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은 지난달 14일 기관지염 증세로 로마의 제멜리 종합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 양쪽 폐 모두에서 폐렴이 확인됐다. 이후 일주일 만인 22일 호흡 곤란과 신장 기능 저하 등으로 위독한 상태에 빠졌다. 의료진은 이때부터 교황의 상태에 대해 ‘위중하다(critical)’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최신 항생제와 수혈, 고유량(高流量) 산소 공급 요법 등 집중적 치료와 교황의 강한 회복 의지가 더해지며 지난달 26일부터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다만 이후 두 차례 급성 호흡 부전이 재발해 일시적으로 인공 호흡기를 사용하는 등 여전히 우려스러운 모습도 보였다. 의료진은 이 때문에 교황의 회복 전망에 대해서는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며 ‘예후 유보(prognosis reserved)’ 입장을 취해왔다. 교황이 고령인 데다 패혈증 같은 치명적 합병증의 발생 가능성도 걱정됐다. 그러나 일주일 이상 교황의 용태가 계속 나아지자, 의료진도 조심스레 회복을 낙관하게 된 것으로보인다.
교황은 현재 병원 10층의 아파트형 병실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업무도 보고 있다.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등을 만나 주요 사안을 보고받고 결재도 한다. 지난 6일엔 다소 어눌하고 숨이 찬 목소리이긴 하나 “광장에서 내 건강을 위해 기도해준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스페인어 음성 메시지도 냈다. 지난달 24일부터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는 매일 밤 9시에 교황의 쾌유를 비는 묵주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교황의 건강 상태는 가톨릭 신자가 600만명인 한국에서도 주목받았다. 국내에도 고령의 환자가 폐렴과 그 합병증으로 위독해지는 경우가 많아 더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의료 전문가들은 교황이 “매우 위험한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경환 고려대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적절한 치료로 산소포화도를 높이고 항생제를 잘 썼다면 회복 가능하다”며 “정신적 상태도 괜찮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상생활 능력은 상당히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심한 폐렴을 앓아 거동이나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이 어려워졌을 수도 있고, 장기 입원 중에 면역력이 저하되거나, 다른 장기 기능에 이상이 생겼을 수도 있다. 교황은 20대 초반에 늑막염으로 오른쪽 폐 위쪽 일부를 절제한 병력(病歷)이 있다. 이후 겨울철마다 기관지염이나 가벼운 폐렴 등의 증상을 종종 겪어왔다.
이세원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렴 자체는 치료를 잘하면 나을 수 있지만 재발이 쉽고, 식사나 거동이 불편해져 영양 불균형을 가져온다”고 했다. 또 “교황은 고령이라 다른 기저 질환이 있을 수도 있고, 입원 중 오래 누워 있었기 때문에 근손실도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최정연 분당서울대병원 노년병내과 교수도 “고령 환자의 경우 폐렴의 원인인 세균 자체가 항생제 치료로 줄어든다고 해도 다른 장기 문제가 생기고, 그러다 또다시 폐렴에 걸리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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