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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어린이집 교사입니다. 제가 이기적인 걸까요.

ㅇㅇ |2024.02.29 02:54
조회 195,103 |추천 517

많은 답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후기가 늦어져 죄송해요.
댓글들 하나하나 읽어보며 혼자 생각을 정리하느라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선은..., 일은 관두려고 합니다.
기다려주신 원장님과 선생님들, 아이들과 부모님께 죄송하고 말을 번복해서 죄송하지만 그만두는 게 맞을 듯해요.
욕심은 맞았나 봅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돌발상황이 일어났을 때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걸 구체적으로 상상하니 안 될듯해요.
위험 상황에 몸은 움직이겠지만 순간적인 통증으로 사고가 일어난다면..., 그건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듯합니다.
개인적인 가치관으로 가장 중요한 건 애정이라 여기지만, 안전 역시 비할 수 없이 중요하니까요.
반 년에서 일 년 정도 쉬면서 건강해지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의 댓글 덕분에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이 일을 아예 관두지는 않을 거예요.
상처는 좀..., 있었지만 좋은 기억과 좋은 사람들과 좋은 학부모님이 훨씬 더 많으니까요.
대다수가 다 좋은 분들이셨어요.
다시 복직했을 때 몸은 괜찮냐고, 고생하셨다고, 안부부터 전하는 분들이 대다수셨고, 평상시에도 웃어주시는 분들이 훨씬 많았어요.
사소한 일에도 별 거 아닌 거에도 고맙다고 표현하시는 분들이 많으셨으니까요.
하나의 일에 매몰돼 좋은 일들까지 덮지는 않으려고요.

그리고 전 역시 이 직업이 좋나 봐요.
아이들이 웃으면 좋고, 같이 있을 때 저 역시 좋습니다.
쉬다가 다시 복직해서 일하려 합니다.


아이들이 안아달라는 건, 제가 좋아서 그랬나 봐요.
그때는 체력이 있어서 짧게 짧게 안아준 걸 기억하고 있었던 듯해요.
그냥마냥 사람 체온 좋아하는 아이들이니까요.
다시 일을 해도 무리는 하지 않고 그냥 꾹 안아만 줄게요.
아직은 먼 얘기 같지만요.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은 듯해요.
사실 어제 정신이 멍해서 충동적으로 글을 올리고 후회했거든요. 괜히 했나, 고자질한 느낌인데, 이 글을 보면 어떡하지, 화근을 만든 건가...
별별 생각을 다했는데 올리길 잘한 듯해요.
그렇지 않았으면 혼자 고민하고 움츠려 들었을 테니까요.
덕분에 받았던 상처가 조금 더 아물었어요. 좋은 말씀들, 잘못 아니라고 해주신 말씀들, 현실적인 이야기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건 상관없는 얘기인데, 재활 기간 동안 생전 처음으로 목발을 짚고 다녔거든요.
제 생각보다 정말 많은 분들이 배려해주셨어요.
자리를 양보해주시기도 하고, 문을 잡아주시기도 하고, 떨어진 물건을 주워주시기도 하고, 편히 걸으라고 길을 비켜주시기도 하고.
정말 당연하다시피 배려해주셔서 정말 감사했거든요.
세상엔 좋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거 알고 있어요.


쓰다보니 좀 길어지긴 했는데,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마음도 추스르고 안정이 됐어요.
모든 분들께 도움 많이 받았으니 베풀고 살게요.



다들 좋은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제목 그대로 저는 어린이집 교사입니다.

아이 좋아하고 적성에도 맞아 가끔 속상한 일이 있어도 또 웃는 모습들 보며 힘을 얻는 그런 평범한 교사입니다.
그런데 근래 심하게 회의감이 듭니다.
그만둬야 할까, 내가 이기적인 걸까,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걸까.나는 아직 이 직업이 만족스럽고 우리 반 아이들이 예쁘기 그지없는데, 지속하는 게 욕심인 걸까요.

조금 길지도 모르겠습니다.최대한 감정 조절하며 쓰겠습니다.

