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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다시 쌓을 수 있을까요?

ㅇㅇ |2024.07.21 04:48
조회 1,272 |추천 0
안녕하세요.

이 일이 있기 전까진 제가 이런 글을 쓰게될 줄 몰랐네요.
결혼한지 5년 되어가는 여자입니다.

제 남편은 정말 샌님 중에도 샌님입니다.
외국에서 만나 꽤 오래 연애했고 저와 이렇게 죽이 잘 맞는 집돌이 오타쿠는 없을 것 같아 결혼했습니다.
연애 때는 한번도 다툰적이 없었어요.
워낙 성향이 잘 맞았고 외국 생활하며 서로 의지를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결혼하고 한국에 오게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워낙 오래 만났으니 성격 차이로 싸우는 일은 없었는데
한국에 들어오고 남편이 직장에서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날이 잦아지며 신혼 때부터 술 문제로 싸우기 시작했어요.
결혼 전엔 술 문제로 속 썩인 적이 딱 한번 있었는데 경고 차원에서 넘어갔고 남편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크게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같이 살면서 회식때마다 술 먹고 연락이 안되는걸 이해하긴 쉽지 않더라구요.
저는 꾸미는 거 관심 없고 무뚝뚝한 여자인데 어리고 화려한 생기 있는 여자들이 많은 직장인 것도 신경 쓰였구요.
사실 제 자격지심이었죠.

외국에서 남편은 여자 사람 친구가 한명도 없었으니 연애 때 다른 여자 이야기를 남편한테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회사에 여동료 한명이 상사들한테 참 싹싹하게 잘 한다며 지나가듯 이야기 하더라구요.
저는 남편이 다른 여자 이야기 하는걸 처음 들었기 때문에 약간의 묘한 감정이 들었지만 그걸로 기분나쁜 티를 내는건 속좁은 것 같아 아무말 안했습니다.

결국 다른날 술문제로 싸우다가 그얘길 꺼내게 됐지만요.
남편은 한국에서 사회생활 잘 하려면 저렇게 해야된다는걸 알았다는 의미로 한 말이라고 하더라구요. 그걸 그런식으로 표현하나 의아했지만 그냥 넘어갔습니다.


근데 남편이 회식하고 새벽 1시반에 들어온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실적에 대한 평가가 있는 날이었고 통화로 남편은 상사에게 한소리 들어 기분이 좋지않다고 이야기한 날이었습니다.
그래도 늦게 들어온 것에 대해 여느때처럼 다투게됐고 다른 동료들은 더 마시는데 자기는 저 생각해서 일찍 온거라고 말하며 확인시켜주겠다고 남자동료에게 전화를 걸더군요. 스피커폰으로 통화중이었는데 전화걸었던 남동료 옆에 있던 여동료가 전화를 바꿔달라고 하더니 술 더 마시게 다시 나오라고 했습니다.
예전에 남편이 이야기했던 그 여동료였습니다.
남편은 웃으며 지금은 너무 늦은시간이니 못나간다고 말하더라구요.
아무리 미혼이라 모를 수도 있다지만 새벽에 남편한테 다시 나오라고 말하는건 그 여동료가 저를 무시하는 기분도 들었고, 싸우다가 그 여동료의 전화는 웃으며 받는 남편의 모습이 너무 싫었습니다. 속상해서 처음으로 남편 앞에서 펑펑 울었는데 자기가 뭘 잘못했냐며 정색하고 달래주지않는 남편 모습에 저를 그렇게 차갑게 대하는건 처음이여서 너무 서러웠습니다.
점점 서러움이 더 복받쳐 대성통곡을 하는데도 남편은 저를 무시했습니다. 여자 때문에 기분 나빠하는 저를 무시하는 모습에 제 직감이 진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싸움이 더 커졌습니다.

딴 얘기지만 그 과정에서 속상한 일이 생기면 연락하라는 외국에 계신 시부모님 말씀이 생각나 술 먹고 새벽에 들어오는 일이 잦다고 전화로 말씀 드리려 했고 신랑이 저를 말리는 과정에서 제 팔목을 꽉 잡아 멍자국이 진하게 남았습니다.
팔에 멍이 든 사진도 찍어놓았는데 남편이 저 몰래 지워놓았습니다.


남편은 술이 깨고나서 제 팔을보고 울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본인이 상사에게 깨져 많이 속상했던 날인데 자기를 위로해주는 말은커녕 화부터 내는 제가 야속해서 자기도 모르게 차갑게대한것 같다고 미안하다며 계속 사과했습니다.
들어보니 남편입장도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지만, 저도 저 나름대로 여자문제 때문에 속상해서 우는데 달래주지 않고 저를 무시한 남편이 원망스러웠고 그 일로 그여자가 더 좋지않게 느껴졌습니다.

