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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거 시켜놓고 “아이가 먹게 아예 안 맵게 해주세요”

ㅇㅇ |2024.03.30 09:32
조회 81,399 |추천 413
글 쓴 걸 잊고 있었는데 문득 생각나 들어왔습니다.

우선 응원의 댓글이 대부분이라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특별히 댓글달고 싶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좋아요로 마음을 표했습니다)

주문취소를 했어야 한다는 분들도 많으신데
주문 즉시 가게 요청사항에 말도 안 되는 무리한 요구를 하면 취소합니다.
하지만 이 분은 요청사항 없다가 조리중에 매장으로 전화하셔서 그냥 해드렸어요..
이미 조리한 인력과 음식이 아까워서..ㅠ

평소 리뷰 답글을 쓰진 않는데 많은 분들께서 조언해주셨듯
이 케이스는 꼭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팩트로만 담백하게(?) 적었어요.

댓글들 보니 어떤 분께사 회사 들어가라고 하시는데,
회사에서는 불평불만 없나요? ㅎㅎ
배울 거 다 배웠고 회사 다 다녀봤습니다.
둘 다 해보니 남 주머니 돈 빼오는 것보다 제 주머니에 돈 들어오는 게 더 낫습니다.
제가 인복이 있는지 직원분들도 전부 오랫동안 함께하고 있어 인사관리 걱정이 덜하다는 것도 큽니다.

끝으로 ‘아프니까 사장이다, 아프니까 자영업자다’ 이런 소리 하자고 쓴 글이 아닙니다.

외식문화는 가게 사장과 직원들만 일방향으로 잘해서는 성장하고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가게가 잘하는 것이 기본이고 당연히 지켜야 하는 의무죠. 그렇지 못한 곳은 어느 순간 폐업한 것이 그 반증이구요.

하지만 고객도 무작정 뭔가를 바라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부정적인 단어들로 날세워 얘기하기보다, 외식하는 순간을 즐기고 가벼운 인사라도 하거나 칭찬 또는 조언을 하는 등
가게와 고객 사이에 쌍방향으로 소통이 이루어져야 더욱 활력있는 외식문화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인데 그걸 굳이 해야해? 그렇게까지 해야해? 내 돈 주고 내가 밥사먹는데 너넨 걍 밥만 맛있게 내오고 친절하기나 해.’가 기본 패시브가 된다면 가게도 ‘레시피대로 나가고 기본 인사만 할테니까 서비스 바라지 말고 주문한 것만 조용히 먹고 나가.’가 될 것입니다.

제 업장을 벗어나 손님에게 기본과 무례에 사이의 아슬한 서비스를 하는 식당도 경험해봤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도 마음 불편하고 결국 운영의 악순환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참고로 저희 매장은 절대 이런 암울한 분위기가 아닙니다!)

구구절절 말이 길었네요!

따뜻한 봄날의 햇살처럼 언제, 어느 곳에 가시든 환한 나날들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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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안녕하세요.
주말도 어김없이 출근하는 이탈리안 음식점 자영업자입니다.
어제 유난히 신경쓰이는 주문건이 있어서 그런지 새벽내내 잠을 뒤척였네요.
오늘 출근 전 여기에 쏟아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해야겠습니다.

저희는 저를 제외해 오픈팀, 마감팀 두 타임 별로 직원 총 5명에 홀이 위주고 서브로 배민 운영중입니다.

메뉴 중에 매콤한 소스로 만든 파스타가 있구요.

배민으로 그 파스타를 포함해서 여러 메뉴가 주문 들어왔고 조리중에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그때는 주문접수 후 4분이 지난 시간입니다.

전화 너머서는 아이의 소리지르고 우는 소리에 자세히 잘 안 들렸지만
요청은 아이가 먹을건데 아예 안 맵게 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메뉴 특성상 덜 맵게는 가능하지만 매운 정도는 상대적인 거고 아예 안 맵게는 어렵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아씨 그럼 다른 거 안 맵고 싼 걸로 바꿔주세요.”

