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꿈 속에 너가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나는 너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너는 온도가 아주 차가운 시체의 형태로 나를 맞이하더라. 꿈속에서나마 너를 만날 수 있었다. 아주 끔찍한 모습이지만 말이다. 잠에서 깨어난 뒤, 나는 너무나도 많이 울었다. 한참을 울고 또 울었다.
우리가 공식적으로 헤어지고,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10년 전 가을에 헤어졌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끔찍하게 사랑했고, 그 사랑 때문에 많이 아파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헤어졌다. 헤어지고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었다. 더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아 억지 눈물을 흘릴 때가 되었을 무렵, 그날도 나는 어김없이 술을 먹고 친구들에게 너에 대한 푸념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날 너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고, 우리는 만나기로 했다. 들뜬 마음에 약속 시간보다 3시간 일찍 카페에 도착했다. 그리고 너를 어떻게 반겨줄지, 수없이 많은 리허설을 거쳤다. 수많은 테이크를 거듭한 끝에 나는 결정했다. “안녕, 오랜만이야.” 덤덤하게 가기로 했다. 너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는 연습한 대사를 그대로 뱉어냈다, 음량, 톤, 어투, 그리고 그 밖의 몸짓들까지. 실수는 없었다. 실수라면 내가 그곳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실수였다. 너는 나에게 사귀는 사람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나와의 시간이 너무 소중했고, 나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만나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너는 너무 잔인했다. 내가 계산한 수많은 식 중에서, 너의 그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절대 풀어낼 수 없는 수식이었다. 나는 기능이 고장 난 로봇처럼 어버버거리다 집에 돌아왔다. 그날은 억지 눈물 대신, 슬픔의 농도가 짙은 눈물을 흘렸다.
그러고 너는 그 사람과 헤어지고, 다시 나에게 연락을 했다. 짧디 짧은 만남들, 그 만남들이 계절마다 반복되었다. 넌 늘, 나에게 말했다. “이번 연락이 마지막이야. 다음부터는 연락 안해. 내가 진짜 하면 너가 밀어내야 돼.” 내가 어떻게 널 밀 수 있을까. 나는 한 번도 너를 밀어내지 못했다. 너가 연락 올 때마다, 나는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며 너를 반겼다. 한 해 동안, 우리는 여덟 번 정도 만남을 가졌다. 너랑 딱히 뭘 하지 않아도 나는 행복했다. 나를 찾아온 너는 너의 일상만을 얘기해주고 떠났다. 너는 이야기하고, 나는 들었다. 너는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가 필요했고, 나는 너가 필요했다. 우린 딱 그 정도였다. 그런데 그 만남도 결국엔 너의 선택으로 인해 끊어지고 말았다. 너가 또 찾아올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기에, 결코 슬퍼하지 않았다.
그러고도 시간이 많이 흘렀다. 나는 변했고, 너도 변했다. 너는 나에게 그냥 과거의 첫사랑일 뿐이었다. 몇 년 동안 너 생각이 났던 날은 명절에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을 때, 그때만. 나는 너를 완전히 잊었다. 아니, 잊었었다. 어느 날 내친구가, 나에게 이야기했다, 너랑 연락하기 시작했다고. 그 말을 듣고 나는 그날, 기억이 나지도 않을 만큼 술을 들이켰다. 내 옆에 있던 친구들은 그 아이의 욕을 했다, 그리고 그 친구까지. 그들에게 향하는 욕들, 그 욕들은 내 기분을 더렵혔다. 분명히 기분이 나아져야 하는데, 더더욱 더러워지더라. 나는 그 사실이 증오스러웠다. 내가 그 첫사랑과 헤어졌을 때 항상 옆에 있어줬던 친구, 그리고 내가 정말 사랑했던 첫사랑, 나는 점점 그들을 증오하기 시작했다. 내 주변인들의 관계는 너무나도 더러워졌다. 나 때문에, 아니 너 때문에, 아니 너네 때문에. 나 때문이 아니라 너 때문이다. 아니, 너네 때문이다. 너희가 꼭 불행했으면 좋겠다. 나는 행복하고 싶다. 너희가 불행하면 나는 좀 행복해질까? 그렇지도 않을 거다. 그런데도 너네가 불행했으면 좋겠다. 정말, 진심으로 그랬으면 좋겠다.
오늘 꿈 속에 너가 나왔다. 너가 내 꿈에 나온 날이면 너무나도 괴롭다. 하루를 통째로 날려버린다. 가끔 너가 나오는 날이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침부터 술을 마신다. 그러면 기분이 조금 풀린다. 기분이 조금 풀릴 때쯤, 나는 술에 취해 술을 탐한다. 정신을 잃는다. 그러고 눈을 뜬다. 볼과 목으로 축축한 베개가 느껴진다. 울다 지쳐 잠들었다는 사실, 그 사실로부터 슬픔이 다시 밀려온다. 그리고 나는 다시 술을 마신다, 너희가 불행하기를 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