아무튼 그 이후로도 회식 때마다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문제로 자주 싸웠고 그 때마다 회식자리에 같이 있었을 그 여동료 이야기를 꺼내게 됐습니다.
저도 참 못났던게 그 여동료와 점심을 같이 먹었는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거의 매일 물었고 남편은 별로 안친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제가 몰아세울수록 남편이 별거 아닌 일도 숨길거란건 생각은 못했어요.
남편이 저를 속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제가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면 남편이 더 조심해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더 오버하며 싫은 내색을 하기도 했고 자존심 내려놓고 나는 꾸밀줄도 모르고 일만 아는 노잼인 여자인데 그여자는 꾸미는거 좋아하고 성격도 좋고 재밌으니 신경쓰인다고 가까이 지내지 말아달라고 사정하며 부탁 하기도 했습니다.
회식때 데리러갔다 몇번 마주친 적 있는데 엄청 예쁜건 아니지만 전형적인 남자들한테 잘 맞추는 7의 여자라 더 위험할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안돼서 알게되었어요.
남편이 아침마다 그 여자 차를 타고 회사에 갔다는걸요.

제 회사가 더 멀어서 차를 제가 사용했고 남편은 한국에서 운전하는건 서툴어했던지라 대중교통으로 출근했거든요.
차로는 15분 거리인데 집이 역에서 멀어 지하철로 가려면 4-50분정도 잡고 가야하는 거리입니다.
남편이 비효율적인걸 원래도 엄첨 싫어해서 제가 데려다주겠다고 해도 반대방향인데 그건 비효율적이라해서 따로 다녔어요. 저랑 같이 출근하려면 회사에 출근시간보다 훨씬 일찍 가야되기도했구요.

심지어 자기가 그 여동료에게 먼저 부탁했다고 하더라구요.
카풀을 시작한건 대중교통을 6개월정도 이용한 후였습니다.
점점 비효율적이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여자는 멀리 사는데 회사를 가려면 어차피 저희 집을 지나쳐 가야되기도 했고 거절을 잘 못해서 들어줄 것 같아서 부탁을 했다네요.

이걸 들켰던 날도 술 먹고 늦게온 걸로 밤새 싸운 날이었습니다.
남편이 싸우다 지쳐 잠든 아침에 '몇시에 뵐까요?'라는 그여동료의 카톡을 보게됐어요.
처음엔 하루만 탄거라고 하더니, 솔직하게 말하라고 추궁하니 2주정도 탔다고, 핸드폰 포렌식을 하겠다고 하니 4개월 됐다고 하더라구요.
배신감에 치가 떨렸습니다.


바람이고 아니고를 떠나 외국에서 오랜시간 연애하며 무한신뢰하게된 남편이었는데 저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또 제가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아주길 바래서 자존심 내려놓으며 친하게 지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부탁까지 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외국에서 서로 의지하며 지냈던 지난날들이 다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한국에 들어가자고 졸라서 들어온게 후회스럽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신랑한테 분노가 생겼는데 시간이 지나니
철저하게 신랑을 믿었던 제 자신이 멍청하게 느껴지고 나중엔 남편이 솔직할 수 없도록 몰아세운 제 잘못이었나 스스로를 탓하게 되더라구요.
결과적으로 결국 폰 포렌식을 했고 '몇시에 뵐까요?''몇시에봅시다.'라는 카톡 외에는 별 내용이 없었습니다.
회사 메신저도 보여줬는데 지운게 있는진 모르겠지만 보여준 메신저에는 일 얘기하다가 남편이 '오늘 너무 피곤하네요' 라고 보내니 그 여동료가 웃긴 영상 링크를 보내주며 '보고 잠깨세요'라고 한거 외엔 모두 존대하며 일 얘기하는 내용뿐이었습니다. 그 영상은 남편이 집에 와서 저에게 재밌다며 보여줬던 영상이더라구요....하..
그리고 남편은 회사 사람들 모두 카풀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조금이라도 의심 받을 상황이면 몰래 하지 않았겠냐고, 그런 의심 받을만한 여자이면 부탁도 안했을거라고 했습니다.
남편은 실제로 샌님 중 샌님이고 남들에게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걸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회사 사람들이 알고있었다는게 그나마 바람까진 아닐수도 있겠다는 안심이 됐습니다.
그 회사를 외국에서 알고지내던 동생이 소개해줘서 가게 된거라 제가 아는 동생들도 몇명 있었는데 같이 밥먹는 자리를 만들어 원래 알고있던 척 그 여동료가 카풀해줘서 고마운데 그 여동료에게 뭘 사주면 좋을지 얘기꺼냈을 때 아무도 당황하지 않고 그사람 먹는거 엄청 좋아한다고 먹을거 사주면 되지않나 이런식으로 얘기 하는걸 듣고 다 알고있다는걸 확인했습니다.