몇 달 전, 수술을 받았습니다.
다리 통증이 심했고 이곳저곳 검사한 후 약으로 해결이 되지 않아 진단 후 수술 및 입원을 진행했습니다.
처음 수술을 받아야겠다고 마음먹은 후 어린이집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회복 시간 등을 이유로 최소 2,3개월을 휴직해야 했기에 아이들에게도 원에게도 좋은 환경은 아닐 테니까요.
그래서 원장님께 이런 이유들을 설명한 후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원장님께서는 반대하셨습니다.
정말로 많이 힘들어 오랜 시간 쉬고 싶은 게 아니라 단지 회복기간이 이유라면 단기 기간제 선생님을 고용할 테니 수술받고 오라고요.
다른 선생님들께서도 일 처리가 디뎌질 수도 있으나 괜찮다고 건강해지고 다시 보자며 만류하셨습니다.

몇 번이고 고민했으나 저 역시 다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다니는 원에 만족하고 아이들 역시 눈에 밟혔으니까요.
제가 돌보던 아이들 형님반이 되어도 그대로 제가 살피고 싶었습니다.
아마 여기서부터 제 욕심이 시작되었던 걸까요.
제 진심으로는 원장님의 말씀이, 동료 선생님들의 말씀이, 많이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전 3개월의 휴가를 받았고 그 동안 수술과 재활을 거쳤습니다.
다행히도 수술이 잘 되었고 재활 역시 원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퇴원하고도 꾸준히 운동을 했고 이제 일상생활에 큰 무리는 없다, 복귀해도 된다는 의사분의 소견까지 받았습니다.

다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재활을 꾸준히 했음에도 몇 가지 걸림돌이 생겼습니다.
걷거나 아이들에게 설명하거나 등의 일상생활은 무리가 없음에도 아직까지는 힘든 부분들이 있습니다.
뛰는 것. 아이가 일탈하거나 위험행동을 할 때, 급박한 상황에서 몸이 저절로 움직입니다만 그 후로 통증이 생깁니다. 그렇기에 산책같은 일정은 다른 선생님께 부탁드립니다. 그 분의 다른 일정을 대신 해드리지만 말 그대로 호의이기에 정말 감사히 여깁니다.
두 번째는 무릎에 앉히는 것. 아직까지도 무게중심이 한 쪽으로 쏠리면 통증이 느껴집니다.
마지막, 아이를 안아올리는 것.
무거운 무게를 당분간 들 수 없어 무리가 옵니다.

산책 문제는 다른 선생님과 합의 하에 가능하지만 2,3번째 문제로 일이 발생했습니다.
처음 다시 복직했을 때 아이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선생님이 아직 몸이 다 안 나아서 안아줄 수가 없다고, 미안하다고.그냥 안기고 싶으면 꼭 포옹만 하자고.
아이들은 모두 수긍해줬지만 한 번에 그게 숙지가 되면 그게 아이인가요.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선생님 안아줘요, 하는 애들 많았어요.
절대 그게 싫지 않았어요.
선생님이 그렇게 오래 멀리 있었는데 아직도 좋아해주는구나, 뿌듯했고 예뻤고 귀여웠어요.안아달라는 아이 몸을 숙여 꾹 안아줬어요.

그런데 민원이 왔네요.
우리 아이가 안아달라 했는데 거부했다고.
한 개의 민원이 아니었나 봐요.한 분이 여러 번 보내신 건지, 여러분이 보내신 건지, 안아줄 수 없을 정도의 아픈 사람이 아이를 돌볼 자격이 있냐고요.

그걸 오늘 알았습니다.
원장님과 동료 선생님들이 제게 말을 전하지 않았어요.절 배려해주셨나 봐요.

그런데 어제, 하원하는 아이들 마중해주며 학부모님들과 짤막한 인사를 나눴는데, 한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얘기 들어서 아는데 그 정도면 원 그만둬야 하지 않냐면서요.
제가 죄송하다고, 그래도 꾸준히 나아지고 있고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정상으로 될 거라 말씀드렸는데 화가 많이 나신 상태였어요.
ㅇㅇ이가 안아달라고 했는데 거절했다면서, 자격이 있냐 하시네요.
주변에 학부모님들 많았는데 많이 당황했어요.

