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고딩때 쓴 소설인데 메모장 정리하다가 발견함 ㅅㅂㅋㅋㅋㅋㅋㅋ 아 조카 오글거리는데 있어보이게 쓰려한게 다 티나서 조카 웃김 제발 봐줘
"어서오세요. 저승입니다."
새하얀 빛 사이로 그 계단 사이로 오늘도 생을 다 마친 예쁜 꽃들이 걸어 들어온다. 예쁜 꽃이 맞을까, 그 사람이 적어도 살아 생전 어떻게 지내왔을진 몰라도 이 곳에 들어오는 한 내겐 다 같은 사람일 뿐이다. 이런 마인드만이 진정 나를 버틸 수 있게 하니까.
"저 죽은 거예요...?"
"네, 죽은거예요."
"저.. 그럴리가 없어요. 아니 저 아직..."
"진정하세요. 김승혜씨는 죽은 거 맞고 이제 마음을 다 잡아야 해요."
오늘도 아직 죽기엔 너무 이른 꽃이 들어왔다. 이름은 김승혜, 18살 고등학생이다. 이런 어린 학생들이 들어오는 걸 보면 마치 5년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멍을 만지듯 욱씬 거린다.
그래도 뭐, 살짝 쓰라릴 뿐 눈물이 난다거나 마음이 여려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은 쥐뿔만큼도 없다. 나 먹고 살기도 바쁘니까.
"아 살살해. 처음 죽으시는 거잖아. 당연히 당황스럽고 낯설겠지."
"맞는 말만 했는데 왜그래? 세상에 두 번 죽는 사람도 있나, 내 방식대로 할 거니까 신경 꺼"
늘 이런 내게 잔소리를 하는 저승에서 나와 같은 업무를 맡는 친구 하나가 있다. 이름은 백태현, 잘생겼다. 잘생겼고... 잘생겼고, 잘생기기만 했다. 잔소리는 더럽게 많고 저 놈의 꼼꼼한 성격이 나를 미치게 한다. 그리고 녀석은 미소를 띄우며 나 대신 사과를 했다.
"죄송해요, 김승혜씨. 모든게 낯설거예요, 그래도 곧 적응도 다 하실거고..."
"저 우리 엄마 두고 죽을 수 없어요... 어떻게 마지막 인사라도 한 번 못할까요..? 제발요 제발..."
간절했다. 너무나 간절해 보였다. 그녀의 모습에서 나의 19살 때 모습이 겹쳐 보였다. 꼭 모은 두 손, 파르르 떨리는 입술, 눈물이 어디서 흐르는 지도 모르게 끊임없이 세어나오는 눈물... 감정이입을 해버렸다. 그러지 않기로 했는데.
"승혜씨 돌아 갈수 없어요. 그게 현실이고 잔인하지만 받아드려야 해요."
"..."
"죄송해요, 이런 말씀밖에 못 해드려서..."
투둑... 투둑-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5년도 더 된 일인데 아직도 날 두고 혼자 꿋꿋이 살아가실 우리 엄마가 아른 거려서, 내 눈에 자꾸만 머물러서... 내 가슴이 미친듯이 요동쳤다. 여태 이런 적은 없었는데, 잘 참아왔는데 이 사람한테 내 모습을 보고 말았다. 그렇게 한 없이 강한 척을 하던 내가 한 없이 나약해지고 말았다.
"울지마, 김승혜씨 먼저 좋은 곳으로 보내야지. 그게너가 할 일이잖아."
그 말은 단단하면서도 나를 움직이게 했다. 나의 업무이자, 나의 일. 이 일을 하게된 계기 그리고 이 일에 대한 나의 초심... 모두 잊지 않고 살아왔다. 겨우 이런 일로 무너질 수는 없었다. 나는 눈물을 닦고서는 다시 옅은 미소를 띄우곤 김승혜씨를 모셨다.
"승혜씨, 천국이라고 하네요. 좋은 일 많이 하셨나봐. 거기가면 천사들이 당신을 안내해줄 거예요. 안녕히 계세요."
그러곤 김승혜씨의 작고 여린 뒷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금 강한 마음을 먹었다.
•••
"거기서 왜 울고 그러냐, 아직 애다. 애"
"몰라, 나 왜 울었냐. 오랜만에 엄마 생각나서 그랬나봐요. 선배는 안 그래요?"
"엄마가 있어봐야 알지. 나도 이승에 두고 온 미련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뭐야, 말 걸때마다 사연나와서 무슨 말을 못하겠네."
"나 이 일 한지 벌써 7년이야. 너무 괜찮아서 문제다."
"에이, 그래도 이승에서 산 세월이 19년인데 7년이랑 비교가 돼요?"
"어~ 비교 되거든."
늘 이런식. 맨날 애 취급하고 대충대충, 건성건성 대답해 버린다. 겨우 두 살차이면서 반 말 못하게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돼. 그래도... 백태현 이 선배는 내가 저승에서 그나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적어도 말은 통하거든.
"윤지우, 너는 이 일 왜 하게 된거야?"
"내가 말해 줄 것 같아요? 선배도 자기 얘기 절대 안 하면서 제 얘기는 왜 물어보신담."
"어쭈, 예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권유하니까 홀렸네, 홀렸어."
"아니거든요? 저도 다 이유가 있거든요?"
"그래서 그 이유가 뭐냐고."
뚜벅- 뚜벅...
"...?"
낮게 들리는 걸음소리, 또 한 사람이 생을 마감했겠지 하며 당연한 듯 아무렇지 않게 여겼던 난 순간 명단을 보자 그 생각을 이어할 수 없었다.
'왜 명단에 없는 이 사람이 저승에 올라온거지...?'
