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차>
평범한 저녁,
하얀 국물이 땡겨서 퇴근하자마자 집에 있던 라면을 꺼냈음.
평소처럼 냄비를 물로 헹구고, 전기포트로 끓인 물을 냄비에 부었음.
스프를 넣고, 물을 넣고.. 면이 적당히 익었길래 앉아서 맛있게 먹었음.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한 절반쯤 먹었을까. 뭉친 스프같은 건더기가 있는 거임.
'이거 뭐지?' 해서 젓가락으로 휘저어봤는데, 뭉친 게 풀리기는커녕 점점 선명해짐.
주름이 보이고, 더듬이가 보이고, 검은 눈이 보임..
설마 하는 마음에 꺼내봤더니, 이번엔 다리까지 여러 개 달려있음 ㅋㅋ
아래가 바로 그 주인공 사진임
(2cm정도 되는데, 정체 아시는 분 혹시 계시면 좀 알려주세요)
저거 우려낸 국물은 먹었지만 일단 저걸 씹지는 않았다는 위로를 하고, 잠시 심신을 안정시킴.
후.. 인생.. 밥 벌어먹고 살기도 힘든데 밥마저 마음놓고 못 먹나 싶어서 좀 슬펐긴 함.
아무튼 사진을 찍고, 식약처에 보내야 하나 저거 만든 회사로 보내야 하나 검색하기 시작함.
근데 라면에서 벌레 나오는 경우는 많지만, 제대로 된 보상은 하지도 않는다는 거임.
라면먹다 봉변당했는데 똑같은 라면을 또 보내준다는 얘기도 있고, 식약처 보내봤자 공장에 조사일정 알려줘서 제대로 된 조사도 안 한다고 함. 업체에서 다른 엉뚱한 사진으로 식약처에 보고한 적도 있다고 하고..
그래서 라면봉지 보관하고, 벌레는 따로 비닐팩에 싸서 냉동실에 고이 모셔둠.
<2일차>
어차피 식약처에서는 제대로 처리 안 한다고 해서, 라면 회사에 전화함.
근데 라면 회사는 보상은 잘 모르겠고, 일단 벌레부터 달라고 함.
내가 과자 먹다가 이물질 나와서 그냥 보내준 적은 있는데, 이렇게 큰 벌레는 묻을까봐 도저히 그냥 못 보내주겠어서 좀 생각해보겠다고 함.
<3일차>
내가 라면회사에 전화해서 담당자를 배정받음.
근데 담당자는 이런 경우 보상 절차같은 게 없기 때문에, 영수증 있으면 환불해준다고 함.
그리고 자기 재량으로는 라면 한 박스 보내줄 수 있다고 함.
그러면서 보통은 김치나 젓갈이나 장류를 먹다가 거기서 벌레가 옮겨오는 케이스가 있다고 함.
자기네는 스프도 미세한 망에 걸러서 넣기 때문에 벌레가 들어갈 가능성이 없다는 거임 ㅋㅋ.....
뭐 아무리 농심이나 오뚜기같은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절대 작은 브랜드가 아닌데, 이걸 내 잘못일 수도 있다고 하는 거에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짐.
<마무리>
아무리 공장을 잘 만들어도 벌레 한 둘이 유입될 수는 있겠지만.. 대처하는 걸 보면 뭐 벌레는 단백질이라 상관없다 이런 건가?? 싶음. 옛날부터 컵라면도 자주 먹었던 회사인데, 벌레며 대응이며 한 번 제대로 겪으니 이제 도저히 못 먹겠음.
벌레는 그냥 식약처에 보낼 예정이고, 어디 하소연 할 곳 없어서 여기다 글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