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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함담 또는 들은 얘기_해안초소(4)

곰판 |2024.05.22 16:30
조회 1,550 |추천 3
좋은 하루 되고 있으신가요~ 
그냥 제가 나왔던 사단이 없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혼자 엣날 생각에 추억팔이겸 주절주절 이야기나 풀어보자 싶어서 짬 나는 시간에 글을 써보고 있습니다. 
벌써 네 번째네요~ 아, 어차피 이제 없어졌으니 사단은 23사단 58연대였습니다그 지역 사시는분은 대충 어딘지 다 아시겠죠..?ㅎㅎ 
이번 얘기는 제가 군생활동안 겪었거나 들었던 해안초소 에피소드 마지막 얘기일 것 같습니다. 
옛날만큼 많은 분들이 여기 판에 많이 흥미는 없는 것 같지만그래도 보시는 분들이 "음ㅎ" 정도만 느끼신다면 나름 만족 할 것 같슴다 ㅎㅎ 

==================================해안초소(3)_14초소 귀신. 
지금은 사라진 동해안 23사단의 00소초. 나는 해당 소초에서 경계작전의 소대 지휘부 역할을 하는 상황병으로 있었고, 밤이 길어진 겨울 어느날 밀조 대기를 위해 소초에 남아있는 상근병들과 잠깐 노닥거릴 때였다. 
(*밀조: 추운 겨울날 경계 강화와 초병의 졸음 및 동상 방지를 위해 일정 시간 단위로 교대하면서 초병을 다음초소로 밀어준다 해서 밀조.) 
"아씨 곰 니는 소초 안에서 겁나 꿀빠니까 좋겠다? ㄱ시키 날도 추운데 그냥 우리도 다른곳처럼 차량투입 해주면 좋겠다" 
"ㅋㅋㅋㅋ 고생 많으심다. 저도 나름 힘듦다ㅋㅋ 근데 다른곳은 걸어가면서 철책 점검 안하고 차로 투입한답니까??" 
상근병과 난 짬차이에서 오는 정보차이도 있겠지만 지역에 살면서 집으로 출퇴근하는 상근병 특성상 정보의 접근성도 남달랐기 때문에 이번에도 솔깃해서 귀가 쫑긋 서기 시작했다. 
"어 그렇지 근데 거기 사실 전부 차량투입은 아니고 옆소초에 귀신 나오는 초소가 있거든. 거기만 피해서 차로 가는곳이 있어." 
"..오? 생각지도 못한 귀신얘기입니까??"------------------------------- 
중대 본부가 속해있는 내가 있던 곳 바로 위쪽 담당 구간은 거의 모든 구간이 인적이 드문 해안가 구간이었다.지형 특성상 해안을 따라 철책과 띄엄띄엄 있는 반지하 벙커, 1층 초소들과 함께 초병이 투입하는 참호 투입로가 파여 있었다. 그리고 이 시설들과 함께 소나무숲 산책로가 길게 뻗어 가려져 있어 해가 지면 조명도 딱히 없이 제법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구간이었다. 
내가 입대하기 전 어느 겨울날 해당 구간 14초소 벙커에서 총성이 울렸다. 
"탕!!"..."탕!!" 
곧장 사고를 인지하고 소리를 쫒아 14초소에  도착한 소대장이 발견한건 총살된 두명의 초병과 실탄이 발사된 부사수의 총. 
얼마 뒤 현장 수습 후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를 받던 상근 인솔병의 이런 증언이 있었다. 
"하 그 때 둘이 놓고 오면서 불안했는데.. 사실 선임병이 그 후임을 좀 괴롭혔습니다. 그 후임이 좀 고문관이긴 했는데 장비 하나를 빠트렸다고 투입부터 밀조로 이동하는 내내 뒤에서 차고, 대검으로 방탄헬멧 툭툭 치고 괴롭히면서 갔었습니다.." 
