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글을 못쓴다길래 동의하에 처제 아이디를 받아왔는데 혹시 문제되면 지우겠습니다
와이프가 매주 친정에 가는데, 가지 말라는 말을 어떻게 해야 상처받지 않게 할 수 있을지 조언을 구하려고 합니다. 처제도 제 의견에 동의하지만 자긴 미혼이라서 남편에게 서운할지 아닐지는 모르겠다고 하길래 결혼하신 여성분들의 의견을 좀 듣고 싶습니다.
제가 이유없이 친정에 못 가게 하는 건 아닙니다. 원래는 저도 거의 매주 같이가서 장인장모님을 모시고 밖에서 식사도 드라이브도 하고 집안 청소, 잡일 다 해드렸습니다. 두분 다 아들이 생긴 것 같다고 좋아하셨고 저도 여전히 처가 식구들 가족같이 생각하고 좋아합니다. 특히 장인어른은 제가 찾아뵈면 와이프나 저희 애들보다도 가장 먼저 저를 안아주시며 내 아들 왔다고 하실 정도로 다정하셨기에 정말 제 부모님처럼 모셨습니다.
다만 작년 연말에 불의의 사고로 장인어른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갑작스런 사고였던지라 가족들 모두 슬픔에 오래 빠져있었고, 특히 와이프와 장모님은 소식을 들은 당일에만도 몇 번이나 실신할 정도로 충격이 심해 상을 치르는 일은 저와 처제가 도맡았습니다. 그 이후로 혹시라도 홀로 남으신 장모님이 적적하실까, 또 쓰러지시진 않을까 싶어 평일에도 종종 퇴근 후에 찾아뵙고 식사라도 같이 하고 오곤 했습니다. 와이프가 못 가도 저 혼자 간 적도 많습니다.
대신 장모님께서 평일에 납골당에 가고 싶으실 때는 와이프에게 연락을 하시면 와이프가 모시고 가는데, 그렇게 연락하시는 일이 주에 한두번은 꼭 있습니다. 납골당에 가면 집에 모셔다드리는 김에 와이프는 친정에서 하루쯤 자고 옵니다. 연락이 따로 없으셔도 주에 한 번 정도는 와이프가 먼저 연락해 찾아뵙습니다. 지금까지 거의 매주 간 것 같고 주말에 갈 때는 저랑 애들도 당연히 같이 갑니다.
문제는 장모님이 굉장히 감성적이시고 마음이 유약하십니다. 그렇다 보니 조금 부정적이고 슬픈 생각을 많이 하시고, 그걸 생각나는 족족 말씀으로 하시는 타입입니다. 와이프가 이제 슬픔을 좀 털어내고 마음을 바로잡으려고 해도 장모님을 뵙고 나면 울면서 돌아옵니다. 애들은 이제 속상해서 할머니를 안 보고 싶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럴 때마다 혼을 내기는 하는데 솔직히 제 마음도 비슷합니다...
밖에 비가 오면 너희 아버지 비오는 날 그렇게 추운데 가서 어쩌냐(발인 날 비가 왔습니다), 식사를 하다가도 너희 아버지 이거 좋아했는데, 어릴때 너희 먹으라고 안 드셨지 사실 좋아하신다 등의 말씀을 하십니다. 이뿐만 아니라 수시로 그날 얼마나 아팠겠냐, 그렇게 자식들 예뻐했는데 너희가 생각나서 눈도 못 감았을 것이다, 평생 고생만 하다 갔다, 둘째 결혼하는것도 못보고 갔으니 억울해서 저승가서도 좋은데 못갔을 것이다 등의 부정적인 한탄을 자주 하십니다.
오늘도 장모님을 모시고 밖에서 식사를 했는데 비가 오기 시작하자 장모님께서 나는 비가 오면 심장이 아파서 밥을 못먹겠다, 추운데 저승가느라 얼마나 괴로웠겠냐, 불쌍해서 어쩌면 좋냐, 어떻게 가도 그렇게 추운 날 가겠냐 기구한 인생이다 나도 그렇게 죽지 않겠냐 등의 한탄을 하셔서 다들 식사는 거의 못했습니다. 와이프는 집에 오는 길에 훌쩍거리더니 체한 거 같다고 하길래 약을 사다 먹였습니다...
몇달 사이 와이프는 눈에 보일 정도로 살이 빠졌습니다. 저도 장모님께서 너무 슬퍼서 그런 말씀을 하신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와이프가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이니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친정에 가는 빈도를 좀 줄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잖습니까... 그러나 상식적으로 아버지가 어느날 갑자기 돌아가신 상황에 혼자 남은 어머니를 찾아뵙지 말라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어 차일피일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처제와 상의 끝에 저나 처제 둘 중 하나는 총대를 메고 와이프에게 말을 하기로 결론을 내렸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제가 말하는 게 나을지 처제가 말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와이프가 방문을 줄이는 대신 제가 더 자주 찾아뵐 생각입니다. 평일 납골당 방문은 처제가 맡아주기로 했습니다. 처제와 저는 둘 다 남의 감정에 휩쓸리는게 와이프나 장모님에 비해 훨씬 덜하고 특히 처제는 어려서부터 타지 생활을 해서인지 심지가 단단한 편입니다.
대안은 다 나와있고 말만 하면 되는데 도무지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감도 안 잡힙니다...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지 매주 가는 와이프 컨디션이 걱정된다고 돌려서 말할지... 차라리 장모님께 와이프와 처제를 위해서라도 그런 말씀을 그만하시라고 해야 할지...
남편이 이런 말을 하면 서운하고 배신감이 들까요? 결혼하신 분들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