그런데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니까요.
죄송하다 하니까 무릎을 꿇어보래요.
사과 받겠다는 게 아니고 그 정도는 되어야 애들 돌보지 않겠냐며 환자가 무슨 자격으로 한 두명도 아니고 애들을 돌보냐며.
시간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체감상 20분 정도 된 거 같아요.
언성이 높아지고 상황이 격해지며 주변 학부모님들이 말려주시고 원장님과 선생님들이 만류해주셔서 상황은 끝났습니다만...

집에 오니 생각이 많아집니다.
사실 입원해 있으면서 아이들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수술 받으면서 건강해지고 싶었어요.
원장님이 면회 오셨는데 아이들 편지 가득 들고 오셨거든요.
선생님, 아프지 마요!, 선생님, 보고 싶어요.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다 나으면 고맙다고, 웃으며 실컷 예뻐해주고 싶었는데.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니 제 잘못이 있는 듯해요.
다 낫지도 않고 아이 안아올릴 수도 없는 이가 선생님이라니, 그것도 단체 애들 돌보는 사람이 그런 증상이 있다니.
제가 너무 꿈만 꾸고 있었나 봐요.
그냥 다 회복되면 원래 일상으로 돌아가 때로는 한숨도 쉬고 때로는 웃으면서 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너무 제 욕심만 부린 건가 봐요.

그만둬야 맞겠죠?

그냥 좀 징징거리자면 아프고 통증 있고 괴로웠을 때, 그래도 나으려고 이런 거지 담담히 넘겼는데계속 마음이 힘드네요.

조언을 좀 부탁드립니다.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깊지만, 한 편으로는 다녀도 된다는 위로를 받고 싶은 게 진심이긴 한데,아이들에게 해가 된다면 이게 이기적이라면 깔끔하게 그만두려고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517
반대수17
베플ㅇㅇ|2024.02.29 08:25
제발 원장이 다른 원에 보내시라 했으면 좋겠다 저런 아이 엄마가 내아이 친구엄마인게 너무 소름끼칠거 같음
베플ㅇㅇ|2024.02.29 09:46
와 어린이집에서 애들이 안아달라면 다 안아줘야 하는거였어? 나 처음알았네..컬쳐쇼크 ; 그게 컴플레인까지 발생할 일이라는걸 몰랐다..나라면 아이의 불만에 대해 원장님과 상담 후에 아이를 설득하고 교육시킬 것 같아 아픈사람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집에서 저런거 떠들정도로 소통되는 아이면 이제 저런 교육도 필요한거잖아 그와중에 무릎 꿇어보라는 엄마는 인성 대단하시네 뭔데 자격평가질이지.. 그 엄마부터 아이를 기르기에 적합한지 자격평가마렵네 여튼 쓰니 너무 속상하겟다 널 마음아프게 한 세상이지만 또 원장님과 선생님들처럼 널 지켜주고자하는 세상도 있으니 힘내고 쾌유를 빌게!
베플|2024.02.29 10:40
와 극한직업 장난아니네 내새끼 안고 업는 것만으로도 관절 다 나가는데 한 반애들을 다 안아 들어올려야 함?? 그리거 텐션 댓글 넘 웃김 텐션 소리할 만큼 돈냄? 식당에서도 텐션 있게 서빙받으려면 그만한 돈 내야 하는데 할 일 군소리 없이 하면 되는거지 텐션 ㅋㅋㅋ 서비스에 맞는 돈을 내고 있음???
베플쓰니|2024.02.29 03:04
요즘세상에 참 좋은 선생님이신데.. 마음만으로 하기엔 너무 힘든일이 아닐까요.. 몸을 추스리세요. 아이보다 선생님의 건강이 더 우선이에요
베플ㅇㅇ|2024.02.29 08:13
내 머리가 너무 꽃밭인가? 외국 드라마나 다큐 보면 아픈 친구나 이웃이나 선생도 마찬가지로 많이 아팠으나 너희들의 응원으로 많이 회복되고 마침내 완치되었다는 해피엔딩을 많이 봤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약자를 돕거나 양보하고 응원하면서 성장하고. 내가 너무 환상 속에서 사나? 선생님이 아프니 좀 기다려 달라 도와다오 이런걸 애들한테 얘기하며 수업하는게 비교육적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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