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첫사랑
20대 초,중반에는 길어야 반년 정도 연애를 했어요.
게임,운동,친구들과의 모임에 빠져 살아도 무엇하나 부족한 점이 없어서 였던 것 같네요.
오히려 여자친구라는 존재가 삶을 옥죄는 틀로 느껴졌어요.
세상의 사랑노래들이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등재되어있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주는 줄 몰랐던 죄가 기록돼있었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그녀와의 첫 만남 때가 가장 기억이 나요..
20대 후반에 들어서는 무렵, 중학생 때 부터 알던 친구에게 소개를 받았어요.
친구는 새로운 사람이랑 대화해볼 겸 식사를 하고 오라고 했어요.
사실 저도 친구를 만들러 가는 기분이었어요. 아무 부담없이..
강남역 12번 출구 쪽에서 보라색 마스크를 하고 있다고 했어요.
'보라색 마스크라니 정말 특이하다 그런 것도 있구나.'
기다리고 있으니 보이더라구요. 너무 예뻤어요. 친구를 만들러 온 가벼운 마음은 0.3초만에 사라졌던 것 같네요..
복장도 뭐 하나 멋진 것 없는 상태로 와서, 갑자기 집에 볼일이 생겼다고 하고 갈아입고 오고 싶었지만, 남자는 자신감이라 생각하고 밝게 인사부터 했어요.
웃는 모습은 더 예쁘더라구요.
다른 사람을 어떻게 기쁘게 해주는지 전혀 몰랐어요. 매운걸 좋아한다고 해서 떠오르는게 떡볶이 뿐이었네요. 길을 걷다가 마라탕 집이 보였어요. '아! 매운거+요즘 인기 많음->고고' (맛없는데 맛있는 척 먹어줬었다고 하더라구요. 회상하니 고통스러워서 밥 얘기는 X)
그 후로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얘기했어요.
말이 어찌나 많던지 '나를 엄청 마음에 들어하나? 야호~'라는 생각을 했지만..
주선해준 친구가 "말이 엄청 많은 애야. 너가 가서 무슨 말 할지 고민이라면 전혀 할 필요 없단다."라고 했던게 떠오르더라구요. 분위기가 어색하지 않아 좋아해야 할 것 같은데, 호감이 있던 저는 오히려 긴가민가 헷갈리게 됐죠. 정신없이 이야기를 듣고(너무 많은 얘기를 했어서 내용이 기억이 안나요..) 카페를 나와, 그녀가 살고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는걸 보고 집으로 갔어요. 습한 여름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 사람이 가득해도 마냥 기분이 좋았어요.
집으로 돌아와서 방에 누우니 긴장이 됐어요. 오늘 말 실수를 한건 없는지, 내가 말을 많이 안해서 평소보다 더 많이 했던건 아닌지...
나 '오늘 즐거웠어. 잘 들어갔어?' / 그녀 '응 ㅋㅋ 혹시 전화 돼?'
나 '응 돼' /그녀 '잠시만 화장실좀 갔다오고 전화할께'
폰 진동소리 웅웅~
나 '여보세요' (너무 많은 말을 들어 기억이 안나요. 중략..)
나 '사귀자.' / 그녀 '그래 좋아'
이 때 까지만 해도 END가 아니라 AND 였는데..
ㅅㅂ 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