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에 글 엄청 오랜만에 써 보네
10대 아닌데 들어와서 미안!
몇년 전 나같은 친구가 있을까봐, 그냥 과거의 나한테 얘기한다고 생각하고 적어보고 싶어.
먼저 나는 일반고에서 나름 열심히 수시 챙겼던 수시러였어.
현역 수능날 끝나고 집에 가다가 기대도 안 하던 상향 1지망 학종 1차에 붙었고 면접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결국 떨어졌어
여기는 가겠지 했던 다른 학교들도 다 떨어져서
난 결국 안전빵으로 썼던 6지망에 가게 돼
그래서 나는 추합기간에 혹시라도 모를 기적을 기대하는 한편으로도.. 그냥 너무 무기력하더라 정신 나가는 줄 알았어.
붙은 학교도 충분히 괜찮은 대학인데 그냥 내가 나 자신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나봐.
어쨌든 대학을 붙었는데도 그냥 그 학교가 너무 싫었어.. 거의 저주하는 수준으로 싫어했어. 나 스스로도 엄청 쪽팔렸고
그래서 대학 1학기 생활 하나도 즐기지 않고 혼자 다니면서
2학기는 휴학하고 독학재수를 했는데
현역 때와 똑같이 1차는 또 붙었는데 예비 앞번호에서 끊기고, 다른 상향 대학 학종도 면접까지 보고 최종 불합하고, 최저를 영어 1점 차이로 못 맞추고.. 그냥 딱 지금 학교 올 만큼의 성적이라서 그냥 복학했어. 내 스무살은 우울로 시작해서 아무런 성과 없이 정신병만 가지고 끝냈지..
태생이 아싸기질이라 복학해서도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동아리도 들어가고, 새로운 친구들도 몇몇 사귀고, 학점도 챙기면서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고 몇년지나 이제서야 어느 순간부터 문득 드는 생각이…
내가 그동안 나 스스로를 인정해준 적이 있었나 싶더라.
생각해보니 나는 나 자신한테 수고했다는 말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적이 없었어.
(이건 내가 특이 케이스이긴 한데 나는 항상 나 스스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자책을 엄청나게 하던 성격이었어..)
내가 붙은 6지망 학교를 싫어했던 게 아니라, 결국 내 노력의 결과가 이거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데, 탓 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나한테 드는 자기혐오의 감정을 애써 학교로 돌린 거였어
어찌됐든 3년동안 고등학교 생활 열심히 했고 대학 붙었잖아~~ 한잔해~~ 하는 마인드로 좀 내려놓고, 어쨌든 수고했어! 이런 말을 만약 누군가한테 들어봤다면, 아니 나 스스로한테도 한 번이라도 해 주었다면 내 20살을 조금이라도 남들처럼 더없이 재밌던 기억으로 남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요즘 들더라고.
어쨌든.. 이맘때 그때의 나처럼 대학때문에 우울한 친구들이 있다면, 사실 내 글을 보고도 공감이 안 될 거 알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서 써봐.
물론 학벌 중요하지. 재수나 반수를 비추천하는 글도 아니고 오히려 하고 싶으면 하는 거 추천해
근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울하다고 방에 콕 박혀 있지 말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마음 가지면서 3년동안 수고한 너 자신한테 좋은 거 많이 해줘. 모든 사건은 관점이 중요한 것 같아. 가고 싶은 대학에 못 붙었고 재수한다고 지금 당장 네 인생이 망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후회없이 다시 공부해볼 기회를 얻은 거지! 럭키비키 마인드 알지?
그냥 항상 이맘때쯤이면 그때의 내가 생각나서. 다 괜찮다고. 다 괜찮아진다고. 누가 뭐래도 넌 열심히 했다고. 열심히 노력한거 내가 다 안다고. 결과가 당장 안 나왔다고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금 마음 편하게 먹어도 된다고.. 맛있는거 먹으라고 ㅎㅎ 해 주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