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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의 연애, 그리고 외도

에이트 |2024.08.05 14:42
조회 1,807 |추천 2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게 자기 객관화가 어렵다고 한다.나 또한 이 말에 있어 동의하고, 글을 작성하는 동안 스스로에게 최대한 인정을 베풀지 않고.그리고 최선을 다해 본인에게 객관적이려고 노력해 보겠다.
이 글은 헤어진 연인에 대한 미련 때문은 아니다.보통은 미련이 남아서 하는 행동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아니다.8년간 누구보다 사랑하고 믿었던 X의 배신으로 가라앉지 않는 분노이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지난 8년간 내가 X에게 얼마큼 상처를 줬는지, 얼마큼 섭섭함을 줬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8년 동안 연애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건 X만이 잘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지난 몇 주 동안 X가 한 행동은 다름이 아닌 틀림이라고 감히 말하겠다. 어떤 이유와 핑계도 X의 행동을 합리화할 수 없다. 절. 대.차라리 X도 나도 깨끗이 정리된 후 일어난 일들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이별 후 아픔 정도였겠지만.

24년 2월, X는 이태원 펍에서 만취되어 블랙아웃 상태로 스물여섯 짜리 남자와 원나잇 코앞까지 갔다가나에게 들켰고, 그 길로 X는 우리 집 앞까지 와서 용서를 빌었고, 내 화가 누그러들지 않자 X는 헤어짐을 통보했다.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결국 나는 술에 취해 의도치 않은 실수 정도로 이해했고, 힘들었지만 용서했다.그리고, X는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근데 X는 이태원 사건 이후 4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또 거짓말을 했다.24년 7월, 이태원에 갔던 멤버 그대로 부산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했고, 약간의 마찰이 있었지만 결국 나는 보내줬다.술도 블랙아웃 될 때까지만 마시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여행 첫째 날 밤, 밥 먹고 카페 들렸다 숙소에 들어왔다고 숙소 인증 사진을 보냈고, 나는 그게 거짓이란 걸 알아버렸다. 사진이 너무 어색했기 때문에. 영상통화를 했고, 의심은 사실이 되었고, 테이블을 볼 수 있게 자리로 가보라 했다. X는 카메라를 들지 못하고 계속 바닥만 비추었고, "나와 나와, 비켜봐, 치워 치워"라는 말과 나오라는 손짓을 나는 봤다. X가 카메라를 비추고 있던 바닥 그림자에서 다급히 움직이는 X의 손짓을. X는 결국 또 거짓말을 했다. 내가 술 마시는 걸 싫어해서 속인 거라고 내 탓을 했다. 거짓말 한건 나 때문이라고.그 자리에서 X는 솔직하지 못했고, 변명하기 바빴고,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쌍욕을 퍼붓는 나에게 책임을 돌렸다. 나 때문이라고.그래, 욕한 게 잘못이라면 인정한다. 하지만 그게 X의 외도를 합리화해주진 못한다.내가 "이랬기 때문에, 저랬기 때문에" 핑계 대며 너의 외도를 정당화하지 말아라. 너는 그냥 __인 거다.

홈 cctv로 X의 대화를 엿들었다. 정당한 행위는 아니었다. 인정한다.하지만, X는 내 폰에 홈 cctv 앱이 있다는 사실과 시청할 수 있게 등록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엿듣는 X와 상간 남의 통화 중에서 평소 입에 담기도 힘든 정도 수위의 관계 후 토크를 들었고, 나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사실 이 대화의 수위는 연인 사이 흔히 할 수 있는 정도의 관계 후 토크였지만, 내 입장에서는 심장이 멈추는 기분이었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가볍게 지나가는 감정이라고 나를 위로했다.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이유는 X가 나와의 관계를 완벽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짓을 했다는 생각을 하니 도저히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X는 나와 헤어지고 난 뒤에 일이고, 외도가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7월 둘째 주 월, 화 휴무 때 부산 여행을 다녀온 후 다툼이 있었고,다툼에 지친 X는 결국 생각이 많이 필요하다며 시간을 갖자고 했고, 후에 어떤 결정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나에게 희망고문이 되는 거라면 헤어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하지만 나는 희망고문 아니라고, 기다리겠다고.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상관없다고, 충분히 휴식을 가져보자고 했고, 마지막으로 사랑한다고 보냈고 이에 대한 답장은 안 해도 된다는 톡을 마지막으로 우린 "잠시 멈춤" 상태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관계는 분명 "깨진" 것이 아닌 "잠시 멈춤" 이었다. 만약, X가 나와 같은 생각이 아니었다면 답장하지 말래도 답장을 해줬어야 했다. 그냥 헤어지자고. 생각할 시간이고 뭐고 다 필요 없고, 헤어지자고 확실하게 끝맺음을 했어야 했다. 그리고 X "잠시 멈춤" 이 시작된 다음 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부산행 기차표를 예약했고, 셋째 주에도 내려갔다. 부산을 다녀온 뒤 상간 남의 집 주소로 작은 선물을 보냈다. 넷째 주도 어김없이 부산을 다녀왔고, 모든 증거가 X가 외도했음을 가리켰다. 심지어 이 일들이 6월 마지막 주 X의 부모님과 할머님께 인사를 드리러 내려가서 결혼 승낙 받고, 잘 준비해 보라는 말까지 듣고 올라온 상황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평소 휴무 전 날이면 피곤하다는 이유로 나와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11시가 되기도 전에 곯아떨어지는 X였다.8년을 만났고, 연애 초 때처럼 열정이 대단하지 않은 건 명백한 사실이다. 자연스러운 일이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그리고, 같은 직업을 갖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그 일이 얼마나 고된지 알기에 이해했다.그런 사람이 피곤함도 잊은 채 매주 일요일 퇴근 후 ktx를 타고 부산을 내려가는 이유는..... 어떤 누가 생각해도 나와 일맥상통할 것이다.

서두에 말했듯이 지난 8년 동안 내가 X를 얼마나 섭섭하게 했는지, 그 섭섭함이 맘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왜 켜켜이 쌓여 남아 있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내가 X에게 준 상처가 많고, 크고, 그로 인해 나에 대한 마음이 점점 식어 작아지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 정리가 다 되었을 때 정당하게 이별을 얘기했으면 될 일이다. 내가 부모님께 할머님께 인사드리러 가자고 했을 때도 에둘러 핑계 대고 미룰 수 있었다.하지만 X는 그러지 않았다.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정말 조금도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추천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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