남편 말로는 '여동료가 셔틀 아줌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외모를 봐라. 내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 네가 초반에 있었던 일 때문에 그 여자에 대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서 말을 못했다. 본인이 비효율적인걸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지 않냐. 편하고 빠르게 차타고 회사에 가고싶었을 뿐이다. 사실은 본인 생일에 다 말하고 용서를 선물로 구하려고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걸고 맹세한다. 조금이라도 너가 생각하는 부끄러운 마음이 나한테 있었다면 당장 우리부모님이 돌아가셔도된다'라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까지 말하니 진심인가싶다가도 차라리 본인이 이실직고했다면 괘씸하더라도 신뢰를 못하게되진 않았을텐데 얼마든지 말할 기회가 많았는데 긴 기간동안 저를 속이고 제가 알게되니 이렇게 말하는 남편이 미웠습니다.

난 이미 돌에 맞아 다쳤는데 그누구도 던진 사람이 없다고 하는 느낌이랄까요..

그 이후로 남편과 꽤 오랜시간 데면데면 지냈습니다.
바람이 아니더라도 신뢰는 무너졌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그 여동료가 결혼하면서 퇴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남편 통해 들 었습니다. 그래서 그럼 그 여자랑 마지막 회식날 그 여자와 어떤 사이인지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니 회식 때 사진이랑 영상을 몇개 찍어올 수 있겠냐고 부탁했고 남편은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안그래도 평소에 술 취하면 모임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많이도 찍어왔기 때문에 그걸 통해서라도 조금이나마 그 여자와의 관계를 확인해보고싶었습니다.
그날도 역시나 남편은 적당히 마시겠다는 약속을 무시한채 만취해서 들어왔고.. 그때 저는 남편 폰에 있는 사진과 영상을 확인했습니다. 식당과 노래방에서 여러개 찍어왔는데 둘이 친해보이는 사진이나 영상은 딱히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나 걸리는 건 그 여자가 이별 노래를 불렀고 남편이 취해서 그 노랠 잠깐 따라불렀다는겁니다.
평소 노래방에서 여자들이 많이들 부르는 노래라서 너 들으라고 부른거 아니냐고 묻는건 제가 생각해도 과대 해석인 것 같아 남편에게 이야기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동료들 노래하는 장면에선 남편이 노래를 따라부르지않다가 그여동료가 부를 때 하필 이별 노래를 취한채로 따라부른 게 기분이 영 찜찜했습니다.
전 무의식의 영역도 그사람의 속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취한 상태였고 그걸 가지고 둘이 뭔가 있는거 아니냐고 하기엔 애매하고, 또 얘기해봤자 저를 의처증 환자 취급할게 뻔해서 아무말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그날 그여자와 다른 동료들과 택시를 쉐어해서 타고 집에 왔습니다.
제가 카풀한 사실을 알게 됐고 그렇게 그 일로 저와 그렇게 오랫동안 싸웠으면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따로 택시를 탔어야하는거 아니냐고하니
취해서 아무생각이 없었답니다.
그렇게 찜찡한 상태로 그 사건은 마무리됐고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진짜 문제는 그러고나서 몇년이 흘렀고 다시 외국으로 와서 아이도 낳고 남들이 볼땐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고있는데 아직도 저는 남편이 저를 속였다는 배신감에 고통받고 있다는겁니다.
상담도 받아봤는데 일시적으로 괜찮아질뿐이었어요.
사람을 잘 못믿는 제가 유일하게 신뢰하고 존경할 수 읺는 사람이었거든요.

이제 남편도 그 누구도 믿지 못하겠습니다.

남편을 몇개월간 불안하게 하며 속이고 사실은 아무일도 아니었다고 가해자없는 고통을 똑같이 느껴보게 만들고싶단 생각을 하다가 아이를 생각하면 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나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남편은 모르는 것 같아요. 제가 한참 지난일로 아직도 이렇게 고통받고 있는 줄...
예전처럼 남편을 대하고싶은 마음에 오버해서 남편을 칭찬하기도 하고 실제로도 남편이 저를 속인 사실을 까먹고 다시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근데 좋아하는 감정만큼 마음 속엔 저를 속인 남편에 대한 증오심도 꿈틀댑니다.

남편한테 이런 제 상태에 대해 대화해보려는 시도를 안해본건 아닌데 남편은 계속 같은말들 되풀이고 결국 싸우는걸로 끝나서 이젠 괴로운 마음이 들면 운동을 하거나 일기를 쓰는걸로 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참 지난 이 문제로 헤어지기엔 이게 이혼할만한 일인지 모르겠고 아이도 있고...
아무 일 없었던 것 처럼 살기엔 남편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는데 괜찮은 척 하는 제 자신이 가면을 쓰고 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답은 제 안에 있겠지만 제 성격상 이 이야길 어느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어 익명을 빌어 여기에 글을 써봤습니다.

신뢰를 다시 쌓을 수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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