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우리 벌써 알게 된지 햇수로 4년이네~~
그때 넌 고1 열일곱이었고 난 스물하나였지. 근데 이제 네가 스물하나고 난 스물다섯이 됐네.
말주변도 없고 항상 무표정에 하는 대답도 세 개로 정해져 있어서 내가 대답을 예상할 정도였는데 요즘은 그래도 말이 많아졌어! 이게 진짜 너의 모습이고 우리가 친해졌다는 증거겠지?
나 사실 너가 열여덟일때부터 좋아했다? 미친거지~ 어디 고딩을... ㅋㅋㅋ 널 좋아하게된건 장난삼아 주변 친구들이 던진 농담과, 진담반 농담반의 말들... 널 좋아한다고 인정하고 그 다음에 만난 넌.. 빡빡이가 되어있었지. 남고딩들의... 한번씩 오는 삭발시기..?? 근데도 니가 계속 좋더라?? 원숭이 새끠같았는데 말이야!! 점점 머리 길어가는거 보는것도 귀엽고..
난 너의 모든게 좋더라. 찰랑거리는 까만생머리에 바가지. 볼에 있는 쌍둥이 점. 귀에 있는 점, 살짝 삐뚫어진 앞니, 동그란 뒷머리.. 내가 하는 말에 까르르 웃어주고 조곤조곤 대답해주고 ... 병이야 이것도
그렇게 결국 못참고 너한테 고백을 했지. 그건 네가 열아홉일 때. 난 스물셋. 왜 그리 성급했을까. 아 기억났어. 널 또 좋아하는 여동생이 있었잖아. 난 그게 너무 괴로웠나봐. 그 애는 너보다 동생이고, 조그맣고, 오빠라고 부를 수 있었으니까. 돌아온 대답은 당연히 거절이었지. 난 그때를 후회하지 않아. 모 아니면 도였지만 난 그저 그 고민과 고통에서 빠져나오고 싶었을 뿐이니까. 고맙게도 넌 그 뒤로도 날 똑같이 대해줬고 덕분에 나도 고백하기 전처럼 널 대할 수 있었어. 그치만 넌 그 애랑 조금씩 잘되는게 보이더라 모두가 느낄 정도로. 그래서 다른 애를 좋아하려고 노력했고 남자친구도 사귀었던거야. 비록 한달밖에 못갔지만, 그래서 결국엔 또 널 좋아하게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행복했어!! 네가 곧 성인이 된다는것도 기대가 됐고, 다같이 친해져서 같이 노는 시간들이 많아져서, 추억들이 쌓여가는게 좋았어. 그리고 결국 너도 그 애랑 안됐으니까~~ㅋㅋ
드디어 스무살! 너의 졸업식에 다같이 가서 축하해줬지. 예쁜 꽃도 주문해서, 너한테 안겨줬지. 아마 그 졸업식에서 네 꽃이 제일 예뻤을거라 장담해. 그 꽃을 든 너도 참 예쁘고 빛나더라!! 그때 너한테 난 이렇게 말했을거야 ‘졸업 축하해. 교복이 이제 널 보호해주지 못할거야.. 너의 스무살을 응원할게~‘ 라고.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어 나도 널 졸업하겠다고!! 운 좋게(?)도 그 시기에 연락이 온 사람이 있었고 이번엔 진짜 잊을 수 있을 것 같았어.
근데 너무 성급했나봐!! 걔는 더 최악이었어. 그것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웠고 슬펐지. 8개월이 너무 아까워. 다행히도 이젠 완전 괜찮아졌어. 부끄럽게도 널 다시 좋아하게 됨으로써 치유.. 됐달까... 물론 내 스스로 이겨낸 것도 있어!! 그치만.. 안타깝게도 난 결국 다시 너네... 방황하고 이리저리 치이다가.. 돌아간게 결국 너인거야. 그게 난 좀 씁쓸하다.
넌 스물하나가 됐고 난 스물다섯이 됐네. 최근에 다같이 놀러갔다온거 나 너무 행복했다?? 심지어 네가 말도 놨잖아. 몇년을 내내 놓으라고 놓으라고 해도 안놓더니 말이야~?
근데 갑자기 놓으니까 .. 이게 단점이 .. 싸가지가 없어보여. ㅋㅋㅋ 그치만 괜찮아. 익숙해지겠지. 그리고 뭔가 친구가 된거 같아서 나름 좋더라. 내가 적응해 볼게. 다음에 볼 때 까먹고 존댓말로 돌아가버리지 마라!! 음 그치만 너의 존댓말이 그리울테니 같이 섞어써주렴.
너는 곧 군대에 가겠지. 슬프다~... 지금 내 감정은 말이야. 너랑 사귀고싶고 그런건 아니야. 나도 내 상황을 알고 네 상황을 알고 넌 날 좋아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근데도 이렇게 답답하고 .. 알 수 없는 이건 뭘까? 난 어떻게 해야 할까? 넌 정말 날 단 한 순간도 좋아하지 않았니?? 내가 너에게 영향을 끼쳤던 적이 없니? 넌 내가 스치듯이라도 생각이 난 적이 없었어??
너무너무 궁금하다... 넌 참 말이 없었지. 그래서 집에 돌아가는 길의 그 침묵이 날 더 슬프게 만들기도 했어. 너랑 인사하고 뒤돌아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 슬펐어. 여름엔 더 더웠고 겨울엔 더 춥게 느껴졌어. 이번에 버스타고 집에 갈때, 너랑 나눈 대화가 날 너무 행복하게 했어. 별거 아니겠지만, 네가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고, 같이 웃고, 그러다 우리가 같이 만든 추억을 얘기하고, 그때 다같이 놀고 밤에 산책했던거. 내가 술기운을 빌려서 너한테 팔짱을 꼈던거. 네가 뿌리치지 않았던거. 그것도 기억을 하고 나한테 말을 한거야? 그랬으면 좋겠다. 화장실 가고 싶었던 것만 기억하지 말고!! 다음날 아침에 추워서 웅크린 너한테 남방을 덮어주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던 날 알까~? 나한테 너무 소중한 추억을 먼저 말해줘서 행복했었다~ 이거야. 비록 그 담날 집에 와서 엉엉 울어버리긴 했지만.
너랑 다시 이 주제로 얘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아니 절대 없을까?? 난.. 네가 너무 소중해서... 너를 잃고 싶지 않아.. 널 너무너무 좋아해서 그냥 이대로 쭉 친하게 지내고 싶어. 다같이 놀러가고, 웃고 떠들고, 운동하고... 군대를 가고, 각자 삶을 살다가 휴가를 나오면 모이고, 면회를 가고, 전역을 축하해주고... 그렇게 오래오래 우리가 잘 지낼 수 있을까? 있겠지?
내가 놓아볼게. 널 조금씩 놓는 연습을 할게. 넌 그냥 아무렇게나 해도 괜찮아. 결국 넌 날 좋아하지 않을거고, 결국 난 널 또 좋아하게 될테니까. 넌 아무렇게나해도 상관없어.
내가 널 잊을 수 있을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너도 네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각자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잊혀지고.. 그땐 그랬지 참 좋아했지 이렇게 추억할 수 있게...
네가 스물다섯이 되면 난 스물아홉. 그때의 우린 어떻게 되어있을까? 너무너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