평소 그 후임이 고문관짓을 하긴 했지만 그날따라 괴롭힘이 유독 심했다. 본인이 봐도 과하다 싶어 말리기도 했지만 그 선임병도 좀 ㄸㄹㅇ 축에 속하는 병사라 소용이 없었다 하는 증언들이 이어졌다. 결국 이 총기 사고는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 남지 않은 짧은 뉴스거리 한 줄로 묻히고 부대는 다음순서 부대로 조기 교체되었다. 그리고 새로 온 초병들에게 14초소는 사건현장임은 꿈에도 모른체 밀조로 이동하며 점검만 하고 그저 그냥 지나가는 초소가 되었다. 
그러던 얼마 후 다시 사건이 터지기 시작했다. 쉬쉬하지만 상황을 알고 있는 상근병들은 인솔자로 14초소를 지날때면 절대 들어가지 않고 초소 문 옆 참호 길에서 초병들이 점검을 끝내길 기다리곤 했다. 헌데, 그날 초병들이 유독 나오지 않고 있던 것. 
이상함을 감지한 상근 인솔병은 불안한 마음으로 초소의 문을 열었고 상근병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야이 ㄱ##야!! 뭐하는짓이야!!" 
문을 연 상근 앞에는 기절해 쓰러진 선임초병이 보였고, 실성한 표정으로 멍하게 서 있는 후임이 시선은 한 쪽 구석 천장에 고정 한 체 손만 움직여 실탄 탄창을 총에 넣고 있었다. 
"철컥, 철컥""이런 미친..!! (퍽.)" 
상근의 발견에도 아무런 반응 없이 실탄을 장전하는 부사수의 손. 그리고 그 부사수를 가격하는 상근 총기의 개머리판. 
결국 초병 둘 다 기절한 뒤에야 상황은 종료되었고 14초소는 출입구가 굳게 잠기고 폐쇄되어 점검 없이 지나치는 초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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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진짜 몰라서 그렇지 군대 별일 다 있슴돠.." 
다시 밀조 상근과 내가 노닥거리던 소초. 
'근데 아까 거기 차량으로 투입한다 하지 않았슴까?" 
"어 그치 그렇게 그냥 지나치는 곳이었는데 또 사건이 터진거지" 
"..어우 뭡니까??" 
"ㅋ 또 그 다음 부대에서 상근 인솔까지 여느날처럼 14초소를 지나가는데 문이 열려있더래.셋 다 소름돋아서 어우 ㅆ 하고 지나가는데 부사수가 갑자기 안따라오네? 돌아보니까 부사수가 멍.. 하니 14초소 안을 바라보더니 들어가서 문을 잠그는거지" 
"... 와 씨.." 
"선임이랑 상근이 식겁해서 초소 앞으로 돌아가서 보니 부사수가 또 똑같이 한쪽 구석 천장을 멍..하게 처다보면서 실탄을 총에 넣고 있었대.." 
"결국 선임과 상근이 앞으로 기어 들어가 부사수를 구해내고그 뒤로는 14초소를 피하기 위해 차량으로 투입하고 있다는거지..결국 초병은 개꿀빨고... ㄸㅂ 부러워.."
"..예? 그게 중요한거임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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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기억하는 해안 초소 얘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쓰다보니 많이 길어진 것 같긴 한데.. 나중에 시간 널널하고 심심할 때 보세요 (이렇게 마지막에?ㅋㅋ)
자대배치 받고 처음 휴가 가던 날 중대장님한테 신고하러 본부 가다가 14초소를 봤습니다. 들은 얘기가 있어서 그런건지 문은 굳게 닫혀 있었는데 괜히 느낌도 이상하고 소름이 돋긴 하더라구요.. 
그리고 쓰다보니 상황병 서러움이 기억나서.. 안해본 사람은 몸 편하다 욕하는 개꿀보직이라 하지만경험자만 아는 소대, 중대, 대대 그 이상까지도 간부들이 멘탈을 탈탈 털어주는 멘탈 탈곡기같은 나름 헬보직이다!! 말하고 싶었어요.. 얼마전에 북한에서 내려온 나뭇배 발견 못했던거 초병도 아닌 상황병 하나가 자살했던데 뉴스기사 보자마자 그래 그럴 수 있다 이해될정도로요. 
뭐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ㅎ 
여기까지 해안초소 얘기는 끝이고 나중에 생각나면 다시 다른걸로 또 혼자 주절주절 써보겠습니다. 좋은오후 되세요~~
추천수3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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