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고 있지? 나도 잘 지내.
나는 아직도 너와 연락하던 초반 저녁에 한강공원 계단에서 새벽 4시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던 그 날을 기억해.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랬을까 싶어너는 항상 퇴근하거나 시간이 남으면 저녁에 우리 동네로 넘어와 함께 산책을 하고 나를 데려다주고는 막차를 놓치고 혼자 택시 타고 돌아가곤 했지그 시절 누구보다 순수하고 깨끗했던 너를 기억해내 기억 속엔 아직도 그 날의 너가 있어
3년 동안 정말 많이 울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내가 정말 순수하게 널 사랑했구나 싶기도 해한때는 너가 너무 미웠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잘 지내길 바래혼자 술 마시고 울며 말하던 네 마지막 목소리가 잊히지 않아
가끔은 너무 이상해너가 나한테 그렇게 잘해주던 사람도 아닌데 난 왜 그렇게 널 잊지 못하는지가만히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치인 것만도 같아우리 서로의 가족이었잖아가정환경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이야기들도, 재정상태도 전부 다 아는둘 중 누구의 중요한 일이 생기면 한 집에서 모여 밤새 머리 싸매고 같이 해내는
지금 널 다시 만난다 해도 다신 그렇게 지내지 못할 거란 거 너무 잘 알아그때의 우리였으니 그렇게 지낼 수 있었을 거라는 것도지금의 우리는 남으로 사는 지금이 더 자연스럽다는 것도
가끔은 너가 꿈에도 나오지만아직도 나는 토일의 끝말잇기를 들으며 너에게 건네지 못한 말들을 삼키지만나처럼 너와 하나하나 맞지 않았던 사람보다너와 잘 맞는 사람 만나서 하루하루 평탄하게 잘 살아가기를누구보다 평범하게 잘 지내기를 바래
널 잊을 수 있는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