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엄마는 태어나자마자 나를 버렸고 홀가분해했대
외국인 새엄마를 5살에 만났고
우리집은 좁고 가난했어 음료수 한 번 흘리면 개미떼가 몰려왔고 바퀴벌레가 드글댔어
새엄마는 아이를 낳았고 천사같이 예뻤고 많이 맞았어
4살도 안된 애 온몸이 다 빨간색 검은색 투성이었어
이유는 밥을 안 먹어서, 노래를 흥얼거려서, 나랑 대화를 나눠서 등이었어
어눌한 한국말로 새엄마는 나보고 병신년, 모자른년, 개같은 년 별 욕을 다했어
아빠는 엄마를 이해하라고 했고
친척들도 이해하라고 했어 다 그런 거라고
가족을 위해 참으라고
어릴 때 우울증이 생겨서 정신과 약을 먹었어
물론 난 천성이 밝아 아무도 몰랐고 나름 괜찮아졌어
나는 연기를 잘해서 아무렇지 않은 척을 잘해
그래서 아무도 내가 가정학대 피해자라는 걸 몰라
사람들은 내가 중산층에 화목하고 좋은 집에서 사랑스럽게 큰 애인줄 알아
놀랍지 솔직히 말도 안되잖아
가난은 티가 나길 마련인데
동생을 사랑했어 어릴 때 나같아서 미워할 수가 없었어
안쓰럽고 미안해서 나처럼 괴롭질 않길 바랐어
새엄마랑 아빠는 내가 동생을 망칠 년이래
지 잘났다고 뻗대다가 큰코 다칠 거라고 그랬어
물론 국가장학금 덕분에 대학도 잘 마칠 수 있었고
마지막 학기는 새엄마가 절반 돈을 대줬어
사실 새엄마는 19살인가 20살 때부터 내게 용돈을 주기 시작했어
그 전까지는 다리에 깁스를 해도 신경을 안 썼는데
아빠도 내 휴대폰 요금을 내주고 한달에 20-30만원씩 용돈을 줬어
알바를 하면 용돈을 끊어버리기 때문에 몰래하거나 방학에만 했어 그것도 소득공제할 때 다 들키긴 했지만
병신같겠지만 내 사주가 억울한 일이 자주 생긴다고 하더라고
빼앗기고
생각해보니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
사람들은 가난하고 평범한 내가 뭐가 그렇게 탐나는지
나에게 이목을 집중하고 내가 가진 것들을 뺏고 싶어했어
내 친구도, 내 옷도, 내 웃음도, 내 행복도
내가 가진 건 가망성 뿐이었어
내가 사실 마음만 먹으면 못하는게 없었거든
노래도 춤도 그림도 공부도 말도
그게 그렇게 탐이 났나봐
모르겠다 대체 여기에 왜 이걸 적고 있는지
증거도 없어
학대 당한 증거
병신이야 진짜
내 나이는 20대 중반이고 아직 집이야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돈이 없어서야
가난한데 남들 누리는 걸 조금이라도 누리고 싶어서 버둥대다 이도저도 안되고 지금은 취업 준비 중이고
친구들은 먼저 연락하지 않는게 서운하대
아쉬울게 없니, 외롭지가 않니.
아니 사실은 외롭고 너무 아쉬워
근데 일정 수준 이상으로 친해지면
나를 알려줘야 하는데
나에 대한 건 이게 전부가 아니거든
그럼 어디까지 비참해져야 하는질 모르겠어서
항상 관계가 깊어진다 싶으면 거리를 뒀어
난 상처받는게 정말 너무 싫거든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나에게 다가오는 애들은 왜
집안이 다 화목한 중산층인 건질 모르겠어
박탈감이 장난 아냐
왜 사람들은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 걸까
왜 나한테 질문해주지 않는 걸까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난 나쁜 사람이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도 내 부모는 나쁜 사람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건 아닌 거야
무서워
내가 진실을 말하면 누가 믿어줄까
증거도 없는데
어릴 때
아빠는 나보고 말 지어내기 선수라고 했고
새엄마는 거짓말하는 년이라고 했어
틀린 말은 아냐 과장도 많이 했었어
근데 지금은 아냐
거짓말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괜찮은 척 하다가 허언증 되는게 얼마나 쉬운 건지
주변을 보고 많이 배웠으니까
그래서 침묵해
매일매일 입에서는 단내가 나
우울한 가정환경에
천성이 밝은 사람이 태어나면
그냥 거짓말쟁이 취급받는 거야
죽고 싶지는 않아
원래는 시도도 많이 했는데
타고나기를 겁쟁이라, 또 억울하기도 해서 못 죽겠더라고
내가 걱정하는 건 성공과 행복이야
난 무조건 성공할 거고 행복할 거야
왜냐면 진심이든 아니든 내 성공을 바라고 행복을 바라는 사람이 없거든
그래서 나는 꼭 행복할 건데
내가 행복하게 됐을 때 성공하게 됐을 때
내가 얼마나 빼앗길까 무서워
이런 걱정은 나중에 해도 되는데
지금은 새벽이라 이런다
터놓을 사람이 없네
다들 나같이 살 줄 알았는데
고모가 나보다 불행한 사람 더 많다고 참으랬는데
친척들은 대체 왜 새엄마 편을 들까
왜 울면 달래주고 무슨 말을 해도 다 칭찬만 할까
어려서 그런가봐
아빠가 나이가 많거든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겠지?
