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한 남자가 나를 원망하는 건지 분노에 찬 건지 알 수 없는 비통한 시선을 내게 꽂고선 사람이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눈빛이 너무 살벌해서 무서웠달까.
얼핏 보니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어.
장소는 담벼락 밑이었나 꽃 나무 밑이었던가.
조선 시대인지 언제인지 모르겠는데 그사람도 나도 고운 한복 차림을 하고 있었어.
그러다 상대방의 눈 속에 맺힌 눈물을 봐 버렸네.
그 눈빛 속에서 나는 희미한 우리의 운명을 어렴풋이 읽어냈고, 그 순간 바닷물처럼 차가운 슬픔과 전생의 기억들이 가슴 속으로 밀려들어왔어.
추측건데 우리는 천 년 이상의 세월을 돌고 돌아서 만난 사이였던 거야. 그 남자는 어떻게 나를 먼저 알아보고 저토록 오랜 시간을 혼자 아프게 울고 있었던 걸까.
희미한 기억의 가닥들을 붙잡아 거둬들이고 있는데, (실처럼 감아진) 그 기억들로 만들어진 고려 시대의 복장으로 환복이 된 내가 갑자기 고려시대로 끌려가고 있는 것 있지?
- 타임 슬립 -
그러더니 내가 벽화 속의 선녀가 되어 버렸어.
그러다 꿈에서 깼네.
참 이상한 꿈이었어. 당신, 누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