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새로운 해가 되었다.
그동안 우리는 여느 커플처럼 잘 지냈다.
그리고 같이 미래를 그려나갔다.
결혼해서 평생 함께 하자고 약속했고, 그에 따라 너는 내가 있는 곳으로 오기 위해 이직을 준비했다.
일이 과하게 바쁜 날도 있었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버리는 너인걸 알았기에
이직준비로 사이트를 매일 들어가서 공고를 확인하고,
영어 성적을 만들고, 여러 공부를 하는 것이 많이 고마웠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되는 것을 충분히 이해했기에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함께했다.
공고를 알아봐주고, 자격요건을 확인하고, 자기소개서 수정을 도왔다.
하지만 그 쯤 언젠가부터 너는 많이 지쳐가는 것이 보였다.
매일 저녁 먹는 것을 사진 찍어 보내주고, 내 밥도 항상 잘 챙겨먹으라고 해주던 너는
어느 순간부터 밥먹는다는걸 말해주지 않았다.
항상 자기 전에 영상통화로 그 날 하루를 다 말하며 보고싶다는 말을 100번쯤 할당량을 채워야 끊던 너는
어느 순간부터 통화시간이 짧아지고, 더 이상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일이 힘들어서 지쳤나보다,
이직준비가 어렵고 외롭나보다 싶었던 나는
언제나 너를 응원한다고 많이 표현하려했다.
어느 날, 너가 할 말이 있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긴장하며 너의 말을 들었다.
너는,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니, 사랑인줄 알고 만났는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사랑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고.
나를 다시 만났을 때 생각보다 내가 잘살고 있어서 다행이었다고도 했다.
생각보다. 잘 살아온게. 다행이라고.. 너는 말했다.
사랑인줄 알고 만났는데 만나다보니 사랑이 아니었다는 너의 말에
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차라리 이직준비가 힘들어서 나를 놓고 싶다거나,
우리 사이 잠시 시간을 가지자고 했으면
십년 전 그때처럼 너에게 울고 빌며 붙잡기라도 했을거다.
사실은 너가 이직을 안해도 상관없다.
너가 거기 있으면 내가 가겠다.
나는 그냥 너를 좋아하는거지, 너가 어떤 모습이어도 괜찮다.
그저 우리가 행복하게 함께하는 것,
그것만이 내가 원하는 거였다고.
그러니 제발 지칠 때 놓는 것이 내 손만 아니면 된다고.
그렇게 너에게 매달렸을 거다.
하지만 십년 전 그때처럼 감정없는 눈빛으로 나를 향한 것이 사랑이 아니라는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 중 너에게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도 없었다.
평생 함께하자던,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그 말을 끝으로 너는 또다시 내게 등을 돌렸다.
그렇게 우리의 마지막 연애는 끝이 났다.
그 후 몇 달이 흘러 현재.
혹시라도 너가 후회하며 다시 돌아올까 기다리기도 했으나
너가 다시는 나를 찾을 일이 없을거라는걸 이제는 안다.
우리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알고 서로의 손을 잡았는데,
마지막으로 너는 손을 놓아버렸으니까.
이번에 다시 우리가 만난건 너의 죄책감과 미련 때문이었지만,
이제는 그 무엇도 남지 않았으니까.
그걸 인정하는게 쉽지가 않았다.
내가 또 너를 지치게 했을까, 숨을 조였을까 끊임없이 우리의 연애를 되새겼고,
알 수 없는 나의 잘못을 질책과 후회부터 했다.
나는 다시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고,
정신과 약은 계속 많아졌다.
그럼에도 낮잠은 당연이고 밤에도 여전히 잠에 들지 못한다.
운전면허 증명사진을 혼자 찍으러 가야하고, 갱신도 홀로 해야 한다.
다시 너가 없는 내 시간이 흘러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