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로 인해 기쁨과 절망이 공존하던 병원이 몹시 혼란스럽다.
다수의 전공의들이 돌연 인사 없이 사직을 걸고 병원 밖을 나가버렸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병원에는 전임의(교수)와 간호사가 환자 곁을 지키고 있다.
이마저도 전임의 또한 지쳐 나가 버린다는, 제자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명분으로 병원을 떠난다는 뉴스 기사가 보이기 시작했다.
간호사로서... 그 무게가 말로 이룰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은 전담간호사들은 여전히 음지에서, 그 누구도 모르게 환자를 위해 일하고 있다.
애당초 간호사 자격으로서 항암제 투여, 수혈, 동의서, 처방, 수술, 일부 중대한 침습적 행위를 일절 해선 안되지만.
지금은 환자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하는 이들이 돌연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난. 오늘도 불법 의료 행위를 했다.
비단 전담간호사 뿐일까.
병동 간호사들은 환자들의 몸 상태에 안 좋아지면 즉각 대처가 힘들다. 현 상황을 알릴 전공의가 없고 대체인력으로 전임의가 있지만 이미 중년의 그분들은 탈진 상태이다.(전임의 대비 업무량이 과다하다.) 그럼 불같은 보호자를 겨우 진정시키며 혹은 끙끙 앓고 있는 환자를 보곤 간호사 임의로 해열제나 진통제를 줄 수밖에 없다.
중환자실 간호사 역시 같은 전임의를 새벽마다 깨워가며 환자상태에 대해 즉시 대처해야한다. 여기도 마찬가지이다. 탈진한 전임의가 부재중이라면, 간호사가 임의로 판단하고 응급투약 및 처치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곳의 환자는 죽는다.
응급실 간호사는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환자분들을 돌려보낸다. 의사가 없으니까, 전임의 역시 있지만, 인력 대비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역량이 현저히 떨어진다.
수술실 간호사는 수술하는 전임의 옆에서 전공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분들의 역할은 그게 아닌데…
정부와 전공의 사이의 의견이 첨예하다. 품격은 없고, 이익만이 있다.
여론 또한 잔인하다. 작은 부작용에 피땀흘려 장시간 수술 한 의사에게 삿대질과 욕설을 퍼붓는 그들 답게 여론은 의사에게 냉혹하다.
열심히 일한 만큼 적절한 보상은커녕 수십 년째 동결된 진료비 및 수가는 생각지 않았고 일단 수부터 늘리자 정부의 의견 또한 무지하기 그지없다.
왜 필수 의료과 라는 것이 무색하게 비인기과 라는 것이 존재할까?
이쯤 되면 난 멍청할 정도로 진리에 맞는 간호사들이 싫다.
그놈의 "준법투쟁"이란 구호를 내세워 몇 달 전 간호법 통과를 위해 거리로 모인 이들은.
병원 밖을 떠나며 나는 사직을 한거다. 불법이 아니다 라고 하는 단체들과 심히 대비된다.
어떤 싸움이 일어나고 있건 간에,
갈 곳 없는 환자들은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