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자취하는데 열이 39도가 넘어서 못 일어나고 있었음
연락 안되니까 걱정한 엄마가 출근길에 내 자취방에 들렀다가 나 보고 놀라서 병원 데려감
가서 링거 한대 맞고 열 떨어지니 살만해서 엄마한테 출근하라고 함
병원이랑 집은 걸어서 10분 거리라 돌아갈땐 걸어가겠다고 했음
병원비는 엄마가 결제하고 출근하셨는데 내가 약타는걸 깜빡한거임
급하게 나오느라 폰 뿐이었는데 외투 주머니를 보니 남친 카드가 있었음
남친이 저번에 울동네 식당에서 친구랑 밥먹고 카드 놓고 갔는데 나보고 대신 챙겨놨다가 돌려달라 했는데 서로 깜빡했었음
남친한테 문자 넣음 [나 아파서 병원 왔는데 지갑을 깜빡해써..오빠가 그때 챙겨달라 했던 **카드로 약값만 결제해도 돼? 내가 모레 만나서 돈 줄게] 라고 함
일할때 전화하면 눈치보인다고 싫어해서 문자 한거고 원래는 칼답해주는데 15분간 답이 없길래 고민하다가 남친 카드로 3100원 결제함
아픈건 내 사정인거고 남친도 엄연히 남인데 남의 카드를 함부로 쓴 내가 1000% 잘못이라고 생각함
그리고 30분 후에 남친으로부터 폭풍 문자를 받게 됨
너 때문에 은행 전화하고 난리났다, 왜 허락없이 남의 카드를 긁고 다니냐, 보이스피싱 당한줄 알고 진짜 놀랐다 함
미안하다고 문자로 사과하고 이따 전화로도 다시 사과하고 싶다고 퇴근때 전화 해달라고 부탁함
퇴근때 전화로도 같은 얘기 하길래 너무 미안하다고 다신 이런일 없을거라고 했음
3100원은 계좌로 보내주기 좀 민망한 금액이라 모레 만날때 데이트비용 내가 다 내겠다고 먹고싶은거 다 사줄테니 한번만 용서해달라고 함(평소에 반반)
근데 모레 데이트날에도 카드 허락없이 긁은걸로 계속 짜증을 부림
일하는 중이고 카드 결제 할 일이 없는데 갑자기 카드 결제 문자가 와서 깜짝 놀랐었다 함
내가 보낸 문자는 먼저 와서 뒤로 넘어갔고 결제 문자가 뒤늦게 도착해서 결제문자만 보고 놀라서 은행고객센터에 전화하고 난리가 났었다 함
고객센터 연결이 빨리 안되서 반차내고 경찰서 가야하나싶고 너무 놀라고 짜증스러웠다고 함
남 카드 쓴건 내 잘못이 맞아서 계속 들어주고 미안하다고 하고 레스토랑,연극,내가 타지도 않은 남친 차 주차비까지 내가 다 결제하고 비위 맞춰줬음
살면서 남의 카드 긁어본적 없고 당연히 남친 카드도 내가 긁어본적 없었음
내가 상습범이면 모르겠는데 지금껏 그런 일이 한차례도 없었고 여친이 너무 아파서 약값으로 3100원 쓴게 이렇게까지 화날 일인가 싶어서 데이트 마지막쯤에 ‘3100원으로 보이스피싱 걱정은 좀 너무간거 같아’ 한마디 딱 했는데 (데이트내내 내가 돈 써가면서 저자세로 고개 숙이고 수백번은 사과했음..휴)
나보고 반성의 기미가 없는거 같다고 누가 잘못인건지 모르겠다며 집에 가버림 (원래는 내가 데이트비용 많이 썼다고 나 집까지 데려다주기로 했었음)
사건의 발단은 내가 허락없이 카드 긁은거라 내가 이런 맘 드는게 염치없는 짓일수도 있음
근데 8개월간 만나면서 남친이 항상 나한테 결혼하고 싶다, 결혼하면 ~하자 이런 얘기를 많이 했었음
난 아직 결혼 적령기가 아니라 생각하고(28살임) 남친은 결혼적령기라(34살) 난 아직 결혼 생각 없다 하고 가볍게 흘려 들었지만 내심 나도 남친이랑 미래를 그렸었나봄 그래서 약값정도는 긁어도 괜찮을거라고 은연중에 생각했던거 같음
나랑 결혼하고 싶다는 남자가 카드 한번 긁은걸로ㅠ 심지어 사치 부리는데 쓴것도 아니고 약값으로 그것도 3100원인데..ㅠ 물론 금액보다 허락없이 쓴 게 잘못이라는건 나도 인지하고 있지만
연인 사이고 결혼을 생각할 정도로 좋아하는 여자면 이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거란 생각이 듦
그 뒤로 남친이 연락 뜨문뜨문 하면서 며칠 더 화낸티 냈고 나는 받아주기 싫어서 단답으로 답장만 해줌
지금 열흘정도 지났는데 남친은 이제 화 다 풀린건지 연말에 여행가자고 자기혼자 신나서 계획 짜고 나한테 의견 묻는데 그냥 연말에 바빠서 여행 못갈거 같다 하고 바쁜척하고 답장 안하고 있음
뭔가 관계가 더이상 회복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헤어지자고 하고 싶은데 어떻게 말을 꺼내야 지저분하게 끝나지 않을지 고민하느라 톡을 썼다 지웠다만 반복하고 있거든요
공허하고 내가 연애를 한건지 만건지 현타만 쎄게 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