주문접수 후 4분이 경과해 이미 조리 들어갔다고 하니 그건 우리(직원)가 먹고 빨리 다른거 만들면 되지 않냐네요......

좁은 동네장사라 해준다고 했습니다.

대신 다른 메뉴는 거의 완성되어가는 상태고 파스타는 새로 만드는 거니 배달이 안내시간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렇게 통화를 종료하고 포장해서 배달까지 갔습니다.
저렴한 거 달랬으니 봉투에 거스름돈 현금까지 챙겨서요.

어제 저녁 퇴근 후 리뷰 확인하니 리뷰 이벤트 신청하셔서 음료까지 받으시고는 별점 1점에 요청사항 잘 안 들어줘서 싼 거 먹었다, 다른 음식은 식었다, 배달도 늦었다라고 적으셨네요.
-캡처본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다른 음식 식긴요. 볶음밥 2개는 보온해뒀고 과일샐러드는 원래 차가운 음식인걸요.

혹시나 싶어 배달어플보니 픽업 후 도착까지 6분 소요됐습니다.

까르보나라나 다른 크림파스타, 토마토파스타, 오일파스타도 있는데 굳이 매운 파스타를 선택해놓고 아이가 먹을거니까 아예 안 맵게 해달라는 게 말이 되나요..?

그걸 안 들어줬다고 거짓말까지 하며 리뷰 테러를 하는 게 일반적인가요?

다른 분들의 맛있게 잘 먹었다는 리뷰에 마음이 녹다가도
이런 특수한 경우를 경험하고나면 장사를 언제까지 해야할까,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리뷰 하나에 울고 웃는 개복치 인간...
평가도 물론 중요하지만, 고객님들의 잘 먹었다는 따뜻한 말 한 마디에 힘을 냅니다.
(왜 유튜버들이 좋댓구알이 운영에 힘이 된다고 하는 지 뼈저리게 알겠어요.)

가게 입장에서는 차라리 메뉴 사진, 설명을 더 확실하게 하고 리뷰란을 없앴으면 좋겠어요!!!! 흑...

휴.. 쓰다보니 출근 준비할 시간이네요.
주말 아침부터 푸념 들어주시느라 피곤하셨죠? 죄송합니다.

자! 오늘도 맛있는 식사를 책임지러 가보겠습니다!

누칼협은 사절입니다.
추천수413
반대수10
베플ㅇㅇ|2024.03.30 09:37
저런 건 답글에 세세하게 사정 써요. 요즘 배민 고객들 바보 아닙니다. 저런거 읽어보고 악성리뷰는 자체적으로 걸러요. 너무 주눅들고 기죽지 마세요 화이팅
베플ㅇㅇ|2024.03.30 09:42
그럴땐 그냥 이미 만든 음식 날리는 손해 감수하고 주문취소처리 하는게 정신건강에 좋더라구요 부모님이 매운음식점 운영하셨는데 매운단계 뻔히 있는데 제일 매운거 시켜놓고 애랑 먹을건데 매우니까 계란찜 하나 더줘라 제일 안매운거 시켜놓고 애랑 먹을거니 아예 안맵게 해달라.. 애초에 가게 상호부터가 '매운'이 들어가는집인데. 부모님은 동네장사니 그런거 다 받아주셨는데 어플시작하면서 하.. 진짜 저런 말도 안되는 우기기로 평점 나락가게 만들어버리더군요 리뷰이벤트도 안하는 가게라 찐고객들만 리뷰남겨줬는데 그뒤론 빡쳐서 요청사항에 애가 어쩌고하면 가차없이 주문취소해버립니다 그거 들어주고도 결국 기분상하고 돈 시간 다 손해보고 그날 멘탈까지 바사삭될바엔 그냥 주문취소하고 욕 한번 먹는게 낫더라구요 힘내세요 사장님!
베플ㅇㅇ|2024.03.30 11:48
그냥 취소를 하셨어야.... 그래야 리뷰도 못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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