날 의심하고 지어냈다고 하겠지?
병 걸렸냐고 하겠지?
증거가 없으니까 당연하지
이 글도 안 믿는 사람이 있겠지 다 읽어도
인간은 아무리 객관적이더라도 주관성을 전부 배제할 수 없으니까
나를 못 믿을 수 있어
이해해
그리고 내 기억도 완벽한 건 아니니까
어딘가 누락하고 과장하기도 했겠지
사람은 경험의 한계가 인식의 한계야
나도 그래
외롭다
나도 마냥 선량한 피해자가 아니라는 거 알고 있어
그랬으면 진즉 죽었을 거니까
구차한 변이라면 당하고는 살 수 없다는 걸 아니까 그랬어
그냥 병만 안 걸렸으면 좋겠어 난
행복하려면 무조건 건강해야 하는데 맨날 조금 자서 어쩌나 모르겠다
나도 사랑받고 싶어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
강해지고 싶어
글이 길어서 읽긴 다 읽었으려나 모르겠다
더군다나 내용도 우울하고
근데 한 줄 요약은 못해
이것도 줄인 건데
내가 누군지 아무도 모르지?
네이트판에 글이 몇 백 개니까
내가 나인 줄 모르지?
사연없는 사람은 없는 거 나도 알아
그리고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대
자기한테 나쁜 사람만 있는 거지
(물론 범죄자는 말고)
난 그냥 운이 나빴던 거야
나도 살아오면서 나쁜 사람인 적 많았을 거야
고모 말대로 나보다 더 힘든 삶은 널리고 널렸고
괜찮아지겠지?
이렇게 털어놓으니까 속이 다 시원하다
원래는 일기장에 적는데
오늘은 불특정다수가 좀 봐줬으면 좋겠네
안보면 내가 또 보면 되고
마지막으로 나는 내 이야기를 꼭 글로 쓸 거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그 글을 보고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그동안 내 처지랑 같은 책을 찾아다녔는데
아직 찾진 못했단 말이야
글이란 건 가장 개인적이어야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킨대
진실해서 그런가봐
너무 tmi라서 나를 알려나 걱정되네
진짜 겁쟁이야 나는
다시 읽어보니 뭐 대단한 정보도 아닌데
그냥 게시하련다
서른 살에도 네이트판이 계속 존재한다면
그 때 내가 이걸 보면서 허허 거렸으면 좋겠다
글이 너무 일기같지?
몰라 새벽이고 지금 내 마음이 그렇다
만약 읽고 있다면 나를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
가족이 싫고 벗어나고 싶고
내 가족처럼은 절대 살지 않을 거야
나를 못됐다고, 나쁜 년이라고 말하고
아무도 날 믿지 않고 억울하게 해도,
하늘마저도 몰라줘도 다 상관없지
끊임없이 객관화하려 노력할 거고
좋은 사람될 거야
자존감이 낮거나 말거나
사랑스럽거나 말거나
다 쓰니까 그냥 포부구만
모르겠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잖아
'넌 귀염받을 자격이 없다'고 아무리 그래도
사실이 아닌 건 아닌 거야
누구나 사랑받을 자격있어
더 나은 사람이 되면 날 알아주는 사람이 생길 거야
그래도 없으면 그냥 내가 나 사랑하면서 살면 되고
글을 읽어줬다면 너도 행복하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