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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가 갖는 의미.

은영 |2004.03.17 18:20
조회 556 |추천 0

부동산중개인의 소개로, 새집으로 몇개 구해 놓았다는 연락을 받고

몇군데를 둘러 본 후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선택했다.

내 기준으로는 도저히 새집이라고 생각이 되지 않는데도, 몇 군데 중 제일 나았다.

 

학원을 다니면서 생활독일어를 배울 때에도 헌집과 새집에 대한 용어들이 나왔다.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새집과 헌집의  구분을 어떤 기준으로 하느냐?-

강사가 하는 말

-2차대전 전에 지은 건물은 헌집이고, 그 이후에 지은 집은 새집으로 구분한다.-

그래서 건축된지 10년이나 된 우리집이 당연히 새집으로 구분이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개인소유가 아니라 회사소유이다.

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소속된 회사 직원을 만나야 하는데,

남편과 나, 그리고 부동산중개인과 함께 약속된 시간에 그 회사로 갔다.

그 담당직원은 집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간간이 윙크와 함께 표정관리를 하였다.

그때는 그 윙크의 의미를 잘 모르면서 지나갔지만,

말끝마다 살짝살짝  윙크하는 그 남자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었다.

 

딩동 딩동

벨소리가 심장을 파고들듯 요란하게 울린다.

웬 낯선 사람이 뭐라뭐라 하면서 자기 신분증을 보여 준다.

신분증을 보여 준다고 내가 알아 보겠느냐만서도 그래도 보았다.

그가 물어 본다.

 -여기 산지 얼마나 되었느냐?

 -일년 정도 된다, 왜 그러느냐? (사실은 더 오래살았음)

-그럼 TV있느냐?

-있다.

-그렇다면 당신이 여기에 싸인을 해야 한다.

 

키는 커다란 남자가 계단에서쭈그리고 앉아서 무언가를 끄적거리려고 하기에

난 집안으로 들어 오라고 했다.

아까 보여준 신분증을 다시 보여 달라고 하면서 사전을 뒤져보니까 시청료 때문에 나온 사람 이었다.

안내던 돈을 내려니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만 남의 나라에 살면서 불법을 저지르고 싶은

마음은 없기에 얼마를 내야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지난 1년간 안낸 것을 내야 하는데, 자기가 6개월치는 깎아 준다고 하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란다.

 

난 성격이 급해서 협상하는 자리에서는 참 약하다.

나 자신을 알고 있기에 지금은 남편이 없어서 결정을 못하니까 다음주에 다시 와서 남편과 이야기 하기를 바란다고 했더니,

시청료는 누구나 내야 하는 것이라고.... 그러니 당신이 여기에 싸인하면 좋겠다.

살짝 살짝 웃으면서, 서양인 특유의 윙크까지 해 가면서 말한다.

 

여기서 잠깐,

만약에 그가 사무적으로, 좀 딱딱딱하게 나갔다면 나도 끝까지 남편에게 떠 밀었을텐데,

웃는 얼굴로 다가오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 통하는 것 같다.

그 윙크는 상대를 꼬드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한, 아무 의미없는  윙크라는 것을 이곳에 와서 느끼곤 하는데,

 왜 내 눈엔 이뻐보이는 거지?

 

만약에 외국인이 한국에서 얼굴을 마주 대하고 이야기 할 때,

이런 식으로 한다면 대부분의 여자들은 큰 호감을 가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유동성 없이 무조건 내야 한다고 했으면 나도 무조건 남편과 이야기 하라고 했을텐데

시간에 쫓기면서 일하는 남편에게 사소한 일까지 떠 넘기는 것이 미안하기도 해서

이 자리에서 매듭짓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밀린 시청료를 내라고는 안한다 - 관리비에 붙어 나오니 밀릴리도 없지만-

그리고 안내던 돈을 한꺼번에 내려니 너무 비싸다,  좀 깎아  달라고...

콩알만한 쵸콜렛 하나를 주면서도 이 사람들은 굉장한 선심을 쓰듯 하는

이들을 생각해 보고 이 사람을 구슬러 보기로 했다.

물을 마시겠느냐, 차를 마시겠느냐를 물어보면서 시간을 벌었다.

그 사람도 내가 돈을 낼 의사를 보이면서 깎아 달라고 하니까 약간의 유동성을 발휘했다.

결국은 3개월치로 합의를 보고 앞으로는 매달 16유로씩 내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러면서 돈은 자기가 받는 것이 아니고 2~3주 후에 계산서가 나올 것이다.

그것을 은행에 내면 된다는 설명을 마지막으로 하면서 갔다.

깎기는 깎았는데 앞으로 매달 내야 하는 돈이 2만원정도를 내려니 속이 좀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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