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수보다 살아가는데 더 필요한 금융공부... 하지만 법률적으로도 미비되어 있고 지자체에서 단발성으로 하는 교육이나 금융기관들의 이벤트 말고는 기회도 많지 않습니다. 증권회사 사장출신의 전직 국회의원의 증언이 한국정치가 정작 신경써야 할 곳에 신경을 못 쓰고 있는 현실을 알려줍니다.
“돈과 금융을 모른다는 사실을 자랑처럼 이야기합니다. 아직도 조선시대의 ‘사농공상’을 못 벗어나고 있는게 현실이죠.”
21대 국회에서 경제통으로 꼽혔던 홍성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권사 사장을 했던 내게도 내일 오를 주식 종목을 찍어준다는 ‘리딩방’ 연락이 온다”며 “돈이 되면 왜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겠는가. 상식에서 벗어나는데도 사람들이 빠져든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와 금융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국회에서 교육부를 금융교육 컨트롤타워로 지정하고, 학교 교육과정 내에서 금융경제교육을 하는 내용의 금융교육진흥법안을 발의했다. 임기 만료로 법안은 폐기됐지만 홍 전 의원에게 당시 생각을 물었다.
-금융교육 법안을 발의한 계기가 무엇인지
“오래 전부터 우리는 조선시대 사농공상 틀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국회의원들도 경제를 아는 사람이 드물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주식투자 인구가 늘었다. 제대로 된 경제금융 교육 없이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얼떨결에 주식투자를 시작하고, 게임처럼 하는 문화도 강해졌다. 유대인들은 어릴 때부터 경제금융 교육을 받는다. 우리도 이 부분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국회 분위기는 어땠나
“다들 취지는 좋다고 하는데 의욕은 별로 없었다. 경제금융교육이 들어가면 교육과정에서 무언가 빼야 하는데 수능시험이 있다보니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 교육과정에 넣으려면 수능시험에 출제가 돼야 하더라.”
-경제교육도 집집마다 다른 것 같다
“정말 양극화되어 있다. 증권사 근무 시절 현장에서 보면, 금융기관이 경제 설명회를 하거나 투자설명회를 할 때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에서 대학생 자녀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일부러 교육 삼아 자녀를 주주총회장까지 데리고 오는 분들도 있다. 반면 지방에선 설명회 자체가 많이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학교에서 경제금융 교육이 필요하다.”
-22대 국회에서도 이런 법안이 추진될까
“논의가 지속되길 바란다. 수 많은 탕후루 가게나 커피전문점들이 1년 사이 새로 생기고 문을 닫고 있다. 재무제표를 보고 세밀한 과정을 거쳐 창업하면 그만큼 국가 전체의 손실도 줄어든다. 경제와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주는 교육을 해야 한다.”
“돈 모으는 건 결국 계단식…‘코인’보다 종잣돈 마련이 먼저”
서울시 자산형성지원사업 강의
‘서민금융 3000만원 비과세’ 등
재테크 ‘기초 중 기초’부터 전수
장기 운용 방법으로 IRP도 소개
“가장 기본은 예금…ISA 등 활용”
참석자 “이런 강의 많아졌으면”
“지금 여러분이 해야 할 건 코인이 아니고, 목돈 마련입니다.”
지난달 9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 강당. 저녁인데도 50석 남짓한 객석이 가득 찼다. 배경도 나이도 다른 이들이 모인 이곳은 서울시 자산형성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자산관리 강의 현장. 강의 제목은 ‘경제위기에도 살아남는 자산굴리기 노하우’였다.
마이크를 잡은 유무상 자비스자산운용 상무는 “자산운용사 28년 다녔지만 돈을 잃은 자들은 절대 외부에 잃었다고 얘기하지 않는다”며 “코인으로 한 방에 돈을 모으려고 하면 나락으로 간다. 지원을 받는 일부 소수를 제외하곤 한 계단씩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상품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본이 되는 건 예금”이라며 “(눈을 굴려 눈덩이를 만드는 것처럼) ‘스노볼’이 생길 때까지는 기본 사이즈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상무는 변동성이 큰 상품에 먼저 투자하기보다 안전한 방법으로 차곡차곡 종잣돈을 모으라고 했다. 그는 1년 미만의 유동자금은 파킹통장, 자산관리계좌(CMA), 증권사 발행어음, 환매조건부채권(RP) 중 수익률을 비교해 높은 곳에 넣고, 종잣돈이 되는 1년 이상의 자금은 절세 혜택이 큰 새마을금고, 신협 등 서민금융기관 예금에 넣으라고 했다.
그는 “서민금융기관에 한도인 3000만원까지 예금을 넣는 것이 제일 좋다”며 “내년 말까지 이자소득에 대해 1.4%만 과세하니 일반과세(15.4%)보다 유리하다”는 ‘깨알정보’도 안내했다.
농·수·축협 단위조합,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에서 가입하는 예·적금은 총 3000만원 한도로 내년까지 발생하는 이자소득에 대해 1.4%의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3000만원이 넘는 금액이 됐을 때는 세제 혜택을 고려해 신탁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활용하라고 권장했다.

사실 유 상무가 준비한 자료는 재테크의 ‘기본 중 기본’에 해당하는 내용도 많았다. 유 상무는 강의 준비 때의 일화를 꺼냈다. 그는 “강의 자료를 사전에 조카들에게 보여줬는데 서민금융기관의 3000만원 이하 비과세 혜택 같은 기본적인 내용도 잘 모르더라”며 “젊은층에게 기본부터 알려줘야겠다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장기적인 자금 운용 방법으로 개인형 퇴직연금(IRP)도 소개했다. 그는 “연금은 55세가 되는 미래에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마라톤과 똑같다. 무리하지 않도록 작은 금액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연봉이 늘어날 때마다 조금씩 늘려나가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