왜냐하면 우리는 실수를 해버렸으니까. 그리고 이 걸음이 나의 두 번째 인생을 만들어줄 것이라고는 이땐 알지 못했다.
•••
"그러니까... 선배, 우리 명단에 있는 차재현이란 사람이 이 분이 아니라... 다른 사람 인거지..?"
"...어, 우린 이제 끝났다."
너무 미안하지만 차재현이란 사람을 앞에 두고 우리는 속삭이며 말을 주고 받고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이름만 같고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심지어 수명도 아직 창창한 이 고등학생 소년이 올라와 버렸다. 지금 나 너무 당황스럽고 두려운데 정상인 거 맞지. 정말이지... 이 사람은 또 어떻게 보내드려야 할지 절차가 벌써 막막하고 숨이 막혀온다.
"차재현씨... 맞으시죠"
"네."
이상하게도 아니 정말 이상하리만큼 당황하지 않는다. 5년간 저승에서 일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이런 반응 또한 처음이다. 찢어진 눈매에 큰 키, 도톰한 입술, 살짝 구릿빛 피부까지 차갑게 생긴 이 남자는 본래의 차재현과는 사뭇 다른 인상이다.
"정말 죄송합니다. 먼저 용건부터 말하자면 본인은 원래 죽을 운명이 아니고요, 당신이 아닌 48세의 차재현씨가 올라와야 하는데 위에서 착오가 생긴 것 같아요."
"..."
"그래서.. 정리하자면 본인은 자신의 운명이 아닌 남의 운명을 대신해서 죽었다는 거고요..."
"...네?"
"저희가 꼭 다시 이승으로 갈 수 있도록 할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아니 그게 무슨."
"정말 죄송합니다, 모두 다 저희가 잘못한 일이예요.."
당황스러웠다. 이런 경우도 처음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전혀 모르겠는게, 정말이지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지는 것 같았다. 한 마디로 그냥 멘붕그 자체였다. 그때 선배는 내가 이 소년에게 사과를 구하고 있을즈음 위에 가서 상황을 재빠르게 알리고 방법을 알아가지곤 힘 없는 얼굴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선배, 어떻게 됐어요? 이승으로 가는 방법이 있긴 한 거죠...?"
"...잘들어. 차재현씨랑 너 둘이 같이 이승에 내려가야 돼."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지우 니가, 한달 간 차재현씨 옆에서 악귀들을 물리쳐야 한다고."
"...악귀?"
"그래, 악귀. 19세 차재현씨가 48세 차재현을 대신해서 오게 된 이유가 악귀 때문이래. 나는 이 곳에서 업무를 하고 너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서 한 달간 이승에서 지내야 돼."
"..."
"이해 갔지..? 니가 죽은 사람이란 거 이승에선 그 누구도 알면 안 돼. 차재현씨를 제외한 니가 아는 사람들 전부. 만약 너를 아는 사람이 널 알아보면,"
"...어떻게 되는데?"
"그 즉시 넌 죽고 니가 가진 기억들 모두 사라지게 될거래."
"뭐야, 나 무서워 선배. 꼭 이 방법 밖에는 없는거야?"
"미안하다, 내가 내려 가겠다고 했는데 위에서 이미 너가 가는 걸로 결정내렸다고 하더라."
이승에 다시 내려가라니, 이미 죽은 사람이 다시 이승에 내려가서 한 달간 들키지 않고 지내라니. 또 악귀는 어떻게 물리치라는 건데. 내가 아무리 저승안내원이라 한들 나도 악귀는 정말 무섭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 방법이 이것밖에 없는거라면... 그래, 어쩔 수 없다. 하는 수 밖에.
그때 이 상황이 이제서야 납득이 간 듯한 차재현씨는 낮고 어두운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렇게 한 달을 지내면 어떻게 변화되는 건데요."
"아, 차재현씨는 다시 평소처럼 살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지우 니가 좀 힘들겠지... 악귀도 물리쳐야 하고 죽을 운명인 차재현씨를 찾아야하니까.."
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의미는 적어도 할 수 있을만큼은 최선을 다해보겠단 나의 작은 소리니까. 솔직히 말해 악귀들이 저지른 일 내가 수습하는 거 그지같고 역겹다. 하지만 피한다고 피해지지 않을 일 그냥 한 번 부딪혀보기로 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 앞으로의 상황은 모두 나에게 달려있으니까.
"해야지 뭐 어쩌겠어요... 오랜만에 이승 구경도 하고 올게요."
"그래, 긍정적이여서 좋네."
최대한 긍정적이게, 최대한 깊은 생각 안하기. 이게 내 삶의 원칙이다. 살아보니 생각이 깊을 수록 나만 힘들고 나만 복잡해진다. 긍정적으로 살아가려 노력하다 보면 정말 어느 순간 부정적인 생각들이 차츰 줄어들기도 하고 말이다. 아무생각 없이 받아드리고 쿨하게 넘어가면 나도 정말 그렇게 변할 것 같으니까 이게 내 최선이다.
"차재현씨, 앞으로 자주 뵙게 될 텐데 통성명이나 할까요?"
"저는 다 알거 같은데요."
"아... 그건 그렇죠. 근데, 본인 입으로 듣는 거랑은 또 다른 차이가 있으니까요."
"19살, 수능 준비하다가 죽은 고 삼이고요. 얼른 내려 보내주셨으면 좋겠네요."
"아... 네, 그럴게요..."
그렇다. 상대는 꽤 만만치 않은 사람이다. 5년간 수만명의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사람 파악하기랄까, 몇마디 말을 해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대충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얘는... 딱봐도 그냥 싸가지 없는 고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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