내가 말로만 듣던 오지콤인가 싶었는데 나중엔 오지콤이면 뭐가 어때서라는 생각이 들을 정도로 좋아했다

그 아저씨만이 나를 그렇게 편하게 만들어줬는데

아무렴 어땠을까;; 



그렇게 1년을 알고 지내며 아저씨한테 의지도 많이 하고

고민 상담 핑계로 졸졸 따라다녔다 ㅋㅋㅋ



근데 고2 올라갈 때쯤?

아버지 회사가 부도가 나서 집으로 다시 들어가야 되는 상황이었음



솔직히 좀 살던 우리 집안이 부도났다 하니까 학교에 소문 쫙 퍼져서 나만 지나가면 수군수군 거리고 같이 다니던 무리에서도 따 당했었음

미친년들;;

그 이후로 공황장애가 좀 심하게 생겨서 학교도 자퇴하고 그냥 이사 준비나 했다



안 그래도 중요한 시기에 전학도 가야 되고 그 ㅈ같은 집에 돌아가야 되는 와중에도

아저씨를 더 이상 못 본다는 생각밖에 안 나더라



너무 보고 싶었는데 막상 집 나가려고 해도 도저히 못 나가겠고

연락처도 몰라서 일주일 가까이 우울하게 거의 아무것도 안함

그러다 갑자기 든 생각이 배달 시키면 올것같아서 바로 시킴



근데 막상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울음이 안 멈추더라고

그 감정때문에 그런 용기가 난 건지 아저씨 연락처라도 물어봐야겠다 맘먹었음

곧 도착할 거 같아서 좀 진정하고 얼굴 퉁퉁 부어서 찬물로 세수하는데 초인종 울렸음



근데 막상 문 열라니까 심장 ㅈㄴ 빨리 뛰고 호흡도 잘 안되고 울음도 안 멈췄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보고 싶은데 그런 모습을 보여줄 용기가 없었던 거 같다



원래 아저씨한테는 속 얘기부터 ㅈ같은 가정사까지 다 털어놨는데



막상 진짜 바닥까지 보여주면 평생 후회하고 살 거 같아서

문을 못 열겠더라

그래도 끝까지 현관 앞에서 버티면서 심호흡했다



아저씨도 처음엔 문 두드리면서 무슨 일이냐고 문 열어보라고 하다가 내가 ㅈㄴ 서글프게 우니까 눈치챈 건지 조용해지더라



난 진정하다가 지쳐서 잠들었는데 그다음 날 문 살짝 열어보니까 닭강정 문 앞에 두고 가셨더라




이때 살면서 제일 서럽게 울었다







식은 닭강정 박스 위에 돈 봉투랑 편지에 이렇게 적혀져 있더라



“나 오늘이 마지막 배달이었는데. 요즘 안 보이길래 많이 걱정했는데, 어떻게 알고 마지막 날에 이렇게 시키냐 ㅋㅋㅋㅋ
미안하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너 말 들어주는 거밖에 없어서 여태까지 너무 미안했기도 하고 그 어린 나이에 자취하는 게
 기특해서 용돈 좀 넣었어. 난 너가 나중에 독립해서 성공한 멋진 사람이 되어 지금보단 훨씬 이쁜 가정을 꾸려서 살 거라고 생각해. 힘내라”

이거 읽고 ㅈㄴ 울면서 대충 입고

닭강정 집도 가보고 편의점도 가보고 동네 다 돌았는데

어디 가셨는지 안 보였고

나도 결국 ㅈ같은 집으로 돌아가는 새드 엔딩으로 끝남



지금 이거 추억하는 나는 25살이고 이젠 가족이랑 연 끊고 삶 ㅋㅋㅋㅋㅋㅋㅋ

얼마 전에 이게 생각나서 페이스북에 그 아저씨 이름 치니까 ㅈㄴ 허무하게 바로 나오더라;;






혹시라도 이거 보시면 읽으시라고 편지 써요

아저씨 저에요 기억하시나요 ㅋㅋㅋ 페이스북 보니까 이쁜 여자분이랑 결혼해 행복하게 사시는 거 같아서 기뻐요 ㅋㅋ 그때 항상 세븐일레븐에서 라면이랑 삼각김밥 사주시면서 조언해 주시던 것도

항상 배달 올 때마다 힘내라고 해주신 것도 너무 감사해요 덕분에 비록 자퇴했지만 저 아저씨 바람대로 독립도 하고 아직은 소소하지만 쇼핑몰 사업 시작해서 돈도 꽤 괜찮게 벌어요 ㅎㅎ

그리고 저 내년 12월에 아저씨처럼 편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랑 결혼해요 아저씨 말대로 제가 자라난 가정보다 훨씬 좋은 가정 꾸려볼게요

기회가 되면 아저씨 찾아뵙고 싶은데 괜히 아저씨 보면 그때 감정 떠오를 것 같아서 굳이 찾지는 않을게요…

다시 한번, 그때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저씨 때문에 살았고 아저씨 덕분에 성공했어요 ㅎㅡㅎ

#단편소설 #오지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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